[환경일보] 이정은 기자 =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은 12일 거제시와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주)가 추진 중인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당초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은 조선업 호황에 대비해 해양플랜트 산단을 조성해 조선·해양 기자재 생산기지를 조성하는 사업이었다. 거제시 사등면 150만평(육지부 50만평, 해면부 100만평) 중 해면부를 대규모로 매립할 계획이다.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비 1조79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시민단체들이 광화문1번가 앞에서 거제해양플랜트 재검토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환경운동연합>



그러나 조선해양산업의 극심한 불황에 따라 정부와 업계는 2018년까지 조선해양산업 인력과 설비의 30%를 줄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현대·대우·삼성 빅3 체제에서 빅2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산업에서 철수할 예정이다.

사곡해양플랜트산단은 관련 산업의 팽창을 전제로 했으며, 특히 같은 거제시 지역 내에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해양플랜트 모듈 공급이 목표인데 대우조선해양의 플랜트산업 철수로 산업단지 조성 이유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국의 산업단지 미분양 면적은 968만평으로, 거제국가산단 부지의 6배 이상, 국가산단도 177만평 이상이 미분양이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산단 지정 해제가 34건, 1167만평에 달하고 있다. 사업부진, 입주업체 부족, 부지매입 난항 등 때문이다. 특히 경남지역이 10건으로 가장 많아 산업단지가 남아돌고 있다.

사곡산단과 비슷한 목적으로 추진 중인 170만평 하동 갈사만 조선해양산단의 경우 30% 공정률에서 중단됐다.

시민단체들은 “해양플랜트 산단이 진정 필요하다면 하동 갈사만산단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거제 지역 내에도 한내 모사산업단지, 오비 제2산업단지, 덕곡 산업단지 등 3개 산단 20만평에 달하는 지역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권민호 거제시장과 집행부는 지난 6월21일 183회 거제시의회 시정질의 답변에서 “거제해양플랜트산업단지가 목적이지만, 해양플랜트업체가 아니더라도 조선관련 기자재업체로 채울 수 있다”며 “대우·삼성의 아웃사이드 기자재업체들이 많다. 이들을 집중시킬 대규모산업단지가 필요하다. 전기 로봇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권 시장 스스로 조선해양산업 침체에 따른 해양플랜트산단 후퇴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사곡만 100만평이 매립되면 심각한 환경파괴와 주민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환경운동연합



거제해양플랜트 산업단지는 주민들도 반대하고 있다. 원호섭 사곡해양플랜트국가산단 주민대책위원장은 “거제시민 15만명이 살고 있는 도심과 불과 1~2㎞ 인근의 사곡해수욕장과 습지 등 연안의 대규모 매립(100만평)과 급경사지 절토(50만평)로 인한 심각한 환경파괴와 주민피해가 우려된다”며 “42건의 각종 어업권이 몰려있어 수백명에 달하는 어민들의 피해와 함께 소음, 진동 등 각종 생활환경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개발 예정지에는 수달을 비롯해 독수리, 새호리기, 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동식물 2급인 삵, 기수갈고둥, 해양보호대상식물인 ‘잘피(거머리말, 5만㎡ 이상)’가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다. 2곳의 갯벌 19만6350㎡이 존재하지만 매립으로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잘피’는 어류들의 산란장과 서식처이며,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탄소저장고 역할을 하는 바다 숲으로, 해안생태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생물이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 초안에는 해당 생물 ‘없음’으로 평가했다가 평가서 본안에서 부랴부랴 추가하는 등 부실 대책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박광호 회원은 “기수갈고둥의 경우 서식지 환경이 까다로워 이동시킬 장소도 마땅치 않을뿐더러 이동하더라도 생존이 쉽지 않다. 잘피의 경우도 모래가 발달된 극소수 연안에만 서식하고 있으며, 이식해도 생존률이 극히 낮다. 야생동식물은 서식지 자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제해양플랜트산업단지는 앞으로 환경부 환경영향평가와 국토부 중앙국가산업단지계획심의회의 심의 등 2개의 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장하나 권력감시팀장은 “지난 정부의 개발사업의 거수기 역할만 하던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해서 국민과 자연환경을 지키는 환경부로 거듭나고, 국토교통부는 해양플랜트산업 수요와 전망, 기존 산단의 미분양, 국토의 균형개발 측면에서 거제해양플랜트산업단지 지정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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