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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과학을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얻는다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김명자 회장 인터뷰

[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소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역사의 중심에는 반만년을 이어온 한민족의 저력과 과학기술이 있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The Korean Federation of Science and Technology Societies, 이하 과총)는 1966년 9월 창립돼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지난 50여 년 간 국가 과학기술의 영광스런 역사와 궤를 같이 하며 과학기술계 총 본산으로 자리한 과총은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의 도구와 수단이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국가경영의 핵심 요소이자 합리적인 미래사회의 기반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격변기를 맞고 있다. 대전환기에 과총을 이끌게 된 제19대 김명자 회장을 만나 앞으로의 비전과 새 시대를 맞는 과총의 준비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소통·융합·신뢰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재도약 초석 되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김명자 회장

국민과 함께하는, 찾아가고 싶은, 프론티어 개척의 열린 과총

Q.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첫 여성회장으로 취임했다.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 소감을 부탁드린다.

A. 과총 반세기 역사에서 ‘유리천장’을 깼다고 하는데, 때문에 어깨가 더욱 무겁다. 최근 과학기술계에서도 여성의 활약이 눈에 띄지만, 아직 정규직 비중 20% 미만이다. 과총의 첫 여성 회장을 낯설게 여기는 분들이 있는 걸 보고 ‘수퍼 우먼’ 노릇을 해야겠구나 생각했다. 사실 80년대부터 거의 홍일점으로 일하면서 여성이라서 어떻다는 생각한 적이 없을 정도 익숙해져 있었다. 남녀 리더십의 차이가 본질적인 것이라고 생각지 않지만 합리성과 감성의 거버넌스 리더십을 슬로건으로 삼고 있다.

취임 전 차기 회장으로서 전국을 돌며 과학기술계 인사 600여분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기초와 응용과학은 물론 산업 분야 연구단체를 아우르는 거대조직을 하나로 연결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과총의 슬로건은 ‘우리 함께’ 이다. 과총 회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자율적, 창의적으로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현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소통·융합·신뢰’를 바탕으로 ‘찾아가고 싶은 과총’, ‘국민과 함께 하는 과총’, ‘프론티어 개척의 과총’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항상 그래왔듯이 최선을 다하며 좋은 분들과 함께 봉사해서 최종 프로젝트를 멋있게 마무리하고 싶다.

Q. 과학기술은 우리나라 성장의 발전 동력이었다. 앞으로의 현안과 가장 시급한 과제는?

A. 한국의 과학기술은 지난 50여 년간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핵심 역할을 해왔으나,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새로운 프론티어 개척에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연구개발 활동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거버넌스 체제가 작동돼야 한다. 일반사업과는 구분되는 연구개발 활동의 성격을 고려해서 감사체계도 합리화돼야 한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이 우리 생활 속의 사회적 이슈를 해결해야 하는 책무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질환, 기후변화, 삶의 질, 미세먼지 등 재난처럼 닥치고 있는 리스크에 대응하고 예방하는 과학기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과총은 과학기술 전 분야의 전문가 풀을 갖고 있으므로 사회적 쟁점 해결에 기여하고 갈등을 예방하는 일에 나서고자 한다. 과학기술인의 열정을 모아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Q. 4차 산업혁명 등에 따라 급변하는 과학기술계를 예측해 볼 때 과총의 역할은?

A. 과총이 4차 산업혁명의 문명사적 전환기에서 혁신을 선도하는 프런티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은 모든 기술과 산업의 융합이다. 우리는 융합에 약하다. 하지만 규제만 잘 풀어주면 추진력은 있다. 과총은 30개의 위원회, 부설기구, 솔루션 네트워크, TF 등을 구성했다. 전문성뿐만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헌신과 열정을 지닌 분들을 모아 사회적 현안과 국가 프로젝트 추진에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삶의 질’, ‘공공복지 안전’, ‘따뜻한 과학’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보건, 의료, 교육, 위생, 환경, 안전 등 사회적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과학기술 혁신을 추진코자 한다. 학회 회원 수만 46만 명이 넘는다. 학회와 단체 등을 연결해서 현장의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체계화해 복지 향상을 위한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성과확산의 대안을 찾는데 나서고자 한다. 그래서 국민에게 다가가는 과총이 되고자 한다.

Q.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적절한가?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A. 한국의 과학기술은 지난 50여 년간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과학기술계는 새로운 프론티어 개척에 나서야 하고, 국정에서도 과학기술이 기반이 돼야 한다.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가 바뀌어야 하고, 관리 규제가 합리화돼 한다. 기존의 선진 기술 추격형 ‘캐치업’ 전략은 한계가 있으므로 이제 자율성·창의성을 높이는 기초연구에 대한 장기간 R&D 투자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계의 사기 진작이다. 과학기술계가 열정과 혼신으로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규제를 합리화하고, 연구개발 활동의 특성을 고려해 감사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거버넌스 개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동안의 변화에 대한 검토에 바탕해 효율적인 개편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한가지 지적할 것은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인선이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Q. 여성 과학자의 길을 택하고 전문가의 길을 걷는데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을텐데 여성과학인을 꿈꾸는 과학학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일-가정 양립의 딜레마는 과학기술 전공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여성 과학자들의 일·가정 양립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는 남성들은 모른다. 고리타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 세대는 ‘견디고 인내하는’ 시대적 가치를 갖고 살았고, 또 그 속에서 우직하게 최선을 다해왔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어 신세대는 더 이상 수퍼우먼으로 사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과학기술 분야는 특히 훈련과 교육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투자도 더 많이 해야 한다. 이렇게 키워놓은 인력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장(死藏)시키는 악순환은 차단돼야 한다. 개인으로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므로 사회적 차원의 전략적이고도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저출산, 인구절벽 등의 커다란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성 보호와 고용 촉진 등 사회적인 맞춤형 대책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다만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언제 어느 자리에 가건 준비가 돼 있어야 기회를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여성에겐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다. 미래 일자리와 산업구조에서는 예리한 감성과 융합적 성향이 중요한데, 이런 덕목에서 여성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03년 장관직을 마친 뒤 언론에서 리더십 평가를 한 것을 보았다. “섬세함과 치밀함이라는 여성의 장점이 작용한 것도 사실이지만, 적극적인 협상력, 개혁적인 행정 마인드, 신중한 결정과 강한 추진력, 섬세함과 치밀함 등이 대표적 특성이고, 상반되는 의견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추진력, 조직관리 능력이 아낌없이 발휘됐다”라는 과분한 평가의 기사가 났다. 쑥스럽게 자기 자랑을 한 게 됐는데, 요컨대 전문가로서의 실력을 기본 바탕으로 적극적인 조직 참여 등의 사회성이 뒷받침된다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서효림 기자  shr8212@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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