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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이지 않는 지구의 청소부 ‘미생물’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과 농업연구사 안재형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과

농업연구사 안재형

우리는 초등학교 시절 생태계의 순환에 대해 배웠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물들은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로 나눌 수 있고 생산자인 식물이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서 자라면 1차 소비자인 초식동물이 식물을 먹고, 다음으로 2차 소비자인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먹고, 이들의 사체나 배설물은 분해자인 미생물에 의해 다시 물과 이산화탄소가 되고, 이것을 또 식물이 이용하고, 이렇게 돌고 도는 것이 생태계라고.

이 중 미생물은 그 크기가 너무 작아 무시하기 쉽지만 이들이 없다면 동식물의 사체와 배설물이 분해되지 않고 쌓여서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물질이 부족하게 되고 결국 생태계는 순환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생물은 산업혁명 이후에는 더욱 바빠졌다. 인간이라는 생물이 막대한 양의 폐기물뿐 아니라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화학합성물질을 만들어 환경에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생물이 현대 사회에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자.

환경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미생물

도시화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가정과 공장에서 많은 폐수가 배출되고 있는데 이것을 그대로 강으로 내보낸다면 강물은 썩어서 생물이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폐수처리장을 만들어 강으로 나가는 오염물질의 양을 감소시킨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미생물로서 이들은 물속에 녹아 있는 오염물질을 먹고 자란다. 물보다 무거운 미생물들은 가만히 두면 가라앉고 깨끗해진 물은 강으로 내보낸다.

식생활이 향상되면서 음식물 쓰레기와 축산 분뇨 처리가 문제가 되고 있다. 해양 투기가 금지된 현재 이 폐기물을 처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퇴비로 만들어 농경지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미생물로서 썩기 쉽고 악취가 나는 폐기물을 무해하고 쉽게 썩지 않으며 악취가 없는 퇴비로 바꾼다.

현재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 석유는 때때로 사고로 유출돼 토양과 해양을 오염시킨다. 석유의 주성분인 탄화수소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물질이지만 인간을 비롯한 고등생물은 탄화수소를 먹이로 사용할 수 없다. 반면 일부 미생물들은 탄화수소를 먹이로 성장할 수 있다. 우리가 흡착이나 소각 등의 방법으로 제거하지 못한 기름 성분들은 이러한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이산화탄소 감소에도 중요한 역할

현재 지구가 당면한 가장 큰 환경문제는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일 것이다. 가장 비중이 큰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인데 미생물은 이산화탄소 감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토양으로 유입되는 동식물의 사체 중 일부는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지만 일부는 결합해 새로운 유기물이 된다. 이 새로운 유기물을 부식토(humus)라고 하는데 쉽게 분해되지 않고 토양에 남아 토양의 탄소 함량을 늘린다. 과학자들은 경작지를 적절히 관리한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13%를 토양이 흡수할 수 있다고 본다.

플라스틱과 농약으로 대표되는 화학합성물질은 미생물에 의해 쉽게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토양이나 물, 또는 공기 중에 남아 우리의 건강과 생태계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 다행히도 미생물은 빠르게 새로운 환경과 물질에 적응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분해할 수 없었던 물질도 대부분 분해해 해가 없는 물질로 바꾼다. 미생물이 없었다면 우리 지구는 화학합성물질로 가득 찼을 것이고 이는 생물의 생존에 해로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분해자인 미생물의 적절한 활용 필요

미생물은 물과 공기와 같은 존재다. 아무 대가 없이 우리가 무한정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이다. 생물에게 병을 일으키는 일부 미생물도 있지만 대부분의 미생물은 분해자로서 생태계를 순환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지구의 온도는 계속 올라가고, 기후는 불확실해지고 있다. 하천과 바다, 토양은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지구의 생물다양성은 감소하고 있다. 수십 년 전 사용하던 일부 농약은 분해되지 않고 남아 심해와 극지에서도 발견된다.

이는 우리가 생산하고 버리는 물질의 종류와 양이 지구 생태계, 특히 미생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생태계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무한 생산은 결국 생태계 순환을 어긋나게 할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한 가지 방안으로 우리는 분해자인 미생물의 능력과 그 한계를 이해하고 적절히 이용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글 /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과 농업연구사 안재형>

이창우 기자  tomwait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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