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수 증가에만 골몰, 서식지 관리는 제자리 수준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지리산 국립공원에 살고 있는 반달가슴곰 47마리 가운데 28마리의 위치추적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13마리는 발신기 교체주기를 놓치면서 배터리가 소진됐고 15마리는 야생에서 태어나 처음부터 위치추적에 실패했다.

이 같은 사실은 환경부가 제출한 ‘반달가슴곰(이하 반달곰) 관리실태 현황자료’를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이하 국시모)가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배터리교체에 실패한 13마리의 반달곰들은 지리산에 살고 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천 수도산으로 다시 이동했다 포획된 반달곰 KM-53 역시 배터리가 떨어진 상태로 1년 넘게 행방을 알지 못했다.

김천 수도산으로 이동한 반달곰 역시 배터리가 떨어져 1년 넘게 행방을 알지 못했다. <사진제공=환경부>

발신기 등 장비 이상으로 위치추적이 불가능한 상태가 1년이 넘은 반달곰에 대해 정부는 자연에 적응한 개체로 간주했다. 그리고 생후 2년 이하의 반달곰은 애당초 추적 장비 부착이 불가능해 생포트랩(드럼통)을 통한 포획만 기다리는 형편이다.

지리산 반달곰 복원사업이 시작된 2004년 이후 현재까지 방사·폐사·회수·출산 등의 개체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9년 이후 야생에서 태어난 반달곰은 모두 34마리로, 복원사업 초기 5년간 도입된 8마리를 넘어섰다. 여기에 야성이 부족해 회수된 10마리를 도입된 개체로 가정하면 지리산 반달곰들의 서식지 생존능력은 어느 정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보험 가입으로 피해 보상

한편 반달곰으로 인한 피해는 현재까지 총 390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양봉피해가 336건(86%)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민가시설물피해 24건(6%) ▷농작물피해 10건(2.6%) 순으로 파악됐다. 반달곰에 의한 피해는 피해배상종합보험 가입으로 총 6억1천만원이 손해배상됐다.

매년 300만명이 넘는 탐방객이 지리산을 찾고 있지만 반달곰들의 서식지 개체군 생존능력은 점차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반달곰으로 인한 피해를 정부가 보상하고 이해당사자들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지리산권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인식 역시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김천 수도산으로 이동한 반달곰의 사례에서 보듯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이정미 의원과 국시모는 환경부의 반달곰 종복원 사업에 대해 ▷환경부의 포획결정 비공개 ▷종복원사업의 성과 과대평가 ▷환경부의 반달곰에 대한 공포감 조성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또한 반달곰 복원사업을 위탁관리하고 있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역시 반달곰 개체 행동권에 대한 정밀한 관리체계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개체수 증가와 개체별 유형이 변화되는 등 복원사업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음에도 위치추적과 서식환경조사, 행동특성 조사 등 과학적 기반역량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천 수도산으로 이동한 반달곰 KM-53의 경우처럼 지리산권역을 벗어난 2차, 3차 이동가능권역에서의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매뉴얼도 없었다. 이와 관련 2016년 국정감사에서 이정미 의원과 국시모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대책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다.

이정미 의원은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반달곰 최소존속개체 50마리라는 숫자에만 매달려 국민들의 인식 수준을 높이는 데 소홀했고, 과학적 관리방법 등 역량강화 역시 미흡했다”며 “하루빨리 위치추적이 불가능한 개체들의 행방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반달곰 복원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진단과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시모 역시 “앞으로는 개체수 증가가 아닌 서식지 안정화와 주민과의 공존이 중요하다”며 “이는 정부 주도로만 이뤄질 것이 아니라 관련 기관과 단체, 전문가, 주민들이 모두 논의에 참여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전문가 자문 등을 토대로 2013년부터 배설물, 모근 등에서 DNA를 추출한 유전자 분석(헤어트랩)과 무인카메라 등을 활용한 간접 모니터링을 병행·확대 추진하고 있다”면서 “특히 2013년 종복원자문위원회 등에서 반복적 발신기 교체 과정에서 인간과의 잦은 접촉은 곰의 야생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발신기 부착의 점진 축소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니터링 방법 개선에 대해 꾸준히 논의하고 있으며 8월 중순에 전문가, 시민단체를 포함해 종합적인 공개 전문가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반달가슴과의 ‘공존’을 위한 다각적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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