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적응 예산 대폭 늘리고 대책 시행해야

작년 여름을 보내며 우려했던 대로 금년에도 전 세계가 더위로 허덕이고 있다. 미국 LA 카운티의 우들랜드 힐은 섭씨 43.3도까지 올랐고,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48.8도, 네바다주 데스밸리는 49도까지 치솟았다.

유럽 역시 심각한 수준의 폭염을 앓고 있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지난달에 이미 40도를 넘었다. 이탈리아 전국 주요 도시의 수은주가 40도 안팎까지 올랐고, 나폴리와 페라라 등 지역은 49도를 기록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 부근 리와 사막 일부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50.8도를 기록했다. 이란 남부 아흐바즈, 쿠제스탄 지역도 50도 안팎까지 올랐다.

우리나라 역시 연이은 찜통더위가 한반도를 푹푹 찌면서 온열질환자 속출, 가축폐사 급증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는 폭염 특보가 연일 이어지는 8월을 맞아 온열질환 발생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12년~’16년) 온열질환자는 총 5,910명이었으며, 그 중 사망자는 5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4년부터 온열질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도 현재까지 781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기간별로는 7월 말부터 온열질환자가 본격적으로 발생해 8월 1주차에 23%(1,365명)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실내보다는 실외에서 주로 발생했는데 실외 작업장이 34%(1,602명)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논·밭 21%(995명), 길가 16%(755명) 순이었다. 특히 사망자 58명 중 70대 이상 고령자가 절반을 차지하며 논·밭 및 비닐하우스 작업 중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까지 최악의 더위로 손꼽히는 1994년 여름엔 냉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던 상황에서 기록적인 폭염으로 서울에서만 1056명, 전국에서 총 3384명이 사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반드시 지구온난화로 인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하면서도 지구 온도가 높아지면 폭염 발생은 가속화되고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풀이하자면 앞으로도 매년 여름 폭염을 피하기는 불가능하며, 이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선풍기 한 대 없이 여름을 나는 빈곤층과 장시간 옥외 근로자 등 취약계층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나무도 더 심고, 그늘도 더 만들고, 좀 더 적극적이고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개 정부 부처들이 합동으로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수립해 시행중에 있다는데 별 뾰족한 대책이 보이질 않는다.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내년 여름은 더 덥고, 더 힘들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