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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지하철 유해물질에 무방비 노출된 시민들미세먼지 기준, WHO 권고의 3배 ‘허술’
실내공기 중 발암물질 저감대책 시급
  • 박수현 인턴기자(성신여대 청정융합과학과)
  • 승인 2017.08.0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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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박수현 인턴기자 = 서울 지하철은 하루 평균 800만명이 이용할 정도로 학생·직장인·노인 등 남녀노소 모두에게 일상화 돼있는 교통수단이다. 그 규모와 기능도 이전보다 확대되며 지하철의 중요성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

지하철을 어느 정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지하역사에서 부는 바람, 전동차 이동으로 인한 바람을 맞고 안 좋은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걷거나 뛰고 전동차가 빠르게 달리지만 지하철에서 환기를 위한 시설 같은 것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과연 지하철의 공기질은 어떤 상태일까?
 

건강과 직결되는 일상 공기질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호흡을 해야만 하며, 우리가 숨을 들이켤 때 주변의 공기는 폐까지 전달된다. 즉, 주변의 공기가 신체 내부와 직결되는 만큼 질 좋은 공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도시화·산업화가 진행된 현대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하루의 80~90%를 실내에서 보내게 되면서 실내공기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의 공기 중에는 세균·라돈·석면 그리고 모두가 경계하는 미세먼지 등 다양한 물질들이 포함될 수 있으며 인간은 실내·외 어디서든 이러한 유해 물질들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한없이 느슨한 미세먼지 기준
PM10과 PM2.5는 각각 입자의 크기가 10μm, 2.5μm 이하인 미세먼지를 말한다.

그런데 WHO와 한국의 미세먼지 대기환경기준을 비교해 보면 한국의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 기준이 WHO보다 2배 높아 우리나라 대기환경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함을 알 수 있다.

<출처 : WHO, 국가법령정보센터>

이처럼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미세먼지(PM10) 농도가 70㎍/㎥일 때, WHO 기준으로는 ‘나쁨’이지만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보통’이라고 판단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지하철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실내공기질 기준은 실외 기준보다 엄격하지 않다.

도시철도에 따르면 2016년 측정한 1~9호선 지하역사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82.4㎍/㎥이며, 1호선이 95.6㎍/㎥로 가장 높았고 9호선이 68.9㎍/㎥로 가장 낮았다.

1호선부터 9호선까지 모두 150㎍/㎥ 이하로 지하역사 실내공기질 유지 기준을 만족했지만 WHO 대기 권고기준인 50㎍/㎥의 3배에 이르는 이 수치가 안전을 보장하는 수준이라고 신뢰하기는 어렵다.

<출처: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메트로 9호선, WHO>

실내 방출 오염물질이 사람의 폐에 전달될 확률이 실외에서보다 1000배 높다는 WHO의 보고서를 감안하면, 현재의 관대한 기준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도시철도 측은 1년 또는 2년에 한 번 정도 전동차와 지하역사의 공기질을 측정해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측정결과를 보면 1호선부터 9호선까지 호선별, 역별로 측정일이 모두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미세먼지 농도와 같은 공기질은 날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특성이 있는데, 서로 다른 일자에 측정된 것이 그해를 대표하는 자료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남는다.

측정 날짜의 선정 기준은 무엇이며, 선정 기준은 타당한지, 1~2년에 한 번의 측정이면 충분한지 시민들은 알기 어렵다.
 

유해물질 심각한데도 관리는 부실
지하역사·터널·전동차 등의 공기 중에는 발암물질인 라돈·석면·폼알데하이드·미세먼지 등 각종 유해물질들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라돈과 석면 등의 물질들은 유해성이 입증됐음에도 관리에 대해 강제성이 없는 권고기준에 속해 있다.

서울메트로(2013년)와 서울도시철도공사(2014년)가 지하역사·터널·배수펌프장의 라돈 농도를 측정한 결과 1~8호선 298개역 가운데 57개 역이 기준치인 148Bq/㎥를 초과했으며, 특히 길음역 배수펌프장에서는 기준치를 20배나 초과한 3029Bq/㎥이 검출되기도 했다(본지 2015년 9월11일 자 보도).

이런 미흡한 관리 환경 속에서 지하철 이용객들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내내 호흡을 하며 유해물질이 포함된 질 나쁜 공기를 마시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하철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장시간 동안 매우 해로운 환경에 노출되게 된다.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질병 여부 심의결과 회신서’를 살펴보면 라돈에 대해 누적 노출량이 동일할 경우, 고농도로 단기간 노출되는 경우보다 저농도로 장기간 노출될 경우 더 위험하고 누적 노출량에 비례해 폐암 위험도가 높아짐을 알 수 있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도시철도 사업장 근무 노동자의 호흡기 관련 산업재해 발병률은 10만명당 91.3명으로 전체사업장 4.9명 대비 18.6배나 높았다고 한다.

현재 도시철도 측에서는 지하역사·터널·전동차의 공기 중 유해물질을 관리하기 위해 환기시설을 가동하고 분진흡입차와 고압살수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장하나 전 국회의원은 환기시설이 비용문제 때문에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않고, 그나마 있는 설비마저 운영·관리가 허술한 상황임을 밝힌 바 있다.

2016년 기준 미세먼지가 가장 심했던 6호선 공덕역  <사진=박수현 인턴기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하역사보다 전동차에서 더 오랜 시간 머무르지만 PM10의 지하역사 실내공기질 유지기준은 150㎍/㎥ 이하, 전동차에서의 권고기준은 200㎍/㎥ 이하로 적용되고 있어 이러한 기준에도 의문이 남는다.

의문만 남기는 현재의 느슨한 지하철 공기질 기준은 충분히 강화해서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며, 아직 기준이 없는 터널과 운전실에 대해서는 당장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와 동시에 적절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설비와 기술 개발, 공기질 개선을 위한 연구가 충분히 진행돼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박수현 인턴기자(성신여대 청정융합과학과)  ahwooo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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