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다 보면 더 아름다운 소나무, 신은섭 작가

[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한국인에게 소나무는 특별하다.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태어나 생솔가지를 꺾은 금줄로 세상에 나옴을 축복받고 지상에서의 마지막은 소나무로 지은 관에서 맞이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인의 삶에 깊숙이 자리잡은 소나무는 절개와 기개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반이 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늘 푸른 소나무를 꼽는 이유다. 소나무를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신은섭 작가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소나무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 보는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 주목받고 있다. <편집자주>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 그 미래는?

강건한 소나무를 화폭에 담고 있는 신은섭 작가는 나무를 정면의 시각이 아닌 작가 특유의 시각으로 표현한다. 신 작가는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세종대학교 회화과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120여 회의 단체전, 13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3회의 부스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5년 제5회 한국국토해양환경미술대전 환경부총재상을 수상했고 일간스포츠 선정 2017년 우수작가 로 뽑혔으며 한국 미술협회 이사, 인천 미술협회 이사, 계양 미술협회 초대 작가 및 이사, 아트뮤제 전속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소나무를 국목(國木)으로 지정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우리나라 국기(國旗)와 국가(國歌), 국화(國花)는 있지만 국목은 별도로 없는 실정에 소나무를 국목으로 지정하기 위한 결의안이 발의되고 토론회도 이어 나갔다. 실제 지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소나무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던 신 작가도 이러한 움직임을 함께 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지만 각종 개발로 인한 남벌, 재선충병 재발 등으로 인해 그 개체수가 점점 줄고 있다. 또한 해외 많은 나라에서 가장 위험한 병해충으로 지정하고 있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일각에서는 재선충병 방제에 실패할 경우 일본과 같이 소나무가 멸종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산림청은 올해까지 재선충 완전방지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장담하기는 어렵다.

 

소나무를 보는 새로운 시각 ‘올려보기’

신은섭 작가는 “왜 소나무를 그리는지”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는 “그냥 다 좋다”고 말한다. 너무 많은 말이 입에서 맴돌 때 사람들은 ‘그냥’이라고 말한다.

소나무는 봄·여름·가을·겨울에 걸쳐 한결같이 푸르르다. 변하지 않는 의리의 상징이면서 산 높은 바위 틈에서도 자라나며 온갖 비바람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웅장한 기품을 가지면서도 천 년을 사는 장수의 상징이며 청령포, 관음송 같이 곧고도 높은 고결한 기상을 가지고 있다. 신 작가는 다 나열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이유로 소나무를 그리고 있다고 했다.

잠시 하늘을 올려보는 여유 ‘힐링’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 보는 듯한 작품 속 시선은 다른 작가들과 겹치지 않게 소재거리를 찾다가 발견한 작가만의 구도다.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소나무를 올려다 보는 순간이 바로 휴식”이라고 설명했다. 앞만 보고 정신없이 뛰어가는 현대인들은 잠시 쉬어 하늘을 볼 여유조차 잊고 지낸다. 신 작가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 본 하늘에선 빛이 쏟아지고 그 빛과 나 사이에 자연스레 소나무가 자리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의 소나무 그림은 올려보기와 빛을 통해 감성을 자극하고 먹과 색의 자연스러움으로 다양함과 풍부함을 통해 감동을 자아내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에게 소나무는 삶의 기본이자 전부다. 작품을 하나 하나 완성하면서 작가의 삶도 하나씩 맞춰지고 있다. 신은섭 작가는 삶의 기본이자 전부가 된 소나무에 대해 “산등성이 바위로 뒤덮여있는 물 한 방울 흐르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도 몸을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면서 삶의 끈질긴 면을 보여주는 반면, 평지에서는 세상 모든 것을 품에 안으려는 듯 하늘로 쭉쭉 뻣는 소나무의 기백과 강인함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나무에 빛 더하면 편안한 솔향 코 끝 스쳐

실제로 솔가지사이로 햇볕을 바라보면 소나무의 거칠고 둔탁한 껍질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빛을 받게 되면 따스함, 여유가 생긴다. 그는 소나무의 묵직함, 강인함, 인자함을 함께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소나무와 햇빛의 만남은 온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솔가지 사이로 따스하게 내려오는 햇빛은 내면의 정서를 끌어내게 한다. 더운 여름, 채색과 담묵을 연하게 첨가하면 신선함과 시원함을 준다. 그는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으로 ‘솔향이 코를 스칠 때’를 들었다. 작품에 몰입하다 보면 코에서 송진 냄새가 나기도 하는데 그런 날은 작업이 잘된다. 작업실에서 소나무를 그리는데 송진 냄새가 난다는 것은 현장에서 느낀 감정이 화폭에 제대로 담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시선을 느끼게 해준 61마리의 개미

송진향이 꼭 소나무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작업을 마친 그에게 뭔가 모를 허전함을 주던 작품은 나무 기둥 속 옹이에 개미를 채워 넣음으로 완성됐다. 그림을 시작한 날인 6월1일을 기념해 총 61마리의 개미가 그림에 등장한다. 그는 송진향을 느낀 6월 1일은 “전에 느끼지 못한 새로운 시선의 만남을 느끼게 해 준 날”이라 회상했다.

그의 작품은 아직도 발전 중이다. 그는 현재 수준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자아와 인식을 확장해 가고 있다. 작가의 수묵작품은 방송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신은섭 작가는 최근 전시를 마치고 해외전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전시회 뿐 아니라 국회에서의 초대전도 계획돼 있다. 그에게 소나무는 ‘세월을 품안에 가득 감싸 안은 묵직하면서 여유로운 나무’다. 신은섭 작가는 “4계절 모진 비바람과 눈보라 뜨거운 태양 아래서 언제나 늘 그 자리에서 세상을 한결 같이 내려다보면 모든 걸 포용하는 여유로운 소나무처럼 여유롭고 편안한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수묵화 장점 살린 미학적 소나무로 재탄생 기대

신은섭 작가가 소속된 아트뮤제(대표 문정희)는 500여 명의 실력 있는 미술작가들이 2주씩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문 대표는 신 작가의 도전에 대해 ‘매우 가슴 떨리는 일’이라 말했다. 그는 “매력적인 작품 소재인 소나무를 표현하는데 수묵 작품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하려는 신은섭 작가의 노력을 높이 산다”면서 “앞으로 비구상적인 접근을 통해 소나무가 미학적으로 표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담에 위치한 전시장은 지하철역에서도 가까워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직장인들의 휴식 공간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문정희 대표는 “과거에 전시는 소수 매니아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전시회장에 들러 좋은 기운과 행복의 감정을 얻고 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전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