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매뉴얼 보급·반복훈련, 안전실천 생활화해야

8월23일 민방공 대피훈련 공습경보가 울리자 주요 교차로를 중심으로 차량들이 멈춰서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교통경찰을 비롯한 통제요원들의 신호에 의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길거리를 지나는 보행자들은 장소에 따라 큰 편차를 보였다. 서울 시청과 광화문 광장 등에서는 경보가 울리자 대부분 통제에 따라 대피했지만, 강남역 일대를 비롯한 지역에서는 하던 일들을 계속했다.

훈련일 뿐 나와는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이번 훈련은 북한의 장사정포나 미사일 등의 공격을 대비한 것이었는데 만약 실제 상황이었다면 훈련을 무시한 시민들의 피해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모의 훈련이기 때문에 무시했고, 실 상황에서는 잘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학교였다. 훈련에 참가한 많은 학교들이 경보가 울리자 학생들을 건물 1층이나 운동장에 모이게 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폭격 시 자살행위와 유사하며, 반드시 지하로 대피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학교 민방위매뉴얼이 잘못된 결과다.

안내 방송만 하고 대피훈련을 아예 하지 않은 학교들도 있었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에 익숙해져 정작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이를 무시한 양들이 늑대의 먹이가 되도록 ‘안전 불감증 훈련’을 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반면, 선진국들은 핵 공격을 대비한 훈련을 꾸준히 계속해가고 있다. 스위스는 대피소 건설을 의무화해 공공시설은 5000여개, 개인대피소는 30만개가 넘는다.

독일은 미사일, 핵공격 상황시 대응교육을 실시하고, 10시간의 법정교육을 이수하지 않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 인구 5만 이상 지역 신축건물 내 열흘 이상 견딜 식량과 물, 화장실이 준비된 대피소마련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훈련 결과를 잘 돌아보고 보강책을 서둘러야 한다. 적절한 매뉴얼을 만들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훈련하고, 이를 무시한 경우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음주운전이나 마약사범 단속 등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정부가 행동을 강제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민방위 훈련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국가의 구성원이며 자산이다. 만약의 불상사가 일어났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는 훈련의 반복이다.

이런 일에 정부가 자유권 운운하며 의지를 굽힌다면 그야말로 정부로서 자격이 없는 책임회피가 될 것이다.

일정 주기별로 방송과 신문 언론매체를 통해 대국민 안전수칙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비상대피요령이 담긴 앱과 손지갑·스마트폰 용 매뉴얼을 보급·숙지케 해야 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