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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환경생태계에 소중한 ‘흙’농촌진흥청 이덕배 농업연구관(전 한국토양비료학회장)
농촌진흥청 이덕배 농업연구관

생태계는 동물, 식물, 미생물과 같은 생물체들과 공기, 수분, 토양과 같은 자연환경으로 구성돼 있다. 생태계에서 살고 있는 생물들은 양분을 얻는 방법에 따라 생산자와 소비자, 분해자로 나눠진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몸에 필요한 양분을 만들어 살아가는 대표적인 생산자이다.

동물은 스스로 양분을 합성하지 못하고 식물이나 동물 등을 먹고 사는 대표적인 소비자이다. 생태계에서 분해자는 죽은 생물체를 분해시켜 생산자에게 양분을 공급해주는 버섯, 세균, 곰팡이 등 미생물이 대표적이다.

흙, 다양한 물질순환의 터전 제공
흙은 생태계의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분해자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해 다양한 물질순환의 터전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그래서 흙이 건강해야 생태계의 일원인 인간도 건강해지는 것이다.

흙은 수많은 알갱이로 구성돼 있으며, 그 구조에 따라 홑알과 떼알 구조로 나뉜다. 홑알 구조는 테니스 클레이코트처럼 공이 잘 튈 정도로 딱딱해서 수직으로의 물 빠짐이 나쁘고, 공기도 잘 통하지 않아서 생명체가 잘 살 수 없다. 떼알 구조를 갖지 못한 흙은 생태적 기능이 마비돼 1차 생산자인 식물이 잘 자랄 수 없어서 소비자인 동물도, 분해자인 미생물도 살 수 없는 황무지가 될 수 있다.

반면 떼알 구조는 낱알이 서로 결합해서 덩어리를 형성하면서 덩어리 사이에 공기와 물이 잘 통해서 식물은 물론 동물들이 잘 살 수 있다. 흙은 하늘의 빗물을 머금어 홍수도 막아주고 지하수를 보충해 준다. 흙에 공기와 물이 자유롭게 이동을 해야 생물들도 살아 숨을 쉴 수 있다. 물과 공기가 있는 흙이어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흙이다. 그래서 떼알 구조의 흙을 발달시켜야 한다. 흙에 유기물을 넣어주고 깊이 갈아주면 식물이 잘 자라고 뿌리도 깊게 뻗어 떼알 구조가 발달된다. 생산자가 풍부한 흙에는 소비자도, 분해자도 풍부해져서 건전한 생태계가 조성된다.

바위로부터 생성된 흙에는 양분 함량이 다양하다. 그 영양소들이 식물의 생육을 결정짓고, 소비자인 동물의 생육과 건강에도 깊이 영향을 미친다. 제주도의 화산회토양에는 가용성 인산 함량이 낮아 풀에도 인산 함량이 낮고 이를 먹은 동물도 체격이 왜소화된다. 이 같은 낮은 토양 인산 함량으로 인해 제주 조랑말이 탄생된 것이다. 그래서 토양 중 양분 함량을 검정해 필요한 만큼의 양분을 공급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200년’, 1cm 깊이의 흙이 만들어지는 시간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 흙의 표면에 양분이 집적되고 점차 사막으로 변한다. 이 조건에서 바람이 불면 흙먼지가 돼 먼 거리를 이동한다. 반면에 비가 내리면 염기성분인 칼슘, 마그네슘, 칼리가 씻겨 내려 흙은 산성화되고, 흙탕물이 호소나 바다를 메꾸고 급기야 강하구에 삼각주를 형성시키기도 한다. 1cm 깊이의 흙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200년 이상이 걸린다.

이렇게 흙이 장구한 세월 속에 생성됨에도 불구하고 하룻밤 사이에 손실되는 일이 잦다. 산사태 등으로 인해 토양 생태계가 파손되면 복구비용이 많이 발생된다. 요즘 빈번히 발생되는 흙먼지는 세탁물 건조문제와 외출과 야외운동 제한, 호흡기질환 문제 등을 일으킨다. 토양 유실은 모래·자갈·점토 함량 등 토성인자와 비·바람·온도 등 기후인자, 지표면의 식생인자에 의해 결정된다. 이 중 식생을 조성해 흙탕물이나 흙먼지를 방지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우리 역사에서 흙을 잘 가꿀 때 국력이 신장되고 문화가 발달했다. 세종은 전국적으로 흙가꾸는 기술을 모아 농사직설(農事直設)을 편찬해 널리 보급한 결과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국가의 기간산업인 농업이 부흥되니 국방력도 대폭 신장됐고 과학기술과 문화사업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두었던 것이다. 1970년대 통일벼의 생산성을 극대화시키는 토양비료기술 덕택에 쌀 자급을 이뤘고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에도 밑거름이 됐다. 반면 백성들이 흙을 가꾸지 못하고 유랑생활을 전전하면서 민심이 이반됐던 조선 후기에는 국력이 극도로 쇠약해졌고 마침내 나라가 망하기도 했다.

흙을 방치해서 흙탕물과 흙먼지 속에서 살 것인지 아니면 잘 가꿔서 맑은 물, 건강에 좋은 농산물을 즐기면서 살 것인지는 전적으로 흙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흙은 발밑의 하찮은 존재가 아닌 자기 자신을 버티게 해주는 기반이므로 잘 가꿔야 할 것이다.

흙의 이해와 활용을 위한 조사·분류 전문가 워크숍 <사진제공=이덕배 연구관>


<글 /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이덕배>

서효림 기자  shr8212@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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