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4가지' 에너지 전환 시나리오 제시

[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대한민국이 저탄소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WWF(세계자연기금)는 지난 23일 컨퍼런스를 열어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한민국 2050 에너지 전략’ 보고서를 기반으로 장기적인 에너지 전략 비전을 제안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정부가 탈원전·탈석탄 에너지 분야의 공약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시기에, 화석 에너지 생산량을 줄이되 국내에서 에너지 부문에서 재생에너지 100% 수급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보여줬다는 데 의의를 갖는다.

청정 대한민국 위해 재생에너지 목표 높여야

전 외교부 기후변화 손성환 대사는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말하고 전세계 에너지 시장의 의미있는 변화를 설명했다. 손 전 대사는 “우리나라 대기오염 사망자는 100만 명당 1천 1백명으로 OCED 국가 중 유일하게 1천 명을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 사회를 위해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데 WWF의 보고서가 큰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또 충분한 경제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재생에너지는 인프라의 확충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음이 세계 에너지 시장을 통해 이미 밝혀졌다고 말하며 미래의 청정 대한민국을 위해 재생에너지 목표는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위한 4가지 시나리오 제시

WWF 글로벌 기후·에너지 프로그램 리더 마누엘 풀가르-비달(Manuel Pulgar-Vidal)은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략 발표를 환영했다. 마누엘 풀가르-비달은 페루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고 제2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0)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WWF의 시나리오와 같이 저탄소 사회로 나아가고 노력한다면 세계적인 사회 경제적인 변화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WWF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한국 사회가 에너지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4가지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에너지 부문을 재생에너지 100%로 공급하는 ‘비전형 전환 시나리오(Visionary Transition Scenario)’다.

 

획기적 전환 없이는 에너지 재난 극복 어려워

이번에 제시된 에너지 전환 시나리오는 국내외 주요연구와 모범사례를 참고하고 국내 에너지 잠재성을 분석해 제시됐다. 기준 시나리오는 기존의 사회경제적 추세와 정책적 측면을 위지하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전체 에너지 공급원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10%에 그친다. ▷중간형 전환 시나리오는 2014년 대비 최종 에너지 수요량 7% 감소, 전체 에너지 공급원 중 재생에너지 비중 45% ▷선진형 전환 시나리오는 에너지 수요량 약 24% 감소, 전체에너지 공급원 중 재생에너지 비중 55%의 대안 시나리오다. 비전형 전환 시나리오에서 요구되는 전환은 에너지 고효율화를 통해 최종 에너지 소비를 24% 감소시키고 2050년에 원자력과 천연가스, 석탄, 석유 등 에너지 부문의 화석연료는 태양, 바람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된다.

재생에너지 전환 소요비용, 원전·화석에너지보다 낮아

보고서 발간에 책임 연구원으로 참여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5%에 달하고 원전 밀집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말하며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환경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에너지 생산·소비 방식 일대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만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면 2050년에는 태양, 바람 등 100% 재생에너지 전환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라 소요되는 누적비용은 기존 원자력·화석연료의 운영과 유지를 위한 비용보다 적다. 경제적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발전부문 설비 증설 등 자본투자비용과 운영유지비용, 연료수입비용 등을 반영한 결과 2014년부터 2050년까지 기존 화력과 원자력 사용시 소요되는 비용이 3,152조원에 달하는 반면 수요량 감소에 따라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일 경우 비용은 최소 2,804조원에서 최대 3,141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한다.

이 수치는 각종 논란을 최대한 배제하고 일관성을 유지하지 않기 위해 전망치를 사용하지 않고, 화석연료 사용이 야기하는 미세먼지 발생에 따른 사회적비용 등을 배제한 결과다. 또한 기초통계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제시한 국가별 발전원별 비용 자료를 이용했다. 사회적 할인율이란 공공투자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할 때 미래의 비용·편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기 위해 적용하는 할인율이다.

재생에너지 보급 한계는 기술력으로 극복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이상훈 소장은 시나리오별 목표를 달성하려면 수요·공급 측면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요 측면에선 ▷전기요금 제도 현실화 ▷친환경차 보급 확대 ▷건물 에너지 효율 확대 및 제로에너지 빌딩 확대 등을 제시했고 공급 측면에선 ▷ 재생에너지 R&D 인프라 구축 및 투자 확대 태양광·풍력 보급 사업 추진 등을 언급했다. 우리나라의 특성 상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소장은 “태양광 발전의 경우 호수 수면이나 건물 벽면에도 설치가 가능하다”며 “최근 바다 위에 띄우는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도 실증 단계인데, 삼면이 바다인 한국은 독일보다 여건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 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제시된 시나리오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정부의 발표에 비해 높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요·공급 측면에서 전방위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패널 토론에서 김성수 한국에너지공단 정책실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책의 일관성이다. 의지만 있다면 (재생에너지 비중) 20% 달성은 어렵지 않다”고 말하며 정부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는 기존 화석에너지를 바라보는 시각과 달라야 한다”며 “에너지의 밀집·대량 생산이 아니라 각 지역 조건에 어울리는 에너지 발전소를 배치하고 분산적으로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 탄소중립국 선언한 노르웨이 사례 눈길

패널토론에 참여한 앨린 삭브로튼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 상무 참사관은 2030년까지 노르웨이를 탄소중립국으로 만드는 계획을 소개했다. 1990년 이래로 노르웨이는 석유에 따른 수익을 국부펀드로 운용해 수익금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에 재이용하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탄소중립 계획을 2050년에서 2030년을 앞당기면서 펀드 자금으로 전기차 시장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전기 자전거 시장도 커지고 있다. 현재 노르웨이 자전거 10대 중 1대는 전기 자전거다.

 

정부의 의지, 국민의 노력 모으면 재생에너지 100% 달성 가능

에너지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면 소비자는 에너지공급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선택하고 그 요금으로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미래 구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사회적 논의 활성화를 통해 효과적으로 이행 시스템을 구축하고 계획을 마련한다면 에너지 수입도가 95%에 달해 세계 에너지 이슈에서 안전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는 신산업 성장 동력으로서의 사회경제적 효과도 기대되는 시점이다.

WWF-Korea(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윤세웅 대표는 “이번 보고서에서 제시한 시나리오가 유일한 로드맵은 아니지만 국민적 관심과 협의를 토대로 노력한다면 에너지 선도 국가로의 도약도 어렵지 않다”고 했다. 윤 대표는 보고서 발간에 대해 2050년에 이르는 장기적인 에너지 계획과 파리기후협약의 시행을 이끌고 있는 글로벌 자연보전기관의 노하우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느 국가나 에너지 안보는 국가의 생존이 달린 중요한 문제”라며 “클린에너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보고서가 에너지 수입 95%에 달하는 우리나라가 에너지 전환을 통해 세계적인 에너지 흐름을 이끄는 에너지 선도 국가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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