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유발 연쇄상구균 등 세균 오염 문제도 심각
사육, 도살, 유통 등 전 과정에서 비위생적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개농장에서 항생제를 널리 사용한다는 동물보호단체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다. 동물자유연대가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3R동물복지연구소에 의뢰해 전국의 재래시장에서 총 93개의 개고기 샘플을 채취해 항생제 잔류검사와 미생물 배양검사가 병행한 결과가 공개됐다.

일반 가축에 비해 거의 100배에 달하는 항생제가

식용 개고기에서 검출됐다.

조사결과 전체 93개 샘플 중에서 2/3에 달하는 61개(65.4%) 샘플에서 8종의 항생제가 검출됐다. 

이 중 42개의 샘플을 시·도 축산물시험기관에서 사용하는 기준(검출한계 미만 불검출 처리)을 적용하면 항생제 잔류치 검출은 45.2%. 

이는 일반축종을 더한 축산물의 항생제 검출 비율 0.47%에 비해 거의 100배(96배)에 달하는 수치다.

조사에서 나타난 세균 또한 항생제만큼 심각하다. 대장균을 비롯해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는 연쇄상구균(Streptococcus spp.) 등 사람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균들이 검출됐다.

사육에서 유통에 이르기까지 개고기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거의 모든 과정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축산법상 개는 가축에 포함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개농장 및 사육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불결하고 비위생적인 음식쓰레기가 먹이로 공급되고 있지만 환경부 역시 손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실태 파악조차 어려워

이처럼 식용 개고기에서 항생제와 각종 세균이 대량으로 검출되는 것은 개농장의 사육환경이 매우 비위생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개를 배터리케이지 형태의 철장에 평생 가둬서 사육· 도살해 식용한다. 중국, 베트남 등 개를 먹는 국가들이 있지만 식용을 위해 조직적으로 1000마리 이상 개농장을 운영하는 국가로는 한국이 유일하다.

전국적으로 최소 3000개 이상의 개농장이 존재하고 연간 100만 마리의 개들이 도살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제공=이정미의원실>

지난 6월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대표 임순례)가 환경부로부터 가축분뇨처리시설 신고 의무 개농장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한국에는 18평 이상 가축분뇨처리시설 신고 의무가 있는 개농장이 최소 2862개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개농장에서 최소 78만1740 마리의 개들이 사육되고 있으며 개농장 한 곳당 평균 273마리를 사육하고 있었다.

산속이나 외진 곳에서 사육되거나 신고 되지 않은 18평 이하 중소규모 개농장까지 포함하면 개농장의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통계로 잡히지 않은 개농장을 고려하면 연간 100만 마리 이상의 개들이 식용으로 유통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전국적으로 1000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공장식 기업형 개농장만도 77개(2.7%)를 넘는다. 

개농장 내 번식이 자유롭고 신고되는 개의 숫자가 정확하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대형'이라 할 수 있는 500마리 이상 사육두수 신고 농가를 포함했을 때 한국의 기업형 개농장은 전국적으로 422개에 달한다.

관리사각지대 놓인 사육장과 도살장

모든 개농장에서 개들은 대소변이 바닥으로 투과되는 배터리케이지 형태의 ‘뜬장’에서 사육되고 있었다. 

바닥망은 발가락은 물론 강아지들의 다리가 빠지는 구조다. 30도가 넘는 여름에도 케이지 안에 물이 비치된 개농장은 20여개 농장 중 한 곳도 없었다. 

뜬장 아래로 동물들의 배설물이 쌓여 토양으로 스며들지만 이를 제대로 처리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

소와 돼지와 같이 허가된 별도의 도축장이 없기 때문에 개식용을 위한 도살은 대부분 개별 농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개들은 개농장에서 직접, 또는 ‘작업장’이라고 불리는 도살장에서 도살돼 식용으로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정부의 감시가 없는 사각지대에 놓였기 때문에 위생적인 관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동물자유연대는 “현장 조사 결과 소규모 농장들의 폐업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사회는 개식용 합법화가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사회로 치닫고 있는 중인 것을 감안해, 정부의 식용개 사육금지에 대한 로드맵과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정미 의원은 “개라는 동물은 대량 사육에 매우 부적절하기 때문에 대규모 사육 자체가 동물학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관리체계 없이 방치된 개농장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문제가 심각한 지역부터 집중적인 동물보호 단속 점검에 나서 동물보호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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