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정보 공개 요청 묵살, 조합은 공사 강행

[환경일보] 이정은 기자 = 석면문제를 우려하는 학부모와 주민들의 분노가 초등학교 학생들의 등교거부 사태로 이어지는 등 날로 악화되고 있다.

경기도 과천의 문원초등학교에서 1200여명에 이르는 재학생중에서 77%에 달하는 923명의 학생들이 9월5일부터 이틀에 걸쳐 등교를 거부했다.

학교와 주거지역에 인접한 과천 주공2단지 재건축 현장에서 석면철거를 일방적으로 진행하는데 분노한 부모들이 학생들을 이틀째 학교에 보내지 않으며 거센 항의표시를 한 것이다.

<사진제공=환경보건시민센터>

문원초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의 이재홍 위원장은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인 SK, 롯데 측에서 석면조사보고서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석면철거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공개된 환경부의 조사에서는 재건축 현장에서 반경 2㎞ 이내에 살던 주민 78명에게 2년도 채 살지 못하는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이 걸렸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불안해서 어떻게 애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겠느냐?”며 등교거부라는 적극적인 항의행동에 돌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문원초 비대위는 석면철거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고 학부모와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석면철거를 진행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조합측은 이를 무시하고 9월2일부터 석면철거를 강행했다. 노동부와 과천시청 역시 석면철거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에 문원초 학부모들과 인근 지역주민 200여명이 9월2일부터 4일까지 항의집회와 기자회견을 열고 시청과 시의회의 석면안전행정을 요구했다. 그래도 변화가 없자 9월5일부터 학생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극단적인 항의방법을 취한 것이다.

과천에는 문원초 뿐만 아니라 인근의 관문초에서도 석면문제로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거나 학교 앞에서 집회를 갖는 등 석면문제로 인한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나곡초에서도 석면문제로 학생 20여명이 등교를 하지 않는 등 전국 곳곳에서 학교 안팎의 석면문제로 학부모들의 우려가 심각한 상태다.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정부의 석면정책 총괄부처인 환경부의 장차관이 나서 시급히 현장을 둘러보고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개최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석면철거의 인허가 및 규제기능을 갖고 있는 노동부와 주거환경의 석면문제에 책임이 있는 환경부가 합동으로 재건축, 재개발로 인한 석면문제의 갈등을 민주적이고 친환경적으로 해결하는 모범사례를 만들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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