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낙하산 인사로 사기저하 불구 ‘산악시인’ 수장 거론
설악산 케이블카, 조직정비 등 당면 과제 해결할 전문가 필요

[환경일보] 정권 교체 이후 환경부의 첫 산하기관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87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문을 연 이래 올해로 30주년을 맞았고 서울 마포의 빌딩에서 세를 살던 처지에서 벗어나 강원도 원주시에 새청사를 개청하는 등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지만 현실은 그닥 좋지 못하다.

정권이 교체된 만큼 정치인, 관료, 군인 출신의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들의 전리품처럼 여겨졌던 이사장 자리에 이번만큼은 전문가를 선임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자리는 여전히 정권 창출의 전리품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직 국회의원에 이어 이번에는 '산악시인'이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도 낙하산 인사는 계속되는 것일까. <사진제공=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결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3선의 전직 국회의원 출신에 이어 이번에는 ‘산악시인’이라 불리는 K씨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1980년대 히말라야 원정대에 참여해 등반대장을 맡았던 K씨는 이후 백두대간을 오르내리며 수백편의 시를 써 ‘산악시인’으로 변신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는 시의원으로 출마했다 낙선하며 정치권에도 진출했던 K씨는 대선에서 문학인·연극인 등과 함께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이번에도 '전문성' 따위는 무시

환경부 장관의 2~3배수(명) 제청과 대통령 임명 등의 절차가 남아있지만, 이 같은 낙하산 인사 배경에는 청와대 비서관과 환경부로 이어지는 인사라인의 교감이 었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소위 말하는 ‘코드’가 맞는 인사라는 것이다.

전직 산악인 출신의 K씨가 국립공원에 애정이 깊다는 것에는 주위 사람들 모두 동의한다. 여기에 오랜 기간 노인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며 개도국에 병원을 개설하는 등 사회적 존경도 받고 있다.

그러나 개발욕구를 감추지 않는 지자체와의 갈등을 중재하고 조직경영 및 관리에 적임자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환경부 장·차관이 모두 시민단체 출신인 가운데 산하기관장까지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로 채우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4배수 압축과정에서 탈락한 인사들과 환경부에 추천된 인사들을 비교하면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진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환경부 추천 후보는 모두 4명으로, 국립공원관리공단 내부 직원 2명과 언론인 출신 그리고 K씨가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공원의 한 관계자는 “국립공원 내부직원과 언론인 출신은 사실상 들러리”라며 “공모는 형식에 불과하고 사실상 내정된 상태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라고 밝혔다.

특히 유력한 후보로 알려졌던 J씨가 탈락하면서 ‘낙하산 인사’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J씨는 국립공원, 산림생태, 멸종위기종 등과 관련해 160여편의 논문을 썼고 20년 전 산림휴식년제를 제안해 도입시킨 인물이다.

낙하산 인사로 망가진 국립공원을 제자리에 돌려놓을 전문가로 안팎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4배수 압축과정에서 탈락하면서 국립공원 개혁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기강 해이, 방만한 조직 개혁 필요

현재 국립공원은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로 양양군은 물론 다른 지자체와의 갈등이 팽팽한 상황이다. 여기에 과도한 비정규직 숫자, 열악한 안전관리요원들의 처우 개선, 수백억 적자에도 성과급을 받는 등 방만한 조직을 정비할 적임자가 필요하다.

내부적으로도 잇따른 낙하산 인사에 직원들의 사기가 바닥을 기고 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새누리당 당직자 출신의 상임감사는 직원을 상대로 낮술을 강요하고 폭언, 폭행을 가해 검찰수사를 받았고 5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2015년에는 소청대피소에서 직원들이 술을 마시다 싸움을 벌여 선배 직원이 후배 직원의 머리를 소화기로 내리치는 혈투가 벌어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김은경 환경부장관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는 사실상 재검토 하겠다는 의미”라며 “이런 중요한 임무를 맡길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으로 K씨를 결정한다면 이는 능력이 아닌 입맛에 맞는 인사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가 점쳐지던 K씨가 돌연 방향을 선회해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에 지원한 것이 본인의 의지만 있었겠는가? 사전에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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