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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중금속 오염, 여기는 봉화 '영풍공화국'수백만평에 금속폐기물 매립, 수십년간 '모르쇠'
1300만 식수원 낙동강에 광미 침출수 지속 배출

[환경일보]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석포제련소는 인근의 토양오염은 물론, 낙동강 수질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환경부와 (주)영풍이 환경개선계획을 내놨지만 ‘눈 가리고 아웅’식의 면죄부가 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환경부가 안동댐 상류오염 발생원을 진단한 결과, 석포제련소에서 배출되는 황·질소 산화물과 중금속 등 대기오염물질이 인근 3~4㎞까지 이동해 토양에 스며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60여곳의 휴·폐광산은 방지시설이 미흡해 광산 갱내수와 광미가 하천으로 유실되고 있는데 일부 광산의 경우 비소(As)가 하천수 수질기준(0.05㎎/ℓ)을 4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석포제련소 4㎞ 이내 농경지 448곳을 조사한 결과 59곳에서 카드뮴 기준치를 초과했고 납 9곳, 아연 129곳, 비소 271곳, 구리는 2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

주민건강영향조사에서도 요중 카드뮴 농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았고 혈액중 카드뮴 농도 역시 1.36㎍/g cr으로 다른 지역(0.77㎍/g cr)에 비해 높았으며 납 또한 4.56㎍/g cr로, 대조군(2.70㎍/g cr)에 비해 높게 검출됐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안동댐 상류 생태환경 조성을 위해 오염원의 근원적 차단, 신속한 환경복원, 상시 모니터링 체계 등을 추진하는 5개년 로드맵을 세우고 거버넌스 기구로 민관공동조사단을 포함한 환경협의체를 구성하는 내용의 대책을 마련했다.

그런데, 환경부가 말하는 오염원인의 근원적 차단은 무엇일까? 석포제련소의 노후화된 시설을 최신시설로 바꾸면 더 이상 오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일까? 혹시 환경개선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진짜 오염원은 눈감아 준 것이 아닐까?

석포제련소 뒤편의 산은 나무가 모두 말라죽어 황폐화된 상태다. <사진=김경태 기자>

국내 최대의 아연광산

석포제련소의 시작은 일본 미쓰비시다.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최대 아연광인 연화산에 미쓰비시가 광산을 세웠고, 해방 이후 미쓰비시가 물러나자 이를 불하받아 연화광업소가 설립됐다.

처음에는 연화광업소라는 이름으로 일대의 원광석을 채굴해서 아연을 생산하다 1970년대 석포제련소가 세워졌다.

이 설비는 1960년대 일본에서 카드뮴 중독으로 ‘이따이이따이병’이 발병하자 한국으로 자연스럽게 넘어온 대표적인 공해산업이다.

연화광업소에서 채굴할 원광석이 떨어지자 석포제련소는 해외에서 정광을 수입해 제련해서 아연을 생산하고 있다.

참고로 영풍그룹의 계열사인 석포제련소와 고려아연은 국내 아연 수요의 80%를 공급하는 독점적 사업자다.

40여년에 걸쳐 중금속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각종 오염물질이 배출되고 주변 지역이 초토화됐다. 식물이 고사되면서 산림이 황폐화됐고 안동댐에는 중금속 폐기물이 쌓여 낙동강을 오염시켰으며 토양 역시 오염됐다.

영풍 "중금속 오염과 제련소는 무관"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가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했지만 영풍의 공식적인 입장은 "안동호 중금속 오염과 석포제련소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지난 7월 K-water(한국수자원공사)가 안동호 퇴적물이 중금속에 오염됐다는 용역 결과를 발표하자 영풍 석포제련소 측은 “오염원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석포제련소 측은 “제련소 주변지역 환경영향조사 결과 제련소의 오염 기여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일부 오염 토양에 대해서는 관련 설비를 개선해 정화 책임을 다하겠다”고 주장했다.

영풍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개선하겠다는 환경은,

지역환경이 아니라 자신들의 기계설비 개선이다.

영풍의 책임회피는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

본지가 최근 입수한 ‘(주)영풍 석포제련소 통합환경영향조사 및 환경개선계획(2017.8)’에서도 주변지역 환경에 대해 책임지는 태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3000억~4000억원가량을 들여 환경개선사업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거의 대부분이 노후시설 개선에 쓰일 계획이다.

배출시설, 방지시설 등이 낡아 오염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노후화된 ‘영풍의 시설’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낙동강의 수질오염을 유발하는 안동댐 퇴적물은 ‘주변 폐광이 원인’이고 산림 황폐화는 산불의 영향과 함께 지역 토양이 본래부터 중금속이 많기 때문이라고 영풍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환경부 조사 이후 영풍의 입장은 “오염이 확인됐지만 석포제련소는 오염원의 10%만 차지하기 때문에 제련소만의 잘못이라고 볼 수 없다”로 아주 조금 바뀌었다.

"설비교체가 환경개선으로 둔갑, 환경부 면죄부 남발
기업은 물론 지자체, 중앙정부도 환경파괴 외면"


1300만 식수원 낙동강이 위험하다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석포제련소는 1300만 인구의 식수원인 낙동강 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환경단체들의 끊임없는 지적과 함께 봉화군으로부터 토양정화 명령까지 받았지만 2년 넘게 버티기로 일관했고 환경 개선은커녕 거꾸로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봉화군에 따르면 2015년 4월과 7월 원광석 폐기물 보관장과 1·2공장의 비소, 아연, 카드뮴, 농도가 기준치의 최대 71배에 달하는 사실이 환경당국에 적발돼 2년 기한의 토양 정화명령을 받았지만 석포제련소 측은 토양정화에 나서지 않았고 행정명령 미이행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또한 지난 2014년 석포제련소 제3공장이 소규모 4종 사업장(연간 8톤 이하 배출)으로 허가를 받은 뒤 불법 증축을 통해 대규모 1종 사업장(연간 80톤 이상 배출)으로 증설했다 적발됐다.

불법시설물이기 때문에 당연히 철거대상이지만 영풍은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버텼고 이후 업종변경을 통해 합법적인 시설물로 인정받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것도 모자라 영풍은 태백시에 귀금속단지를 추진하다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중단된 상태다. 태백시는 '일자리 창출'을 주장하는 시장을 비롯한 일부 주민들과 '공해산업 유치 반대'를 주장하는 주민들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울러 안동댐 부근에서는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올해 여름에도 수만마리가 폐사했지만 당국은 원인 규명에 실패했다.

이와 관련 2016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낙동강 상류지역에 위치한 봉화군 석포제련소 주변 수역의 물고기 떼죽음 원인이 체내 중금속 수치가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일본인 교수의 분석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실제로 환경부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물고기 체내 중금속 수치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물고기 체내 중금속 수치가 확인됐지만 신기하게도, 수질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물고기 떼죽음에 대한 환경부 조사 결과 물고기 체내 중금속이 과다 검출됐지만 수질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게 말이 되는 걸까? <사진제공=환경운동연합>

지역에선 환경부 조사결과 안 믿어

환경부 조사결과 일부 오염이 확인됐지만 지역주민들은 이를 신뢰하지 않는다. 석포제련소가 수십년간 별다른 이상 없이 운영된 배경에 ‘무언가’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석포제련소 인근에서 3대째 토박이로 살아온 지역주민 A씨(71세)는 “처음 제련소가 들어올 때부터 앙고라털을 가공하는 공장이라고 거짓말을 했고 이후 50년 동안 거짓말만 반복했다”며 “환경청에서 농업용 지하수를 조사한 결과 비소가 30배가 초과했다며 폐쇄했다. 그런데 이번 환경부 조사에서는 수질에 이상이 없다고 한다. 이를 어떻게 믿겠는가?”라며 비웃었다.

실제로 석포제련소 부사장은 환경부 과장 출신이었고 영풍그룹 주력사인 고려아연의 사외이사 5명은 이른바 ‘관피아’다.

전 환경부장관을 비롯해 1급인 환경분쟁조정위원장 출신도 있다. 나머지 3명도 이른바 힘 있는 정부기관 출신이다. 대부분 기업들의 관료 출신 비율이 30%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비정상적으로 많은 숫자다.

이뿐만이 아니다. 석포제련소는 지역을 먹여 살리는 젖줄이기 때문에 일부 주민들의 든든한 지지를 얻고 있다.

석포제련소 오염문제로 골치를 앓아온 태백시의회 의원들이 폐쇄를 주장하자 봉화군 일부 주민들이 ‘태백시 물품 불매운동’까지 벌이며 반발했고 결국 태백시의원들의 사과를 받아냈다.

지역주민 B씨는 “석포제련소로 밥 먹고 사는 직원, 가족들이 대략 2000명은 된다. 지방선거에서도 영향력을 미치는 게 사실이고, 군청 공무원들도 눈치를 본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지역 시민단체 회유 의혹도 심심치 않게 나돈다. 봉화군을 비롯한 낙동강 상류지역에는 석포제련소 문제에 반발하는 시민단체, 환경단체들이 많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없어지는 곳도 많았다.

지역의 한 시민운동가는 “당신이 가진 쓸모없는 땅 3만평을 비싼 값에 사주겠다. 금품수수가 아닌 토지거래이기 때문에 안심해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라며 “고민 끝에 거절했지만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연화광업소에서 무단 배출한 광미는 땅속에 묻혀 있다. 여기서 나오는 침출수가 태백시(왼쪽)와 봉화군 양쪽으로 지금도 배출되고 있다. 근처에 가면 역한 화공약품 냄새가 나며 수십년간 흐른 끝에 지표면의 색을 변색시켰다. 진한 갈색의 철 성분이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하다. <사진=김경태 기자>

진짜 오염원은 따로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석포제련소 노후시설을 바꾼다고 해도 지역 환경문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진짜 오염원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1992년 폐광한 연화광업소는 아연을 정제하고 남은 광미(금속을 걸러내고 남은 화학물질 등 각종 찌꺼기)를 봉화군과 태백시 양쪽 방면으로 물에 흘려보냈고 이렇게 쌓인 광미를 흙으로 덮었다.

봉화군의회 이상식 의원은 “본래 계곡이었던 곳이 평평한 땅으로 변했는데, 그 깊이만큼 광미가 쌓였다는 뜻이다. 봉화군 방면의 계곡 넓이만 해도 100만평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봉화군의 옛 연화광산 자리는 종교단체에 팔린 상태다. 이 종교단체는 철창을 만들어 사자, 곰, 오소리 등을 기르고 있다.

연화광산은 태백시 방면으로도 광미를 흘려보냈다. 영풍이 태백시에 해당 부지를 기부채납 했고 태백시는 이 땅을 민간기업에 팔아 레이싱파크로 만들었다. 거대한 폐기물 더미를 아스팔트로 덮어버린 것이다.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도 지하에 묻힌 광미에서는 침출수가 흐르고 있다. 수십년간 침출수가 흘러내린 배출구는 화학물질로 인해 변색됐으며 지금도 물에서 역한 화공약품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여기 매립된 막대한 양을 감안하면 자연적으로 정화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심각한 환경오염에 대한 영풍의 입장은 “지금은 팔거나 기부채납 했기 때문에 우리와 관련 없다”는 것이다.

광미를 매립한 봉화군 지역. 본래 V자 계곡이었지만 폐기물로 메워져 평지로 변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광미가 묻힌 봉화군 지역은 종교단체에서 매입해 현재는 사자, 곰, 오소리 등을 사육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상식 의원>

영풍 "매각한 땅이니 책임 없다"

관할 지자체인 봉화군과 태백시 역시 책임 회피에 바쁘다. 봉화군 관계자는 “광해공단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책임을 미뤘다.

게다가 봉화군 측은 수십년이 지났음에도 해당 지역의 토양·수질 오염도를 측정하지 않아 현재 상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태백시 역시 마찬가지다. 영풍에서 어떻게 태백시로 기부채납이 됐고, 어떤 식으로 매각됐는지를 물었지만 “수십년 전 일이라 아는 사람이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영풍과 지자체 모두 책임을 회피하는 가운데 광해공단이 나서고 있지만 예산이 없다. 수백만평에 달하는 지역을 제대로 정화하려면 조 단위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올해 6월 시작돼 2년간 계속될 태백시 방면 연화광업소 광미 배출지역 수질개선 사업 예산은 41억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수질개선을 하려면 비슷한 시설 수십개를 만들어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수백만평 부지를 정화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쏟아 부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는 따로 있다.

환경부 토양지하수과 관계자는 “1996년 토양환경보전법 시행 이전이든, 이후든 상관없이 토지를 매각했어도 오염이 발견됐다면 토양정화의 제1책임자는 오염시킨 원인자”라고 못을 박았다. 지역 환경을 망가뜨린 원인자 영풍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태백시 방면의 광미 매립지는 레이싱트랙으로 변경돼 사용되다 현재는 폐쇄된 상태다. <사진=김경태 기자>

영풍에 들러리 서주는 환경부

환경부 법령에 따르면 영풍이 책임지고 해당 지역의 오염을 정화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환경부는 영풍의 책임을 묻기는커녕 정확한 오염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의 시민단체 관계자는 “여기는 영풍의 '돈'이 '법'이 되는 곳, 영풍공화국이다. 환경부가 직접 조사를 했음에도 결과물은 제련소 노후시설 개량에 불과하다. 지자체도 중앙정부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영풍이 자기네 시설 바꾸는 게 어떻게 환경개선대책이 될 수 있는가? 그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책에 들러리를 서는 환경부는 또 뭔가? 환경부가 환경개선은커녕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경태 기자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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