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농업기술 개발 및 개도국 대상 기술 공여 중요”
농업전문가 활용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 활성화 기대

농촌진흥청 이덕배 농업연구관

논에 볏짚을 투입하면 토양비옥도 개선으로 작물생산성은 향상되지만, 지구온난화 가스인 메탄의 발생량이 증가된다. 볏짚을 투입해서 식량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논리와 볏짚 투입을 줄여 온실가스를 감축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대립되면 결정은 결코 쉽지 않다.

지난 UN기후변화협약회의에서 교토의정서상의 선진국들은 농업분야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개도국들은 식량안보, 재해취약성 대응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몇 년간 팽팽히 맞섰다. 마침내 2013년이 돼서야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노력과 이에 따른 동반이익(Co-benefit) 추구’를 금후 세계 각국의 농업목표로 합의했다. UN에서 농업분야는 다른 산업분야보다는 협상타결이 빨랐다.

농진청, 녹색농업기술 개발·보급
농촌진흥청은 농업생산성 향상과 환경보전을 위한 녹색농업기술을 개발해 보급해 왔다. 농촌진흥청의 신동진벼는 기존의 벼 품종보다도 적은 질소비료를 사용하고도 고품질 쌀을 생산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흙토람의 비료사용 처방서도 비료의 사용량을 최소화하면서도 농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게 해 준다. 농사에서 비료의 사용량을 줄이면, 지구온난화 가스도 줄일 수 있고, 수질오염도 막을 수 있다.

2009~2011년 충북 영동지역에서 대발생 했던 갈색여치 문제도 농촌진흥청 전문가와 농업기술센터가 협력해 서식환경을 조절하고 친환경 방제법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 제정한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에 ‘친환경 농림수산의 촉진과 탄소흡수원 확충’ 규정을 담았다. 이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사례를 들어 “녹색농업기술의 개발과 개도국 대상 기술의 공여가 중요하다”는 한국대표의 발언은 개도국 그룹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은 바 있다.

개도국 대상 녹색농업기술 지원
농촌진흥청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의 개도국들을 대상으로 식량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필리핀 KOPIA센터는 벼 우량종자 생산마을 조성을 유도해 농가소득을 20%가량 향상시켰으며, 캄보디아에서도 병아리 폐사율을 20%에서 5%로 줄였다. 농촌진흥청의 한-아프리카 농식품 기술협의체(KAFACI) 사업은 아프리카 20개국에 다수성 벼 품종개발을 지원해 2025년까지 벼 생산성을 25% 이상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국제협력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녹색농업기술지원은 물 부족, 폭우, 질병 발생과 같은 재해로 인해 실의에 빠진 개도국 농업인들에게 활력의 요소가 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께서 “정지는 죽음이다”고 말씀하셨다. 역경에 빠진 사람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절망의 시간을 맞이할 수 있고, 그 절망 속에 정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죽음의 길로 달려가게 된다는 말씀이었다. 금후 기후변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두 손을 놓고 허탈해하기보다는 전문가를 중심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기 마련이고 정교한 노력 속에서 효과적으로 활로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위기 속 농업전문가 적극 활용해야 
‘종의 진화’를 저술한 찰스 다윈은 “세상에는 힘센 종이 아닌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고 했다. 기후변화에 잘 적응한다는 것은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정확한 현장진단과 미래예측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대책을 빨리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농업전문가를 활용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한층 활성화되길 기대해 본다. 기후변화의 위기 속에서도 농업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국민들에게는 건강한 밥상과 개도국 국민들에게는 빈곤추방이라는 귀한 선물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글 / 전 한국토양비료학회장·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이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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