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높이보다 훨씬 높은 곳에 대기관측소 설치
현행 모델, 기초적인 풍속·풍향조차 잘못 예측

[환경일보] 고농도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가 떨어지는 이유가 밝혀졌다.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13일 열린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국립환경과학원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모델링의 해상도가 낮고 대기질 측정구가 규정보다 높아 국민의 체감오염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대기오염측정망 지침에 따르면 일반대기측정소의 측정구 높이는 1.5~10m다. 대부분 사람의 키가 2m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10m 높이도 지나치게 높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높게 설치됐다.

서울시 자치구별로 설치된 25개 측정소 평균 높이는 15m이며 마포아트센터에 설치된 측정구는 무려 28m에 달한다. 가장 낮게 설치된 곳마저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에 비해 훨씬 높은 5.5m(성동구)였다.

규정에 맞게 설치한 곳은 성동·은평·송파·구로구 등 4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21곳(84%)는 규정을 위반했다.

일반적으로 저농도에서 대기오염이 심하고 위로 올라갈수록 오염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관측소에서 측정한 오염도와 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오염도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영등포구 당산동 측정소의 높이에 따른 대기오염도 차이. 측정구 높이가 너무 높아서 실제로 사람들이 느끼는 오염도와 차이가 크다. <자료제공=송옥주의원실>

지나치게 낮은 모델 해상도

현행 모델 해상도가 낮은 것도 예보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원인 중 하나다. 최근 3년 평균 예보 적중률은 90%에 가깝지만, 고농도 적중률은 PM10 67%, PM2.5 73%에 불과하다.

현재 수도권에 적용하는 모델은 고(高)해상도 CMAQ이지만 단위격자가 3㎞x3㎞여서 고층건물이나 상세지형을 반영하지 못한다.

그에 반해 환경부가 검토 중인 상세모델(CFD-Chem)은 단위격자가 10mx10m인 초고(超高)해상도로, 300배나 차이가 있다.

송 의원은 “건강 피해는 고농도일 때 일어나기 때문에 고농도 예보 적중률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판단의 근거가 되는 모델링 예측 정확도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립환경과학원이 현행모델의 정확도를 평가하기 위해 서울 시내 3곳을 대상으로 실제 관측치와 모델 예측치를 비교한 결과 예측치 풍속이 더 빨랐고 풍향은 정반대 방향인 곳도 있었다.

당산동의 경우 실제 풍속은 1.4m/s였지만, 모델 예측치는 3.8m/s로 큰 차이를 보인 반면, 상세모델 예측치는 1.6m/s로 실제 풍속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게다가 중요 기상 조건인 풍향은 정반대로 예측되는 경우마저 있었다. 관측 당시 당산동에는 서풍 계열의 복잡한 바람이 불었는데, 모델 예측치에서는 단조로운 북동풍을 예견했다. 반면 상세모델은 서남풍을 예측했다.

풍속예측치 비교. 실제보다 빠르게 풍속이 예측되면 그만큼 오염예측 역시 낮게 예측된다. (검정:실제 측정치, 파랑:현행모델 예측치, 빨강:상세모델 예측치)

잘못된 기상예측으로 오보 양산

기상예측이 잘못되면 대기오염 예측도 빗나간다. 불광동의 이산화질소(NO₂) 실측치는 35.2ppb였는데, 현행모델은 이보다 훨씬 낮은 22.7ppb로 예측했고, 상세모델은 실측과 비슷한 36.7ppb로 예측했다.

또한 현행모델은 고도에 따른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기오염은 지표면에서 심하고 고도가 높을수록 약해진다.

수도권에는 현재 고(高)해상도 모델이 적용되고 있지만, 수도권이 아닌 지역은 예측능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중(中)해상도 모델이 적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은경 환경부장관은 “관측 높이에 대한 문제점은 이미 인식하고 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며 “미세먼지 예측과 관련 고해상도 모델 개발을 추진 중이다”라고 답변했다.

환경부는 고해상도 CMAQ 모델을 올해 안에 전국적으로 확대 구축하고 초고해상도를 가진 상세모델링(CFD-Chem)를 2020년까지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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