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기존에 운영 중인 양구·철원에 중복설치
지진업무 일원화 무색, 지자연 실시간 정보 거부

[환경일보] 기상청이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인공지진, 미사일 발사 등을 관측하는 ‘공중음파관측장비’가 도입부터 운영까지 총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보라 의원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1차 핵실험(2006.10.9) 이후 인공지진 발표 담당부처로 기상청이 지정되면서 도입한 공중음파관측장비의 중복설치, 장비결함 등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2011년 기상청이 수립한 ‘2011년도 다목적 음파관측소 구축 세부 추진계획’은 정부 차원의 독자적인 다목적 인공지진 감시·분석체계 구축을 위해 기존 관측망과 중복되지 않는 화천, 문산, 서화 지역을 관측장비 도입 후보지로 명시했다.

그러나 기상청은 2011년 양구, 2013년 철원에 공중음파관측장비를 설치했다. 해당 지역에는 이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지자연)의 공중음파관측장비가 설치(철원 1999년, 양구 2008년)돼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었다. 

인접한 위치에 장비가 중복 설치되면서 관측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예산이 낭비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지질자원연구원이 인공지능 실시간 정보 제공을 거부하면서 관련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기상청의 공중음파관측장비 유지 관리도 매우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2곳에서 48건의 장비결함이 발생했고, 장애조치에 평균 30일 이상 걸렸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지자연이 운영하는 8곳의 관측장비에서는 62건의 결함이 발생했으며 장애조치는 평균 2일이 소요돼 기상청의 장비관리가 더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기상청이 설치한 양구 관측소는 2015년 7월부터 무려 230일간 장애가 지속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자연, 국방부에만 정보 제공

한편 기상청은 지진관측법에 근거해 지진 통보 및 관측자료 제공에 대한 임무 및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지자연이 운영하는 8개 관측소의 공중음파관측정보는 실시간으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연 관측소의 공중음파 관측정보 실시간 공유를 위해 기상청이 올해 두 차례나 요청했지만, 지자연은 미공군(AFTAC)과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지자연은 현재 국방부, 합참 등에는 지진·공중음파 분석보고서를 실시간 제공하면서도 기상청에는 제공하지 않아 인공지진 대응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두 기관의 업무 이견과 갈등은 이번 북한의 6차 핵실험 당시에도 인공지진 관측, 발표에서의 대응 미흡과 업무 혼선을 빚어 국무조정실로부터 경고를 받았을 만큼 심각하다.

국내 공중음파관측장비 설치 현황<자료출처=기상청, 신보라의원실>

이에 대해 신보라 의원은 “기상청이 최초 수립한 계획과 다르게 관측소를 중복설치 한 것은 심각한 예산 낭비이며, 장비 유지관리도 소홀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상청이 담당부처임에도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초기측정의 중요성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지진업무를 두고 이견이 지속되는 것은 국민들의 안보와 재난 컨트롤에 심각한 위해가 된다”며 “명확한 업무 이관과 담당기관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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