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 위주 관측선 운항으로 무의미한 자료 양산
김삼화 “기상청 IT기술인력 운용 심각한 문제”

[환경일보] 17일 열린 2017 기상청 국감에서도 미숙한 장비 운영이 도마에 올랐다. 수백억원을 들여 해양관측장비를 도입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엉터리 기상예보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상청이 해양기상 관측자료를 파랑수치예보모델에 활용하지 않아 수년간 부정확한 해상기상예보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파랑수치예보모델은 기상청이 국내 최초로 국산화한 수치모델로, 파고의 움직임을 시간대별로 예측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다.

해상기상관측자료를 입력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 지를 예측하는 분석틀로, 많은 양의 해상기상 관측자료가 입력될수록 예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이 기상청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기상청이 지난 7년간 461억원을 투자해 해상기상관측망을 구축하고도, 지금까지 한번도 해상기상 관측자료를 파랑수치예보모델에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남재철 기상청장은 해양관측자료를 기상예보에 활용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기상청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파랑수치예보모델을 개발‧운영하는 데 21억8500만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파랑수치예보모델에 실제 해상기상관측망에서 관측된 파랑 관측값을 활용하는 자료동화기법(모수화)을 적용하지 않았다.

기상청이 김삼화 의원실에 제출한 '7년간 해상 기상예보 정확도'에 따르면 파랑수치모델의 예측 값과 해양기상 관측 값을 비교한 결과, 전 지구모델의 경우 유의파고가 연평균 0.60m, 지역모델의 경우 연평균 0.28m, 국지연안모델의 경우 3년 평균 0.30m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기상청은 해양기상관측선(기상1호)를 수치예보모델에 활용도가 높은 해역에 관측선을 배치하지 않고, 연안 위주로 운항해 수치모델에 입력할 수 있는 유의미한 관측자료를 생산하지 못했다.

수백억 들여 참고자료로 활용

기상청은 기상선진화 12대 과제를 추진하면서 지난 7년간(2010-2016) 해양기상관측망 확충 및 운영예산으로 약 461억원을 사용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상청은 2011년부터 해상기상 관측을 위해 관측선(기상1호), 해양기상부이 17대, 파랑계 3대, 등표기상관측장비 9대, 파고부이 54대, 연안방재관측장비 18대, 선박기상관측장비 12대 등 총 7종 114대의 관측장비를 운영하면서도 관측자료를 수치모델에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국립기상과학원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예보센터에서 파랑수치계산 값 대신 실제 파랑 관측값을 활용하는 자료동화기법을 적용하고 있는데, 해상예보 정확도가 초기 12시간까지만 지속되는 등 실효성이 크지 않아, 수치모델의 해상도를 높이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며 “해상관측망에서 관측한 실제 파랑 관측값은 예보관들이 실황예보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기상청이 461억원을 투자해 확충한 해양기상관측망에서 관측한 자료는 과학예보를 위해 활용되지 못하고, 예보관들이 실황예보를 하는 데 참고자료 정도로 제공된 것이다.

김 의원은 “국내 최초로 국산화한 파랑수치예보모델에도 관측자료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은 기상청의 IT기술인력 운용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수백억원의 관측장비 운용예산이 과학예보를 위해 사용되지 못하고 예보관들의 경험치에 의존해 수동예보를 하는 데 사용됐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남재철 기상청장은 “해상관측자료를 파랑모델 예보에 활용 못 하는 것이 맞다. 직접적인 활용은 못 해도 간접적인 활용은 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남 청장은 “천리안 1호 데이터 해상도가 낮아 실제로 적용했을 때 큰 효과가 없었지만 2호 모델은 해상도가 높기 때문에 국지모델에 활용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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