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고, 먹이주고, 껴안고… 동물카페 전염병 무방비 노출
라쿤, 야생화 될 경우 농작물 피해 및 생태계 교란 위험

[환경일보] 귀여운 생김새로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일명 '미국너구리' 라쿤이 일본에서는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될 정도로 위험한 동물이며 광견병, 북미너구리회충 등의 병원체를 옮길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의원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이형주 대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야생동물을 전시 및 페팅하는 동물카페는 전국에 35개 이상 성업 중이다.

동물카페에서 사육하는 주요 동물이 바로 라쿤(북미너구리)인데, 일부 라쿤카페의 경우 서울, 경기, 대구 등에 지점까지 내며 성업 중이다.

귀여운 생김새 때문에 사랑 받는 라쿤. 그러나 라쿤이 야생화 되면 제2의 뉴트리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라쿤 수입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검역은 허술한 실정이다.

라쿤 268마리 모두 눈으로만 검사하는 임상검사만을 거쳐 수입됐다. 라쿤을 포함한 전체 수입동물 가운데 2010년부터 현재까지 정밀검사를 통해 수입된 야생동물은 따오기 2마리뿐이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라쿤은 인수공통질병인 광견병의 주요 보균동물이며 ‘야생동물의 중요한 고리인 인간의 신흥질병’ 중 인간에게 ‘내장유충이행증’을 일으키는 북미너구리회충(Baylisascaris procyonis) 병원체의 숙주다.

2011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북미너구리회충(Baylisascaris procyonis)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치명적 병원체로 발표한 바 있다.

사망에까지 이르는 북미너구리회충

2012년 모피, 애완용으로 유럽으로 수입된 라쿤이 야생화 되면서 광견병을 전파시킨 사례도 있다. 

이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라쿤은 특성상 사망률이 높아지면 출산률을 높여 대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야생화 될 경우 개체 수 조절이 쉽지 않으며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애완용으로 도입된 라쿤이 야생화 되면서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일으키고 있으며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상태다.

독일 역시 1945년 베를린 근교에서 사육 중인 라쿤이 탈출해 야생화 되면서 보호대상 조류가 위협받고 있으며 자생 육식종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 퍼듀 대학의 연구 결과 미국 내 전체 옥수수 피해의 87%가 라쿤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유럽에서도 수입 라쿤이 야생에서 번식해 개체군밀도가 ㎢당 100마리를 넘어설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외래침입종으로 규정했다.

관리 사각지대 놓인 동물카페

그러나 우리나라 현행법상 동물카페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동물원의 범위인 10종이나 50개체 이상 동물을 전시하는 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관리대상에서 제외됐다.

참고로 국내에 도입돼 생태계 교란을 일으킨 동물은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되며, 아직 들어오지 않았지만 생태계 교란 위험이 있는 동물은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해 관리해야 하지만 라쿤에 대한 위해우려 조사는 현재까지 전무한 상태다.

이 의원은 “동물카페의 경우 동물원 등록 대상에서 대부분 제외돼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였을 뿐만 아니라 손님들이 직접 야생동물을 손으로 만지며, 음식물까지 섭취하기 때문에 인수공통전염병의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라쿤은 번식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유기, 탈출로 인해 야생화 될 경우 제2의 뉴트리아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환경부는 즉시 동물카페의 야생동물 사육 현황에 대해 파악하고 인수공통질병 및 생태계교란의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내에 식용이나 관상용 등으로 수입했다 생태계 교란종이 된 동물에는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속전종, 파랑볼우럭, 큰입배스 등 있으며 정부는 지난 3년간 생태계교란종 퇴치를 위해 68억5천만원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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