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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미지의 공존이 품어낸 ‘순수’와 ‘탄생’의 美‘달항아리’에 인물 담아 모성애 그려낸 김중식 작가
‘아! 어머니’ 이벤트로 관람객에게 가족의 추억 선사

[환경일보] 김은교 기자 = 아름답고 순수한 탄생의 기적을 신비롭고 아름다운 동양의 ‘백자’를 통해 표현하는 화가가 있다. “내 달 항아리 속의 소재는 어느 대상이든 아름다워질 수 있고 생명의 빛을 발하며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말하는 멋스러운 서양화가. 하나의 작품 안에 두 개의 이미지를 중첩시켜 감각적이고 숭고한 심연의 파동을 일으키는 김중식 작가를 만났다. <편집자 주>

/대담=이미화 발행인
사진=김중식 작가, 김은교 기자
정리=김은교 기자

달항아리에 인물을 담아낸 구성이 매우 독특하다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문화유산 ‘달항아리’는 아이를 품고 있는 ‘어머니의 자궁’을 의미한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있는 듯한 둥근 멋에서 모성애를 떠올린 것이다.

‘달항아리’라는 형태 특성적 매개체 안에 오드리 헵번·모나리자·마를린 먼로 등의 인물을 담아 ‘태고적 순수로 돌아가 새롭게 탄생하는 사람’을 나타내고자 했다.

특히 ‘달항아리’라는 동양의 미에 서양을 대표하는 미인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중첩시키는 구성으로 메시지 전달을 시도했으며, ‘더블 팝아트 기법’으로 표현되는 도트(dot) 무늬는 그림 위에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에게 달항아리는 ‘나만의 소우주’와도 같다는 생각이다. 그림을 통해 표현해온 달항아리 속 이야기들은 잉태한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난 아기와 같이 순수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작품명_철화백자와 마를린 먼로, 캔버스 위에 아크릴릭, 100호 <자료제공=김중식 작가>

‘더블 팝아트 기법’은 무엇인가. 이러한 기법을 사용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LED 전광판에서 ‘더블 팝아트 기법’의 영감을 얻었다. LED 전광판에 나오는 영상이 모두 점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것에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작품을 시도하게 됐다.

먼저 캔버스에 이미지를 그리고 도트 무늬 구멍이 있는 종이를 부착한다. 그 위에 또 다른 이미지를 그린 후 구멍 뚫린 종이를 떼어내는 것이 바로 이 ‘더블 팝아트 기법’이다.

무수한 도트 모양으로 중첩된 이미지 작업 탓에, 그림에서도 실제 올록볼록한 질감이 느껴진다. 이와 같은 입체감이 평면의 그림에 더욱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더블 팝아트 기법’은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 낸 노력의 결과물이다.

달항아리 안에 담아 온 인물들과 더블 팝아트 기법을 통해 그려온 인물들이 궁금하다
달항아리에는 김구 선생님·우리나라의 옛 여인 등 동양의 인물뿐 아니라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를린 먼로·오드리 헵번 등 서양의 인물들도 담아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성요한’과 ‘모나리자’·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같은 명화 속 인물·‘반가여래상’과 같은 불상도 그렸다.
이 밖에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비너스·한류스타인 배우 배용준과 이병헌의 모습도 그림에 담아냈다.

작품명_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캔버스 위에 아크릴릭, 100호 <자료제공=김중식 작가>

‘유학 자율화’가 되기 이전인 1985년도 당시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고 들었다
유학생 중 그림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100명이 안 됐던 때이기도 하다. 그림이 그리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이라는 외길만 걸었다.

선화예고에서부터 프랑스 국립학교로 유학갔을 당시에도 서양화를 전공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분야 한길만 오롯이 걸었다. 다른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려왔기 때문에 현재 화단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거의 모두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한국 데생 교육의 한계를 지적하고 싶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연필과 목탄으로만 그려 색이 없는 ‘석고데생’을 중점적으로 학습해 상상력이 부족하다.

만약 연필 하나로 사물을 묘사해 놓은 그림 위에 색을 칠하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그 사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 말고는 표현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사과’라는 과일을 주제로 해서 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치자. 이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과가 없으면 그림을 못 그린다. 대상이 있어야 한다.

내가 파리에서 시험을 볼 때에도 그랬다. 제시한 사물을 그리라고 했지만 실제 눈앞에 주어진 대상이 없어 사물을 상상해서 그렸다. 그런데 다른 나라 학생들은 그 사물 대신에 가족을 그리고 다른 별의별 것을 다 그리는 것이었다. 즉, 그 사물을 통해 연상을 하고 상상을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런 교육이 되지 않고 있다. 사과는 무조건 사과로 그린다.

또한 미술을 공부하는 유럽의 학생들은 자연에 나가서 색으로 데생을 배운다. 우리나라가 서양의 색감을 따라갈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해주고 싶은 말은 화가들도 자기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요즘 작가들 보면 자기 홍보가 대단하다.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신선한 작명부터 시작해서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작품 및 전시 등의 홍보를 한다. 젊은 작가들에게 나도 많이 배우고 있다.

그래서 늘 후배들에게 얘기한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말아라. 자기 고집에 빠지지 말아라. 본인이 최고가 아니다."
물론 좋은 그림을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좋은 작품을 알리지 않아 대중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면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작품의 크기에 따라 시간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작품 방향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그 날 기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평균적으로 하루 10시간 작업해 7일에서 2주 정도의 기준을 두고 완성되는 것 같다.

그림을 처음 시작할 때 선생님에게 많이 혼나면서 공부를 했다. 그만큼 기본을 충실히 다지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 같은 경우에는 하나의 작품을 위해 두 번의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다른 작가들이 두 점의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전시가 있다면
2014년 ‘동서양의 하모니’라는 타이틀로 열렸던 초대전에서 ‘아! 어머니’라는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관람객이 자신의 어머니 사진과 사연이 담긴 글을 제공하면 달항아리 속에 그 사진을 그림으로 넣어 드리는 전시였다.

옛날 시골 집에 가 보면 부모님 초상화가 걸려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이마저도 떼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부모님의 모습이 담긴, 혹은 엄마와 아들·아버지와 딸의 모습이 담긴 미술 작품이라면 집 안에 전시해 두고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마련한 이벤트였다.
뜻깊게도, 그 당시 많은 분들이 돌아가신 부모님의 사진을 가지고 오셨다.

최신 근황과 향후 활동이 궁금하다
4차산업혁명으로 각광받고 있는 3D프린트 분야와 협업해 ‘3D프린팅 아트’ 작업도 진행했고 대중의 상품인 구두를 작품화해 한정 수량으로 제작하는 일도 계획하고 있다.

향후에는 문구 회사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 대중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이디어는 열심히 하는 가운데에 나오는 것이다. 대중에게 각광을 받는 사람들은 모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이뤄지는 것은 없다.
내 그림이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많은 영감과 느낌을 주고 그들의 고단한 삶을 쉬어갈 수 있도록 하는 감성적 쉼표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김은교 기자  kek1103@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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