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 산출로 터무니없이 경제성 부풀려

[환경일보] 지난 정부에서 4.38의 예비타당성 경제성 평가값을 산출해 조작 논란이 불거졌던 흑산도 공항에 대해 새 정부에서 재평가를 실시했지만 2.06이라는 여전히 믿기 힘든 값이 나오면서 조작 논란이 일고 있다.

2015년 당시 기획재정부(KDI)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울릉공항 경제성이 1.19, 흑산공항 경제성은 4.38이 산출되면서 국토부가 2개 소형공항을 동시에 추진한 바 있다. <자료제공=국토부>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국토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계획 보완서(이하 보완서)’를 분석한 결과 흑산도공항 경제성분석이 부풀려지고 조작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시민단체들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가 작성한 보완서는 경제성분석이 과대 계산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4.38에서 2.60으로 40% 낮췄지만 산출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수치가 틀리는 등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완서의 경제성 재평가 분량은 7쪽에 불과하다. 자그마치 201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의 경제성을 재평가했다고 보기에 어려운 분량이다.

게다가 항공기 결항률을 2013년 예비타당성조사보고서에서는 20%로 제시했는데, 이번 보완서는 11.4%를 제시했다. 결항률이 떨어졌지만 사업편익은 늘지 않고 오히려 줄었다.

이 의원은 “국토부가 경제성분석을 다시 하려면 한국개발원이 2014년 새롭게 만든 ‘공항부문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표준지침 연구’를 따라야 했다. 그런데 이를 따르지 않고 2013년 ‘예비타당성조사보고서’ 방법론을 따랐다”며 “흑산도 항공수요예측을 기존공항에서 적용하는 수요예측방법론을 사용해 항공수요를 과대 추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완서에서는 2023년 기준으로 흑산도 공항 이용자수를 60만명에서 50만명으로, 연간운항회수를 1만5000회에서 1만2500회로 축소했다.

인천, 김포, 제주에 이어 4번째로 운항횟수가 많은 대구공항이 1만781회이고 김해공항이 9082회인 점을 감안하면 조그만 섬의 소형공항 운항횟수가 대도시보다 많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국토부는 환경훼손비용을 포함시키지 않은 2013년 예비타당성조사보고서와 달리 국립공원의 경제적 가치 손실비용과 이산화탄소(CO₂) 증가비용을 포함시켰다.

그런데 다도해상국립공원의 경제적 가치를 다도해해상 국립공원면적과 흑산도공항건설로 인한 면적 비율로 계산해 연간 5천만원으로 산정했다.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흑산도의 경관훼손비용과 환경훼손 비용 등을 고작 5천만원으로 계산한 것이다.

참고로 흑산도는 1981년 14번째로 지정된 다도해해상국립공원 1700개 섬 중의 하나로, 2009년 홍도, 비금도와 더불어 유네스코 지정 생물보전권지역으로 지정됐으며 2016년에는 신안군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보전권 지역으로 지정됐다. 특히 동북아 지역 이동철새의 75%(337종)가 중간기착하는 생태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이 의원은 “2013년 작성된 예비타당성보고서나, 2017년 7월 작성된 보완서의 경제성 재평가는 모두 과장되거나 조작된 경제성 분석에 불과하다”며 “박근혜 정부의 적폐사업인 흑산도공항 추진세력이 누구인지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흑산도 주민이 원하는 것은 쾌속선 증편과 지속가능한 생태관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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