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월 35만원, 박사 월50만원, 남는 돈은 교수 주머니
연구원 개인 통장·체크카드 회수, 연구비 계좌 이체 강요

[환경일보] 여전히 많은 대학 연구실에서 ‘인건비 공동관리’가 이뤄지면서 제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인건비를 빼돌려 연구실 운영비나 교수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한국연구재단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 소관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위탁 수행하는 대학 연구소의 연구비를 환수한 전체 건수(59건) 중 28건(47%)이 ‘인건비 공동관리’로 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건비 공동관리는 석·박사 과정 학생 몫으로 지급된 연구장학금을 교수가 통장회수, 계좌이체 등의 방법으로 공동 관리하는 행위다.

오래전부터 지적된 부당행위지만 지도교수가 절대 ‘갑’인 대학 연구실에서 학생연구원들이 이를 거부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가연구개발 연구비를 교수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면서 제자들의 인건비를 빼돌려 엉뚱한 곳에 사용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홍모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4개 사업에 대한 연구비를 받아 인건비 공동관리, 연구원 허위등록 후 인건비 집행, 허위거래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발각됐다.

홍 교수는 연구원들에게 지급된 연구비 중 본인이 정한 기준(석사 월 35만원, 박사 월 50만원)을 초과할 경우 그 차액을 자신의 사촌인 행정원 조씨 등의 계좌로 이체해 사용했고 연구원 7명을 허위로 등록해 2억원이 넘는 인건비를 수급했다.

이들은 연구비 중 약 1억7천만원을 실험실 이전비 등 운영비로, 약 1억8천만원을 가족과 자신의 회사로 송금하는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고 5억7천만원을 용도가 불분명했다. 홍 교수의 환수대상 금액은 총 10억이 넘는다.

국가연구개발사업 규정에 따르면 대학, 특정연구기관 및 학연협동 석·박사 과정을 운영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학생연구원에게 지급되는 학생인건비는 연구책임자가 공동관리해서는 안 되며 개인통장 회수, 인건비 재분배 등 연구실 차원의 학생인건비 공동관리를 금지하고 있다.

이 경우 한국연구재단은 해당 연구책임자에게 지급된 사업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환수하고, 연구책임자의 소관 개발사업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소속 대학에 돌아가는 페널티는 간접비 비율 조정 및 연구비관리체계평가에서 점수 1점을 덜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

 

한편 한국연구재단은 2016년 한해 동안 전체 정산 대상 과제 건수의 10%에 해당하는 1711건에 대해서만 정밀회계심사를 진행했다. 이렇다 보니 실제 인건비 공동관리 사례는 대부분 감사원이 적발한 사건이다.

한국연구재단은 2011년 연구비정산팀을 신설해 정산 업무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밀회계심사에 투입할 수 있는 예산과 인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매년 R&D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정산 대상 연구비는 2011년 1조1600억원에서 2016년 2조47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2016년 한국연구재단의 정밀회계심사 가용 예산액은 기관 전체 예산 4조5천억원의 0.002%인 1억1천만원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고 의원은 “지위를 악용해 학생들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일부 교수들과, ‘을’의 위치에 놓인 학생들이 이를 거부할 수 없는 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국가연구개발사업의 대학 학생인건비 관리제도 개선방안이 2008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의해 마련되었으나, 이후 10년 넘게 연구비 정밀회계심사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연구비 부정사용을 방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생의 제보에만 의존해 적발하는 현실, 과학기술 분야의 대학 연구를 끌어가는 한국연구재단이 구조적·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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