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산업기술원, 수조원대 환경 R&D 관리체계 총체적 부실
부실한 연구 및 평가로 사업중단 84건, 709억원 혈세 낭비

[환경일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수조원대 환경 R&D가 부실한 관리로 뭇매를 맞았다. 평가위원 후보에 이미 사망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중간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사업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수백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환경부 산하 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의 인력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수조원대 환경 R&D의 진행·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평가위원단 후보군에 등록된 전문가 중 중복된 인물이 있었을 뿐 아니라, 이미 사망했거나 장기간 연락이 두절된 후보가 여전히 등록된 것으로 드러났다.

기술원의 환경 연구과제의 선정 및 진행 여부는 평가위원단이 부여하는 평가점수에 따라 결정된다. 즉, 기술원 내 환경 R&D 관리의 핵심이 되는 부서의 구성 자체가 엉터리였던 것이다.

평가위원 후보는 연구관리시스템(Eco-PLUS)을 통해 관리되는 인력풀(pool)에서 무작위로 추출된다. 

3배수 가량의 후보군을 뽑아 환경부에 제출하면, 제출된 후보 중 우선순위를 환경부가 선정해 기술원에 통보하고 이들이 평가를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평가위원단의 풀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전체 풀 중 평가위원 후보자로 등록된 전문인력 후보자는 총 1만4837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그 중 한시보류자가 997명(출장 등으로 참여가 어려울 경우), 영구보류자가 6702명(사망, 평가참여비우호적, 장기간 연락두절 등)으로 7699명은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평가위원 인력 풀 절반이 '유령위원'인 것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남광희 원장은 "전문가 풀을 전면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질의에 답변했다. <사진=김민혜 기자>

부실한 관리체계 때문에 환경 R&D 실적 역시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종료된 총 836건의 과제 중 84건이 중단 또는 실패했으며 이는 정부 출연금만 따져도 709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세부적으로는 중간평가를 통해 중단된 사례가 26건, 최종평가 결과 실패로 평가된 것이 10건, 연구비의 용도 외 사용이 18건 등으로 조사됐다.

강 의원은 "기술원 예산이 투입된 이산화탄소 저감 연구과제 3년차, 4년차에 평가를 했는데, 논문발표실적 저조, 뒤늦은 성능평가, 남은 1년에 목표 달성 불가능 등의 낮은 평가를 받았다"라며 "이런 평가에도 환경산업기술원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사업이 끝까지 진행됐고 혈세 38억원이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역시 심각성을 인지하고 최근 기술원을 대상으로 환경 R&D 관리실태에 대해 특정감사를 실시한 결과 기술원 평가위원회 구성·운영이 부실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기술원이 주도하는 연구과제의 중단 및 실패로 낭비한 혈세는 다름 아닌 국민들의 것”이라며 “평가위원 후보군에 사망자가 있는 것을 조사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본인들의 관리체계조차 엉망인데 어떻게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적 환경연구를 지원할 셈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한 강 의원은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평가 후보단의 자격 검증을 철저히 하고 후보위원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현행에 맞게 갱신해 후보군 관리를 해 실종된 자정능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남광희 원장은 "평가단 풀에 사망자가 있는 것은 그동안 수행했던 연구과제를 사후에 평가하기 위해서 남겨둔 것이지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서 "관리 시스템이 잘못된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전문가 풀을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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