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규정된 예비조사 기본요건도 안 지켜
불특정 다수에 의한 피해는 누가 보상하나

[환경일보] 2012년 구미 불산 누출사고를 계기로 제정된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이하 피해구제법’이 시행 2년차가 된 가운데, 김포 거물대리 주민들의 피해구제 신청이 기각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김포 거물대리 주민들이 신청한 구제급여(1차 23명, 2차 23명)가 모두 거절됐고, 2심에서도 거절당했다.

김포시의 용역으로 추진된 환경역조사(2015.10)에서 폐암발생비율이 2.08로 나타나는 등 실제 공장 가동으로 인한 건강 피해가 입증됐지만 신청인의 개별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된 것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은 “구제급여 신청 직후 실시한 예비조사 과정에서, 환경오염피해조사단이 법적 요건에 맞는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환경부 지침에 따르면 ▷오염원 조사 ▷영향범위 조사 ▷피해 조사 ▷사업장 실태조사가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오염원과 영향범위 조사 없이 기존 역학자료에만 의존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형수 의원은 "피해구제법이 피해구제를 가로막는 역설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사진=김민혜 기자>

거물대리 주민들의 구제급여 신청은 피해구제법 시행 이후 ‘첫 신청’이라는 점에서 피해구제 심의 절차, 내용, 결과 등이 향후 후속 심의에 영향을 주는 가늠자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앞으로의 구제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첫 결정이 법에 규정된 예비조사 기본요건도 지키지 않아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환경산업기술원은 “법률상 예비조사단에게 주어진 시간이 30일에 더해 15일, 최장 45일에 불과해 조사를 충실히 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서 의원은 “환경부의 소극적 제도운용으로 피해구제법이 피해구제를 가로막는 역설이 벌어졌다”며 “암 마을로 고통 받는 거물대리 주민들의 환경권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속히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이호중 환경보건정책관은 “원인자가 있고, 그 원인자가 여러 사람이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법률상 문제가 될 여지가 없기 때문에 피해구제 반려 결정이 바뀔 수 없다는 취지로 읽히는 답변이었다.

이에 서 의원은 “불특정 다수를 통해 환경피해가 발생했을 때 원인자를 확정하기 어려워서 기피한 것”이라며 “환경부가 법의 본래 취지를 판단해서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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