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 회피 일관… 거듭된 추궁에 '서식지 보전 힘들다' 인정

[환경일보] 흑산도 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찬반 여부를 놓고 오락가락 하던 국립공원관리공단 고위인사가 “(공항을 건설하면) 철새를 보호하기 힘들다”고 공식 인정했다.

24일 열린 환경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흑산도 공항 건설에 반대하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7개월 만에 입장을 바꾼데 대해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2015년 당시 흑산도공항 문제가 불거졌을 때 국립공원관리공단을 비롯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국립환경과학원 등 국책기관들은 일제히 환경파괴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표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수개월 만에 하나 같이 석연찮은 이유를 대며 찬성으로 선회했다.

이정미 의원과 홍영표 환노위원장의 거듭된 추궁에 최운규 국립공원관리공단 직무대행은 "(흑산도공항을 건설하면) 철새 서식지를 보호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라고 인정했다. <사진=김민혜 기자>

특히 국립공원관리공단 산하기관인 철새연구센터는 2015년 4월 ▷조류서식 빈도 높음 ▷갈매기 등과 항공기 충돌 우려 높음 ▷초지에 많은 참새목조류 서식 등의 문제를 들어 입지가 부적절하다는 협의의견을 제출하며 반대를 분명히 했다.

그러다 7개월이 지난 11월에는 대체서식지 필요성을 들먹이며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 의원은 “2015년 철새에 환경피해가 우려돼 반대했다가 7개월 만에 번복했다. 좁은 섬에 대체서식지를 만든다고 해서 비행기로 인한 피해가 없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공석인 이사장을 대신해 직무대리로 국감에 출석한 최운규 경영계획이사는 “외압은 없었다”면서도 “우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그 문제에 대해 저는 알지 못한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이 “철새 서식지를 보전하면서 공항을 짓는 것이 가능한지 제대로 답변하라”고 다그치자 그제야 “철새를 보호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며 환경피해를 인정했다.

그러나 7개월 만에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선 이유에 대해서는 “저는 모른다”며 책임을 미뤘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이 아닌 직무대리이기는 하지만 국정감사에서 국립공원 고위 인사가 흑산도 공항 건설로 인한 철새 피해를 인정하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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