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산하 기관 국정감사 부실사업 난타
[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26일 울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산업인력공단, 근로복지공단, 안전보건공단 등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들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부실사업, 도덕적 해이 관련 문제에 대한 질타가 잇따랐다.
근로복지공단 탁상행정 여전
근로복지공단에 대해서는 부실한 검증에 따른 근로자의 피해에 대한 지적이 계속됐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작년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 비율과 현장조사 비율을 보면 현장조사율이 높은 것은 불승인 비율이 낮다”고 통계를 제시하면서 현장조사를 늘릴 것을 제안했다.
신 의원은 또 “근로복지위원회 질병판정위원회에 불복한 사람이 산재심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는데 8200건을 처리하면서 사업주에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은 12건 밖에 안된다”며 “불복한 근로자가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이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등 두 명의 참고인을 국정감사장에 출석시켜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현장조사 부실 문제를 추궁했다.
이 의원은 “사업주가 사고 당사자를 배제한 채 거짓으로 작성한 동영상을 증거로 삼아 입증하려 했고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받아들였다”며 “이는 근로복지공단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산재인정 기준 60시간은 타당한가?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만성과로에 대한 산재기준 인정 기준인 60시간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60시간을 기준으로 60시간 미만 일하다가 산재신청을 한 노동자들의 산재 승인률은 24.7%이고 60시간 이상 일하다가 산재신청 한 노동자의 산재 승인률은 66.6%로 3배 차이가 난다”며 경직된 기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과로사 인정 방법의 대안으로 전날(25일) 자신이 발의한 ‘노동시간 클라우드법’을 제시했다.
근로복지공단의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개인정보는 인적 사항 뿐 아니라 민간한 정보가 포함돼 있어서 정보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함에도 지난해 무려 8명의 직원이 적발돼 징계 처분을 받았다”며 “업무 목적 외에 개인정보 열람이 가능하게 돼 있어 문제다. 무단 방지를 위한 체계 개선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6년째 되풀이 되는 지적과 반성
심경우 이사장은 답변을 통해 “최근 삼성직업병 관련 대법원 판례 등을 반영해 노동자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재해노동자의 입증책임 부담 완화 등 산재노동자 권익보호에 힘 쓰겠다”고 피력했다.
또한 “체불임금해소를 위한 임금채권보장사업을 내실화하고 취약계층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퇴직연금기금제도 도입 준비에 철저를 기하겠다”며 퇴직연금기금제도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개인정보 무단 도용사례에 대해서는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심 이사장은 “내년부터 새롭게 공단이 수행하게 될 일자리 안정 지원사업도 잘 준비해 중소, 영세사업주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노동자의 일자를 지켜주는 공단이 되겠다”고 밝혔다.
질 낮은 일자리에 불법 만연 K무브 사업
산업인력공단의 경우 해외일자리 사업인 K무브의 질 낮은 일자리 문제와 국가자격증 시험 문제의 유출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은 연이어 박근혜정부의 청년 해외일자리 창출 사업 'K-MOVE'(K무브)를 저격했다.
김 의원은 K무브의 열악한 운영 실태를, 서 의원은 "외국어 능력 향상에만 도움됐다"는 참가자들의 평가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의 저조한 성과를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2012년부터 제기된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한국기술자격검정원(검정원) 재위탁 이슈를 꼬집었다.
재위탁 과정에서 고용노동부 출신 퇴직자들이 검정원의 주요 간부직을 장악한다는 점을 지적해 담당자로부터 검정원 설립 당시 명단 제출을 요구했다.
허술한 국가자격증 시험…학원장이 감독관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산업인력공단 전기기능장 시험의 문제 유출된 사건을 집중 추궁했다.
신 의원은 제62회 전기기능장 실기시험 당일 문제풀이 자료가 유출된 것에 대해 시험 운영상의 허점이 있음을 질타했다.
아울러 그는 시험 학원을 운영하는 이가 감독관으로 임명돼 부정 행위가 의심된다며 허위 소속 기재를 알아채지 못한 공단의 허술한 검증을 지적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안저보건공단의 온라인 안전교육 내용을 지적했다. 그는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을 상대로 “안전관리 교육 내용에 나오는 아담스 이론, 웨이버 이론에 대해 이사장은 알고 있느냐"라고 물었고, 이 이사장은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하 의원은 “그렇다면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안전을 위한 것인지 오히려 안전에 방해가 되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교육 위탁관리 기관을 점검해서 현장 중심의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은 “근로복지공단과 안전보건공단은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고 여성을 성적 객체로 보는 듯한 홍보 자료로 여성가족부의 지적을 받았다”고 밝히며 그 후로도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고용정보원-기업과 유착 관계 의혹 제기
고용정보원과 관련해서는 일자리 포털 구축 사업과 관련해 해당 직원과 기업체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고용정보원이 추진한 일자리 포털 구축 사업 관련해서 유착관계 정황이 포착됐다”며 “특정업체에 사업이 편중됐다는 의혹과 조달청 발주에서 자체 발주로 바뀐 과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그런데 해당 직원과 해당 업체 관계자가 골프를 치는 동영상이 제보됐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1년에 절반 이상을 출장으로 보내는 직원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고용정보원 전 직원들의 주식거래 내역과 출장 내역 제출을 요구했다.
그는 또 “고용정보원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했는데 6개월 동안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고, 고용부에서 지적받고도 한 달이 지난 후에야 조치하는 행태를 보였다”며 고용정보원이 존립 여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재흥 한국고용정보원장은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죄송하다”며 “익명의 투서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의뢰한 상태”라 말했다.
긴급 의총 위해 자리 비운 자유한국당…반쪽 국감 진행
한편 임이자 의원은 발언을 마치고 답변을 듣기도 전에 자유한국당 긴급 의총 참석을 위해 국감장을 떠났다.
같은 당 신보라·장석춘·문진국 의원도 함께 자리를 비웠고 특히 장석춘·문진국 의원은 질의도 하지 못한 채 국감장을 벗어났다. 이후 국정감사는 10분간의 정회를 거쳐 자유한국당 의원을 제외한 채로 진행됐다.
자유한국당 간사인 임 의원은 “방문진 이사 선임을 강행하는데 대해 의원 총회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국회로 향했다.
이에 신창현 의원은 “그렇게 긴급한 사유인지 의문이 있다”며 “판단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하겠지만 열심히 준비한 피감기관을 위해서라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오후 국감에서 “국회의 임무는 법 만드는 것과 행정부를 감시하는 것 두 가지”라며 자유한국당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정감사를 거부한 데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 의원은 “국회가 고대영, 김장겸 방패막이 하는 것 아닌지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강력하게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