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급분 반환지시에도 한국감정원 ‘버티기’ 일관
셀프인증, 특정인 심의 몰아주기 등 편법 난무

[환경일보] 녹색건축 인증기관 7곳이 지난 4년간 심의위원 690명에게 5억4530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부당이득을 취했다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 적발돼 대부분 반환했으나 유독 한국감정원만 여전히 반환하지 않고 버티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최근 5년간 자신들이 발주한 건물을 스스로 심사하는 ‘셀프인증’을 했고 신청자 또는 이해관계자가 심의에 참여하거나, 특정 심의위원에게 심의를 몰아주고 있는데도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비판을 받고 있다.

30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국토부와 환경부가 제출한 ‘녹색건축 인증기관 점검결과 및 심의비 미지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인증기관들이 부당이득, 지시 불이행, 셀프인증, 심의 몰아주기 등을 하고 있는데도 관리 규정은 허술하고 국토부와 환경부는 제대로 감독하지 않아 녹색건축 인증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녹색건축 인증기관들이 심사비를 떼먹는 것도 모자라 셀프인증, 특정인 심사 몰아주기 등 각종 편법으로 얼룩진 것으로 드러났다.

인증 시 취득·재산세 감면 혜택

녹색건축 인증제도는 친환경 건축을 유도하기 위해 환경부와 국토부가 각기 시행하던 제도를 2002년 통합·시행하면서 관련 법규에 따라 국토부와 환경부가 공동주관하되 법률 소관은 국토부에 있다.

한국감정원, 토지주택공사, 그린빌딩협의회 등 인증기관(10곳)이 신청을 받아 자체심사와 심의위원 심의를 거쳐 인증을 내주고 있으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운영기관으로서 부처 지원과 인증기관 관리를 맡고 있다.

시행 초기인 2002년부터 최근(2017.8.)까지 인증 건수는 모두 9086건에 이르는데, 이중 (최)우수 인증을 받은 건물의 소유자는 취득·재산세를 감면받는 혜택을 받게 된다.

2016년 인증기관 점검결과에 따르면, 인증기관 7곳은 시행초기부터 심의위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심의비 중 일부를 감액해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부터 2016년 8월까지 약 3년 6개월 동안 690명의 심의위원에게 규정에 따라 책정된 42억6750만원 중 5억4530만원을 제하고 지급했다.

심의에 참여한 위원(연인원) 1332명 중 심의비를 모두 받지 못한 심의위원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690명(52%)에 이른다.

한국감정원은 전체 227명 중 217명(96%)에게 모두 1억8360만원을 미지급했고, 한국환경건축연구원은 123명 중 대부분인 120명(98%)에게 1억762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한국그린빌딩협의회 역시 심의위원 133명 중 131명(99%)에게 1억1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외 한국시설안전공단은 163명에게 6600만원, 한국토지주택공사는 47명에 940만원, 그레비즈인증원은 5명에 650만원, 한국생산성본부인증원은 7명에게 260만원을 각각 지급하지 않았다.

교통비 제외한다며 미지급

인증기관은 규정에 따라 심의비로 책정된 100만원을 보통 4명의 심의위원에게 균등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인증기관은 ‘하루에 여러 건을 심의하니 교통비를 제외해 한다’는 이유를 억지스레 붙여 일부만 지급한 것이다.

반면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 3곳은 모두 지급했다.

이 같은 사실을 2016년 11월 정기점검에서 인지한 국토부와 환경부는 이듬해 2017년 1월 공문을 통해 인증기관에게 심의비 미지급분을 심의위원 또는 인증신청자에게 반환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6곳은 미지급액 모두를 심의위원에게 반환 조치했다고 보고했다. 반면 한국감정원은 당초 잘못한 것이 없다며 심의위원 217명에게 지급해야 할 1억8360만원의 반환을 거부했고 지금까지 이행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다.

송 의원은 "한 인증기관은 미지급액을 심의위원에게 일단 반환한 후 절반 가량을 별도의 계좌로 되돌려 받았다는 제보가 있어 사법당국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토부, 솜방망이 처벌 일관

운영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법률사무소 검토의견을 토대로 조치가 필요하다고 운영위원회에 보고했지만 국토부는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갔다.

이뿐만 아니라 일부 인증기관은 대놓고 셀프인증, 임의로 인증을 내주고 장사하기, 이해관계자를 심의위원으로 참여시키기, 특정 심의위원에게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편법이 난무했지만 국토부 등 관계당국은 주의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실제로 토지주택공사는 2002년부터 2017년 9월까지 15년 동안 자신들이 발주한 주택 413건을 스스로 심사해 셀프인증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제도 초기에는 인증기관이 토지주택공사를 포함해 4곳 밖에 없어 셀프인증이 불가하더라도 10곳으로 늘어난 이후에도 셀프인증을 공공연하게 진행했다. 2013년부터 2017년 9월까지 모두 375건의 인증을 수행했는데 이중 68%가 셀프인증이었다.

토지주택공사는 2014년 말 정기점검에서 국토부로부터 주의를 받고 2016년 자신들의 분양주택 인증을 배제하겠다고 개선계획을 밝혔지만 다시 2건의 분양주택에 대한 자체인증을 수행했다.

스스로 세운 개선계획조차 지키지 않은 토지주택공사와, 이를 방관한 국토부와 환경부 모두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직 교수 3년간 366건 심의

대부분의 인증기관이 특정 전문가에게 심의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증기관의 심의를 평가하는 기구인 운영위원에서 활동하는 현직 건축학과 교수는 2013~2016년 모두 366건의 심의에 참여해 8330만원을 심의비로 받았다. 2015년에는 모두 113건의 인증 심의에 참여했는데, 3일에 하루 꼴로 심의에 참여한 셈이다.

4년 동안 1차례만 심의에 참여한 전문가가 모두 40명인 것을 감안하면 특정인사 입중 현상을 정말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송옥주 의원은 “15년째 운영되고 있는 녹색건축 인증제도가 심의비 미지급, 셀프인증, 심의 몰아주기 등 적폐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규정은 허술하고 감독은 느슨해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녹색건축 인증제도가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특별감사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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