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전문가 모인 심도 있는 토론의 장 '국제공기포럼'

[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나날이 심해져가는 공기 속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2022년까지 미세먼지량을 30% 낮추겠다는 목표를 발표해 단기, 중장기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적인 관심에 발 맞춰 제정된 ‘공기의 날’은 공기의 중요성을 알리고 깨끗한 공기를 위한 시민들의 실천 의식 증대를 위해 지난 2010년 제정됐다. 특히 지난해 세계맑은공기연맹이 출범하면서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공조해 ‘세계 공기의 날’ 제정에 힘쓰고 있다. 제8회 공기의 날을 맞아 각국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아태지역 국가의 미세먼지의 관리’를 주제로 각 국의 협력 방안을 위해 토론하는 국제 공기포럼이 개최돼 눈길을 끌었다.

첫 번째 토론에서는 미국환경청의 발도후 박사가 ‘녹색제도를 통한 대기오염 저감’에 대해 발표했다. 발도후 박사는 미국에서의 대기질 관리법에 대해 설명하고 우리나라에 반영할 수 있는 정책적 시사점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의 대기 질 관리는 1967에 제정된 CAA(Clean Air Act)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대기 측정망 운영 및 관리에 대한 세부 규정은 40CFR58에 규정되어 있다. 연방정부는 대기 질 관리 총괄, 주정부관리, 대기 환경기준 제정, 측정망 운영 등 정책 업무를 수행하고 주정부는 연방정부의 기준보다 강화된 기준, 방법 등을 자체에서 수립하고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아 지역 대기질을 관리한다. 주정부가 자체에서 수립한 SIP(State Implementation Plan)를 연방정부로부터 승인 받아 대기 질을 관리한다.

도로 근접 미세먼지 문제, 녹색 방호벽이 해결

대기 측정망은 EPA OAR(환경부 대기보전국)하의 OAQPS(환경부 기후대기정책과)에서 NERL의 기술적 자문을 받아 전국 대기 질을 총괄 관리하며 산하에 10개 Region을 두고 권역 대기 질은 주정부에서 지역 대기 질은 지방 정부에서 관리한다.

미국의 대기환경기준(National Ambient air quality standards, NAAQS)은 2가지 유형으로 제정된다. 먼저 천식환자나 어린이 노인 등 민간군을 포함한 공공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기준인 Primary Standards와 공공복리를 보호하고 시정감소, 동물 및 식물과 빌딩의 손상을 막기 위한 기준인 Secondary Standard가 있다.

NAAQS는 5년 주기로 사정, 이행, 평가의 단계를 거쳐 재설정된다. 대기환경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지역은 어떻게 오염을 저감시킬지 언제까지 기준을 만족시킬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연방정부의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주정부 기준을 준수하도록 권고하고 패널티를 부여한다. 1단계 패널티를 받게 될 경우 18개월 이내에 오염물질 저감에 대한 자료 제출해야 하고 2단계 패널티를 받게 되면 고속도로 건설 등의 펀드 예산이 삭감된다.

미세먼지와 함께 오존도 중요한 관리 대상

미국의 경우 특히 미세먼지와 오존이 중요 관리 대상이다. 미국 서부와 동부 지역 대도시권에서 오염물질 배출 양상은 비슷하지만 지형적, 기상학적 특성으로 인해 대기 중에 나타나는 오염도의 현상은 큰 차이를 보인다. 이에 따라 각 지역의 대기질 관리 방향과 정책에 우선순위도 차이가 있게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해안지구의 경우, 국지적으로 배출된 오염물질의 영향이 중요하며, 미세먼지의 구성성분 중 질산염의 기여도가 높아 지역 이동오염원의 NOx 의 통제가 대기질 개선에 효과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도로변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로나 공단 주변 학교에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를 배 이상 넘기는 등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난 경우도 있다. 발도후 박사의 발표에 따르면 특히 심각한 도로변 미세먼지의 해결방법 중 하나로 미국이 선택한 것은 ‘녹지 조성’이다. 그는 “녹지 공간을 늘려 도시의 열을 내리고 바람 길을 만들어 공기를 정화하는 것은 우리나라보다 미세먼지 수치가 낮은 미국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북아 미세먼지 어디서 오나?

이어 일본 나고야 대학 이와사까 야스노부 명예교수의 ‘동북아 미세먼지의 저감’에 대한 발표를 이어갔다.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가 '주요도시의 미세먼지 발생의 지역기여율'을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도쿄 등 관동지역의 미세먼지 중 국외이동원 비중은 40~45%(중국 40%, 한국 0~5%), 후쿠오카 등 큐슈지역의 경우 70%(중국 60%, 한국 10%)에 달했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영향을 받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일본 아키다대학에서 대구를 착지점으로 한 미세먼지의 장거리 이동경로를 역추적한 자료에 의하면 60%가 베이징 등 중국 북부지역으로부터, 20%가 상하이 방면에서 날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일본도 비상

한국처럼 편서풍에 따라 중국의 영향을 받는 일본에서도 미세먼지는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2013년 일본 정부는 환경성에 ‘미세먼지관련 전문위원회’를 설치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저감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는 상대적으로 중국과 먼거리에 있어 중국발 황사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했으나 올해 첫 중국발 황사가 관측됐다. 중국에서 오는 황사를 일본에서는 코사(Kosa), 세계적으로는 아시아 먼지(Asian Dust)라고 부른다. 미세먼지와 함께 중국발 황사문제도 일본의 심각한 대기 문제로 급부상했다.

중국과학원 대기물리연구소 첸빈 교수의 ‘중국의 초미세먼지 현황과 대책’을 주제로 발표를 했다. 첸빈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 중부 공업지대는 오존 발생이 흔하고 연무도 관측된다. 이미 관련된 많은 논문이 출간됐다. 베이징, 천진, 허베이를 비롯한 중국 지역은 2013년 이미 매우 심각한 수준의 초미세먼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중국은 이미 미세먼지와의 전쟁

중국 북동부 공업지역의 대기오염지수(API)는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하고 있다. 베이징(PM2.5 993㎍/㎥, '13.1)의 미세먼지는 WHO 권고기준(25㎍/㎥)의 약 40배로 중국기상국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 전역의 스모그 일수는 52년만에 최다이다.

중국내에서도 오염의 원인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2015년도 전국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성(省)간 이동경로 분석에서 베이징 초미세먼지의 18%, 톈진 초미세먼지의 20%가 허베이성에서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의 초미세먼지는 자체발생이 66%였지만 외부유입 비율은 허베이 외에 톈진(天津), 산동(山东)이 각 4%를 차지했다. 톈진의 초미세먼지는 자체발생이 56%였고 허베이 외에 산동에서 10%가 유입됐다. 허베이성도 자체발생은 62%에 그쳤고 38%는 산동, 허난(河南), 산시(山西) 등 외부에서 유입됐다.환경부는 “신장(新疆)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든 성들이 일정 규모 이상의 외부유입으로 인한 오염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수도권인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의 약칭)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서는 주요 유입경로인 허베이성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우선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사태가 날로 심각해지자 중국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돌입해 작년 ‘생태 환경보호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전국 주요도시 338곳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오는 2020년까지 현재보다 18% 감소시켜야 한다. 이에 베이징 시는 800년 역사를 가진 탄광 세 곳을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하며 시 외곽에서 석탄을 이용한 난방과 취사를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동일한 목표 가지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 찾아

첸빈 교수는 중국정부가 대기오염 관리를 위해 단·장기 목표를 관리한 것을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단기적 목표는 심각한 오염을 관리하는 것이고, 장기적인 목표는 에너지 구조를 최적화 하는 것이라 밝혔다. 휘발성 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해 포괄적으로 노력하고 지역 간 협의할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하는 것도 그러한 노력 중 하나다. 중국 정부는 특히 오염이나 연무가 심한 날 취할 수 있는 긴급조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2015년 주요도시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552013년에 비해 23.6% 감소했다. 첸빈 교수는 “중국정부의 오염 관리 정책과 세계맑은공기연맹이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중국 기관과의 협력을 기대했다.

두 번째 토론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버클리의 커크 스미스 교수가 ‘가정 내 실내공기오염·건강영향·기후: 지속가능으로의 전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홍윤철 교수가 ‘한국 내 PM2.5의 현황과 건강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오염 배출 연료 사용 줄여나갈 방안 찾아야

커크 스미스 교수는 미세먼지가 농도가 높은 날은 밖의 공기보다 실내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해 창문을 닫고 외출을 삼가는 경우가 많지만 실내공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실내 있는 게 건강에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실외 공기 오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연간 약 370만명인 반면, 실내 공기 오염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430만명으로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적절한 실내 환기를 하지 않을 경우 실외 대비 실내공기 오염이 최대 100배까지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라오족의 예를 들어 ‘질병부담’에 대해 설명했다. 2016년 2월 발표된 WHO의 세계 질병 부담 프로젝트(The Gobal of Disease Project)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오염에 따른 전 세계 사망 인구가 연간 55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중국과 인도가 가장 심각한데, 전체 사망자의 55%가 이 두 나라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3년 이후 중국에서는 연간 160만명, 인도에서는 연간 130만명이 대기 오염으로 사망했다. 스미스 교수는 전 세계 미세먼지 오염의 85%는 연료나 나무 땔감을 태울 때 발생한다고 하며 오염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연료로 석탄을 꼽았다. 석탄은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홍윤철 교수는 심각한 미세먼지의 대응에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호흡기면역체계가 약한 영유아와 노약자, 임산부, 면역억제 치료를 받는 암환자 등의 경우 실외에서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의 공기 질 관리와 환기에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교수는 “미세먼지가 워낙 작아 그 자체가 사람의 혈액으로도 들어갈 수 있어 염증이나 독성이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혈관 타고 이동하는 초 미세먼지

세계 질병부담연구(GBD)에서 밝힌 2015년 전 세계 사망 원인별 사망자를 보면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환경 오염과 관련된 질병으로 인해 연간 900만 명이 조기 사망하고 있다. 연간 900만 명이 조기 사망은 에이즈(AIDS)나 결핵,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를 더한 것의 3배에 이르고, 전쟁과 다양한 폭력으로 사망하는 사람 숫자의 15배이다. 이 같은 조기 사망의 92%는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며, 오염과 관련된 질병 탓에 개도국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2% 정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평가됐다. 또 개도국 중에서도 급속한 경제발전이 진행되는 국가에서는 전체 치료비의 7%가 오염 관련 질병 치료비로 쓰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홍 교수는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는 연간 4조6000억 달러(약 5200조원), 세계 경제 생산의 6.2%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홍 교수는 초미세먼지의 악영향을 강조했다. 그는 “지름이 2.5㎛ 이하인 초미세먼지는 이보다 큰 미세먼지보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면서 “하루 중 주된 활동공간이 실내인지 혹은 야외나 도심거리인지에 따라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양상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건강영향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 보완과 함께 스스로 건강 지킬 수 있게 주의 기울여야

미세먼지의 건강영향은 먼지의 크기, 하루 중 활동양상, 노출되는 사람의 감수성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첫째, 흡입된 미세먼지의 공기역학적 크기에 따라 인체 내 분포와 침착정도가 달라지는데, 크기가 작을수록 폐 깊숙이 들어가고 독성도 강하다 .미세먼지에 대한 감수성은 유전적 특성과 대상인구의 취약성에 따라 달라지는데, 어린이·노인 그리고 기존에 심장이나 폐에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그는 “만성 호흡기 질환자는 건강한 사람에게 하찮을 수도 있는 미세먼지 노출에 의해서도 증상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며 건강 영향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환경일보와 환경부, 한국대기환경학회, 한국실내환경학회, 환경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국제포럼은 사회적 관심과 우려가 급증하고 있는 아태지역 미세먼지의 효율적인 관리 방안을 다루는 토론의 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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