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건강위협 심각한데 정부·지자체는 ‘모르쇠’

지하수는 대부분 비, 눈, 우박 등이 땅으로 스며들어 땅속에 형성된 물이다. 지하수는 전 세계 민물의 약 30%를 차지하며, 인간은 지하수나 호수, 강으로부터 마시는 물 대부분을 얻는다.

우리나라 강수량은 연평균 1,245㎜로 남해안, 영동, 제주도 지역은 강수량이 많은 반면, 충청, 경북 등의 내륙지방은 적다.

우리나라에서 빗물 등이 땅 속으로 스며드는 지하수 중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하수 개발 가능량은 약 108억㎥이고, 연간 지하수 이용량은 약 37억㎥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빗물은 통기대를 통과하는 동안 이물질 등이 걸러져 포화대에 다다른 지하수는 깨끗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배출한 오물이나 생활오수, 주유소 탱크유출 기름, 쓰레기 매립지 침출수, 산업폐기물, 농약 등의 오염물질은 지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

유엔에서 발표한 국가별 수질현황을 보면 우리나라도 중국, 인도,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는 못하는 나라로 분류돼 있다.

이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중요한 사건중 하나는 소규모 급수시설에서 수질오염이 심각한 수준인데도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는 농촌지역 내 지하수를 사용하는 소규모 급수시설 1만2997곳 중 4348곳을 조사한 결과 전체 중 17.7%를 차지하는 770곳에서 우라늄과 라돈 수치가 미국 먹는 물 수질 기준을 초과했다.

우리나라의 지하수 수질기준은 지하수 이용과 관리를 목적으로 총대장균군 등 일반오염물질 4개, 카드뮴 등 특정오염물질 15개 등 19개 항목으로 설정돼 있지만, 우라늄과 라돈은 포함되지 않았다.

우라늄에 장기간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화학적 독성으로 신장에 심각한 영향을 주며, 라돈 역시 폐암 또는 위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하수 관리를 책임지는 지자체들은 조치가 끝났다고 환경부에 보고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저감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설이 많아 우라늄, 라돈이 고농도로 함유된 위험한 물을 주민들에게 아무 정보 제공 없이 공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라늄·라돈 등 중금속이 지하수에서 검출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도록 방치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유지관리의 어려움, 전기요금 부담 등을 이유로 처리기 설치 후 1~2년이 지나면 방치되고 심지어 전원이 꺼져있는 경우도 있다니 기막힐 노릇이다. 피해는 저감 장치를 신뢰하며 지하수를 마신 애꿎은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환경부는 관리기준을 정비하고, 모든 대상을 전수조사하며, 주민들의 건강상 피해를 밝히기 위한 역학조사도 병행해야 한다.

환경부가 고유 업무에 충실치 않으면 대한민국 환경은 지킬 수 없다. 지자체 탓만 말고 현장을 둘러보고 적용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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