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제품 전과정 살펴 안전관리시스템 구축해야

수많은 피해자들을 발생시킨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중심엔 유독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이하 PHMG)’ 인산염이 있었다.

PHMG-인산염은 2012년 9월에 25% 이상 혼합물일 경우 유독물질로 지정됐고 2014년 3월부터는 함량기준이 1%로 강화됐다.

PHMG-염화물도 2014년 3월부터 함량기준이 1% 이상일 경우 유독물질로 지정됐다. 본격적인 조사가 시행된 후 환경부가 PHMG를 무허가로 제조하거나 수입 판매한 불법 유통조직 수 십 곳을 적발해 금년 초 발표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PHMG를 버젓이 불법 유통시켰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가 국민안전을 도외시하고 이익만을 추구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런데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해 또 다시 기업의 무책임한 편법이 드러나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3M사의 자동차 히터·에어컨 크리너 제품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원인물질이자 사용제한물질인 PHMB가 검출돼 환경부가 지난해 10월 회수명령 예고를 내렸다.

그 과정에서 생산업체는 제품표시는 스프레이 형이지만 안전표시기준에 스프레이 형만 있어서 그런 것이지 사실은 폼 형이므로 법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소명했고, 환경부는 이를 받아 들였다.

노출 형태에서는 차이가 있더라도 인체 노출 가능성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분류체계라는 허울에 얽매여 위해성 검토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

안전에 만전을 다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기업 측의 주장만 믿고 관리를 허술하게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3M은 제품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지난해 4월 생산을 중단하고 7월 제품을 단종시켰다.

회수되지 않은 제품은 모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아직도 인터넷 등을 통해 독성물질이 함유된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한국3M 측은 생산업체 측이 물질안전보건자료와 PHMB 검출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그러나 환경경영 모범사례로 오랫동안 전 세계에서 명성을 얻어온 기업이미지와 맞지 않는 무책임한 책임회피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미 자동차에 시공한 제품으로 인한 영향은 어떻게 하느냐이다. 공조기에 남은 PHMB가 먼지 형태로 자동차 실내로 유입돼 발생할 소비자 피해를 막을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원인물질인 PHMG의 용도를 달리 사용하면서 문제가 됐는데도 인체노출을 고려하지 않고 제품 자체의 용도나 제형을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화학제품에 대한 안전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결과다.

호흡 독성이 우려되는 제품은 모두 안전테스트를 거쳐 안전한 제품만 시판토록 해야 한다. 제품의 디자인과 원료조달, 생산과 소비, 폐기 전과정에서 인체 위해노출 가능성을 철저히 살피고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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