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통하는 태양전지’ 개발해 열 효율성 높여
‘슈퍼커패시터’는 태양광 저장에 가장 적합한 장치

(주)경일그린텍 심언규 대표   <사진=김은교 기자>

 

/대담=김익수 편집대표
사진=(주)경일그린텍, 김은교 기자
정리=김은교 기자

 

[환경일보] 김은교 기자 = 태양광을 1시간 동안 그릇에 담을 수 있다면, 그 태양 에너지로 전 인류가 1년간 생활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시이자 정보일지도 모르겠다.

태양전지, 에너지 저장 장치, 충·방전 기술의 혁신적인 융·복합화를 통해 친환경 시대를 열고자 노력하는 ㈜경일그린텍 심언규 대표를 만나 흐리고 궂어도 쨍쨍한 태양광 에너지 기술 개발 스토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신재생에너지 분야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13년, 눈이 많이 오던 1월의 어느 날이었다. 저녁 먹고 눈을 치우기 위해 마당에 나갔는데 하얀 눈 속에서 녹색 LED 불빛이 나오고 있더라. 예전에 만들어 한쪽 마당에 설치해 둔 ‘태양광 가로등’과 ‘슈퍼커패시터’ 쪽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었다. 무척 놀라웠다. 눈이 많이 내려 날씨가 흐렸는데, 태양광 시스템이 작동을 한 것이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태양광 충전이 가능할 수 있을까?’ 그 일이 있은 후, 관련 실험 및 제품 제작을 진행했고 곧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 ‘슈퍼커패시터를 이용한 지속가능한 태양광 에너지 저장 장치(ESS)’를 만들고 있다. 다시 말해, 태양광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담을 수 있는 ‘태양전지’와 이를 통해 축적한 전기를 효과적으로 활용 가능하게 하는 저장 장치, ‘슈퍼커패시터’를 연구·개발하는 중이다.

 

기존의 태양광 에너지 저장 장치와는 무엇이 다른지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핵심은 ‘온도를 어떻게 제어하느냐’이다. 그래야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금속에 열이 전달되면 앞면과 뒷면의 온도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태양전지는 온도에 차이가 생긴다. 예를 들어 태양전지 앞면의 온도가 40℃라면, 뒷면의 온도는 34℃쯤으로 맞춰진다. 양 면의 온도가 동일하지 않은 것이다.

이 사실을 발견한 후 태양전지의 열효율성을 올리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 냈다. 태양전지판에 구멍을 뚫는다는 매우 간단한 원리에서 착안했다. 나는 이것을 ‘바람이 통하는 태양전지’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바람이 통하는 태양전지’를 통해 최소 3%의 열효율을 올릴 수 있다고 믿는다.

경일그린텍에서 제작 중인 '바람이 통하는 태양전지' <이미지 제공=경일그린텍>

곧이어 ‘바람이 통하는 태양전지’의 특허 출원을 결심했다. 하지만 혹시라도 이미 적용되고 있는 기술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먼저 미국·유럽·일본·중국의 기술 선례를 찾아봤다. ‘막혀 있는 판에 구멍을 뚫어 열전달을 높인다는 이 간단한 원리의 시스템이, 설마 전혀 없지는 않겠지’ 하는 조바심에서였다. 그런데 없었다. 어디에서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때 확신을 가졌다. 그렇게 이 태양전지의 특허출원을 요청했고 현재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슈퍼커패시터, 기상변화 취약한 기존 태양광 기술 문제점 해결 가능

 

‘슈퍼커패시터’란 무엇인가
태양광 저장에 가장 적합한 에너지 저장 장치다. 아직까지는 태양광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 매체로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으나, 배터리는 에너지 저장 밀도가 높은 반면 유효한 충전과 방전을 300~400회 정도밖에 하지 못해 수명이 짧다. 또한 계절별 온도 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기기 작동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러나 슈퍼커패시터는 에너지 저장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100만 회 충전과 방전이 가능해 그 수명이 배터리 대비 반영구적이다. 또한 급속 충전이 가능하고 –40℃에서 65℃까지의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온도 변수 등 기상 조건 변화에 따라 발전 효율이 떨어 질 수 있는 기존 태양광 기술의 문제점도 해결 가능하다.

창업의 계기가 된 2013년. 눈이 내린 저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낮 동안 충전한 에너지로 불을 밝힌 태양광 시스템에서 슈퍼커패시터의 지속가능성을 발견했다. 당시, 대기업의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던 친구들에게도 이와 같은 얘기를 했지만 모두가 동일한 반응이었다.
“하지 마. 너 그거 하면 망해.”

그 후,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지었다. “아무도 안 해? 그래, 그렇다면 내가 하면 되지.”

경일그린텍 연구소 내 비치된 '슈퍼커패시터' <사진=김은교 기자>
슈퍼커패시터를 연결해 백열전구를 켜 보았다. <사진=김은교 기자>

 

‘슈퍼커패시터’의 적용 가능 분야는
이론적으로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든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단, 부피의 문제를 제외했을 경우에 한해서다.

현재 슈퍼커패시터 기술을 응용해 ‘태양광 보안등 가로등’·‘이동형 태양광 충전기’를 개발한 상태다. 이 중 태양광 보안등 가로등은 몽골·인도네시아·러시아에서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고 이동형 태양광 충전기는 서울시에 2대가 납품 완료된 상태다.

한 가지 에피소드를 얘기하려 한다. 슈퍼커패시터의 원료는 코코넛 껍질이다. 이 때문에 순도 높은 원료를 얻으려 인도네시아에 간 적이 있다. 그런데 그곳에는 이 슈퍼커패시터를 아는 사람이 전무하기 때문에 아무리 기기의 장점에 대해 설명해도 반응이 없었다. 일단, 실체의 실효성 체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어 ‘족 자카르타 주립대’에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후, 관련 회의 석상에서 관계자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배터리로 작동하는 가로등은 조명이 자꾸 꺼지는데 슈퍼커패시터를 사용한 태양광 가로등은 조명이 꺼지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인가.” 나는 질문에 대해 답을 설명하며 이 말도 덧붙였다. “지속가능한 태양광 가로등을 만들 수 있는 슈퍼커패시터의 원료가 바로 이곳 인도네시아에 있다. 당장은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년을 쓴다고 생각하면 훨씬 경제적이고 저렴한 장치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인도네시아와 협력이 추진됐다. 가로등의 일반적인 배터리 교환 시점은 보통 1년6개월에서 2년 사이이다. 반면에, 우리 회사의 슈퍼커패시터 태양광 가로등이 인도네시아 ‘족 자카르타 주립대’와 ‘방카섬’에 설치된 지 현재 3년이 조금 못 됐다. 이렇게 3년 동안 고장·교환 없이 지속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실증하고 있다.

 

사업 관련 국내 및 해외 성과가 있다면
현재, ‘바람이 통하는 태양전지’의 특허출원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올해 8월3일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KCL)’에 ‘태양광 보안등 가로등’ 설치를 완료한 후 ‘인증’ 요청을 한 상태다. 만약 인증을 받게 된다면 슈퍼커패시터만을 사용해서 독립형 태양광 가로등의 불을 켠 최초의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설치한 슈퍼커패시터 가로등 <사진제공=경일그린텍>

인증 요청까지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 처음 만들어진 제품이라 승인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비교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시험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11월에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을 다시 방문해 연구진들과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기후변화 대응사업 세미나’ 등의 공식 석상을 통해 슈퍼커패시터 태양광 가로등 개발 경험 및 실증사업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경일그린텍이 창업한 지 3년 정도 됐다. 현재는 해외에서 ‘슈퍼커패시터를 이용한 지속가능한 태양전지’ 관련 제품의 고효율성을 입증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를 얘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다. 본격적인 해외 사업은 2018년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말레이시아·사우디아라비아·미국 등 많은 해외 기업 담당자들과 교류를 하고 있으며, 샘플 수출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전력청(EDF)에서도 우리 기업과 기술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상태다.

기후변화대응 사업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심언규 대표 <사진제공=경일그린텍>

 

인도네시아 설치한 태양광 가로등, 고장·교환없이 약 3년째 사용 중

 

경일그린텍이 추구하는 신재생에너지의 방향은
앞서 관련된 얘기를 했지만,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바로 ‘예측하기 힘든 출력 패턴’이다. 풍력 발전을 예로 들면, 바람이 불어야 발전기가 돌고 발전기가 돌아야 발전이 되지 않나. 하지만 바람이 언제 불 것인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기상청의 기상정보도 ‘자연 현상이라는’ 특성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태양광도 똑같다. 태양이 떠도 구름이 지나가고 바람이 불면 태양광 출력에 변화가 생긴다. 그 변화는 예측 불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되는 곳의 환경’에 맞도록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25℃의 허상’에서 깨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의 태양전지는 온도를 25℃에 고정시켜 놓고 성능을 평가한다. 해당 온도에서 광전환 효율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일반적인 배터리 또한 25℃에서 그 성능을 평가한다. 그리고 성능 평가 제조사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 회사의 배터리 설계 수명은 10년이다.”
하지만 설계 수명이란, 설계 당시 환경에서 출력 가능한 수명이다. 소비자의 생활환경에서 배터리 수명 기간은 또 달라질 수 있다.

물론 기준점이 있는 것은 좋지만 실제 환경에 맞는 기술을 개발해야 신재생에너지가 활성·보편화되지 않을까. ‘지속가능한 기술 개발’을 이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25℃의 허상’이라는 상징적인 얘기를 했지만, 그만큼 각기 다른 환경에서도 효율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유연한 시장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아이디어의 혁신적인 참신함과 확고한 믿음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우리 집 앞마당을 6년 동안 밝혀온 태양광 가로등인데, 사업 관련해 방문한 기관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다. “대표님, 회사에 직원이 몇 분 계세요? 매출은 얼마나 나와요? 담보는 있으세요? 그 제품 진짜 불 켜져요?”

여기서 느꼈다. 내 위에 시멘트 천장이 있다는 것을. 이 것을 깨고 올라가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창업 프로그램들은 많지만 성공 케이스가 드문 이유 또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이와 더불어, 해 봐야 안 되는 경우가 많으니 창업이라는 모험보다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 공무원 시험 시장으로 젊은 친구들이 몰리는 현상도 이해가 갔다.

창업 기업은 기존 업계의 정해진 틀과 법칙 안에서 자유롭기가 무척 힘들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도 다시 돌아오는 것은 달갑지 않은 시선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기존의 제도와 관행이 아닌, 창업 기업의 가능성과 독창적 시각을 이해하는 시장의 넓이와 깊이가 필요하다. 또한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 역시 중요하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슈퍼커패시터 태양광 독립형 보안등 설치 사진 <사진제공=경일그린텍>

우리나라 창업 기업의 미래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태양전지를 구성하는 태양광 웨이퍼의 1장(약 10×10㎝)당 가격은 개발 당시 약 80만원에 육박했지만 2017년 현재, 220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누구든 이러한 환경의 태양광 에너지 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해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가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은 사실이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 역시 매우 중요해졌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창업 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적극적인 정부 정책 또한 시급하다. 창업 아이디어는 무한정 받아들이되, 아이디어의 엄격한 검증과정과 실효성 있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향후 신재생에너지 창업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효율적인 육성 정책과 격려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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