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금강사지 수몰 결정하면서 ‘현지보존’으로 포장
전문가들 ‘금강마을 전체가 보물급 이상의 문화재’ 평가

[환경일보] 보물급 문화재라는 전문가들의 평가에도 불구, 문화재청이 4대강 사업 강행을 위해 금강사지에 대한 수몰을 결정, 삼국시대부터 전해온 중요한 문화유산이 사라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상돈 의원은 “4대강 사업의 일환인 영주댐 공사 중 발굴된 통일신라~고려시대 절터인 금강사지(金剛寺止)에 대해 문화재청이 2015년 전문가 검토회의를 통해 문화적 중요성으로 원형보존 기준평점 74.31점을 크게 넘는 84.51점으로 평가했으면서도 담수를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화재청은 사지를 복토한다는 조건을 붙여 이를 현지보존이라고 포장한 채 공표하지 않았고, 최대 19m 담수 수압에 따른 훼손 문제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국정감사 과정에서 영주댐 관련 자료를 제출받음으로써 확인됐다.

금강마을 전경 <자료제공=이상돈의원실>

고려시대 장례의례 중요한 자료

금강사지는 영주댐 수몰예정지 금광2리(금강마을)에 대한 뒤늦은 발굴조사 과정에서 2014년 확인된 절터다.

우물에서 발굴된 명문(明文)이 새겨진 광명대(光明臺)는 고려시대의 장례의례와 불교문화를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로 여겨지는 등 전문가들로부터 보물급 이상으로 평가받았고, 당시 문화재 전문가들은 금강마을 전체를 사적으로 지정해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추가 발굴된 통일신라시대 기와 가마는 익산 왕궁리사지 가마터 외에는 출토된 사례가 없는 매우 소중한 유구(遺構)라는 점이 보존방안 심의에서 거론되며 금강사지 일대의 중요성이 다시 확인됐다.

그러나 금강사지는 문화적 중요성에 비해 보존절차 결정이 매끄럽지 못했고 정부의 입김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말았다.

2015년 5월 열린 전문가 검토회의는 전·현직 공무원 위주로 구성됐고, 같은 해 7월에 열린 제6차 매장문화재분과위원회에서는 한 위원은 이미 만들어진 댐을 의식해 “이제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발언했고, 담당 공무원은 “발굴조사 때문에 지금 물을 못 채우고 있는 것”이라며 문화재 가치를 부정하는 망발을 일삼았다.

특히 2009년 댐 사전환경성검토서에서 성균관 자문위원인 마을 주민이 고려시대 사찰 터의 존재를 자세히 언급한 바 있어, 보존방안 심의에서 절터의 존재를 알면서도 영주댐을 건설했는지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마을 자체가 역사문화박물관

3m 복토가 유일한 보존조치인 금강사지는 최대 19m의 수압을 견뎌야한다. 그러나 보존조치 시행 과정에 보존과학 전문가나 수리전문가가 이를 계산한 흔적이 전혀 없었고 과업지시서도 수압에 따른 기술적 문제를 검토하지 않았다.

현지보존이라는 결정은 했지만 담수 수압을 견딜지는 누구도 따지지 않은 것이다.

최대 19m(EL.164-145)의 수압을 견뎌야 하는 금강사지<자료제공=한국수자원공사>

한편 인동 장씨 400년 집성촌인 금강마을은 문화재조사에서 금강사지를 포함해 청동기시대부터의 토·자기편, 삼국~조선시대 불교 및 생활유적 등 639기의 유구와 1190점의 유물이 대량 확인됐다.

이에 따라 마을 자체가 그대로 보존해야 할 역사문화박물관임이 입증됐지만 문화재청은 오히려 4대강사업의 일환인 영주댐의 손을 들어주면서 소중한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상돈 의원은 “2002년 지표조사에서 청동기 시대부터의 토기편 등 유물이 광범위하게 산포한 영주댐 수몰예정지 일대는 금강마을 뿐 아니고 강을 따라 20㎞의 마을들이 고대부터의 문화자취가 켜켜이 배어있고, 유교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통가치가 향토민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어온 공동체”라고 밝혔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친 수천점의 유물이 발견됐지만 문화재청은 영주댐 건설을 위해 문화적 가치마저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자료제공=이상돈의원실>

또한 이 의원은 “퇴계 이황선생과의 깊은 인연으로 사액서원(賜額書院)이 된 이산서원 등 15개 지정문화재가 모두 영주댐 때문에 옮겨가는데 문화재청은 각 사안을 쪼개 검토했지 우리사회가 지켜야 할 전통적인 문화공동체 전체의 무게로 고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금강마을 등을 담수하는 것은 문화적 전통과 다양성을 함께 강조하는 21세기 한국사회에서 가장 부끄럽고 반문명적인 결정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미 생태, 경관, 수질 등 온갖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영주댐을 지금이라도 철거하고 금강사지 등을 있는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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