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까지 청운동 류가헌에서 전시

문선희 작가의 초대전 '묻다'가 내달 3일까지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최근 전북 고창의 오리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함에 따라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AI 확산 차단을 위한 총력 방역체계를 가동키로 했다. 조류에 발병하는 전염성 호흡기 질환인 AI가 지난 2003년 12월 국내에 최초로 발병한 이후 살처분된 가금류는 모두 3천 7백만 여 마리에 이른다.

우리가 딛고 서 있는 땅에 산채로 묻힌 동물의 존엄성을 표현한 문선희 작가의 사진전 ‘묻다-동물과 함께 인간성마저 묻혀버린 땅에 관한 기록’이 21일부터 2주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소재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문 작가는 2011년 구제역과 AI로 동물을 생매장한 땅의 3년 뒤 모습을 담은 사진작품을 전시한다. 작가는 천만마리 이상의 생명을 삼킨 불온한 땅 4,800여 곳 중에서 100여 곳을 법정 발굴 금지기간이 지난 후 찾아갔다.

문 작가는 “구덩이로 내던져지는 새끼 돼지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구덩이를 향해 제 발로 줄지어 걸어가던 오리 떼를 보았을 때 정말이지 큰 충격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마음 깊은 곳이 무엇인가가 ‘훼손’되는 기분이었다고 느낌을 설명했다.

살처분 문제는 우리들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파헤치고 파묻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처리는 자연의 자정능력을 잃게 만들었다.

비용으로 환산되는 사회, 다음 차례는 인간

문선희 작가는 불편할 수도 있는 공간에 겁이 많은 자신이 찾아간 이유를 지금도 설명하기 힘들다고 했다. 누군가가 꼭 해야 할 일이라 그 자리에 있었다는 정도로 표현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매몰지는 비닐로 은폐된 채로 방치되고 있었고, 어떤 풀들은 새하얀 액체를 토하며 기이하게 죽어가는 모습이었다. 참혹한 현장은 사진에 생생하게 남았다.

발굴 금지 기간이 지난 후 그 땅은 다시 사용가능한 땅이 된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동물을 파묻었는데 3년만 지난다고 다시 쓰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지만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처리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후속 처리는 없었다. 문 작가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생명을 이토록 무가치하게 여기고, 자연을 막무가내로 혹사시키는 것이 너무나 걱정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업은 현대 사회 시스템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사죄 담은 전시회 통해 인간성 회복 희망을 보다

자정능력을 잃어간 대지는 꾸역꾸역 하얀 곰팡이를 토해내기 시작했고 이것은 다시 오롯이 인간의 몫이 됐다. 문 작가는 “3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끔찍한 고통을 받은 동물들에게, 속수무책으로 파헤쳐진 대지에게, 그리고 우리가 저질러 놓은 범죄에 뿌리 내렸다 죽어간 식물들에게도 진심으로 사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전시를 통해 합리성과 경제성만 강조하는 현대 사회 시스템을 지적하면서 새 정보는 이전 정부의 전철을 밝지 않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밝혔다.

문선희 작가와의 대화는 25일 오후 4시에 준비된다. 전시기간은 11월 21일부터 12월 3일까지고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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