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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잃어버린 환경가치 재설정부터”김은경 환경부 장관 인터뷰

책임자 문책보다 환경부가 추구할 비전 설정이 먼저
국민과 함께 하는 지속가능한 미래가 가장 큰 소임

[환경일보] 지난 10년 ‘규제=악’이었고 철폐해야 할 '악'이자 ‘암 덩어리’였다. 최소한 누군가에게는 그랬다. 환경 법안들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잘려 나가거나 원안과 다른 엉뚱한 법안으로 변질되기 일쑤였다. 그 와중에도 누군가는 변질된 법안이나마 시행령 안에 환경을 담으려 밤을 새워 고민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었다. 환경부는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편집자 주>

김은경 환경부 장관과의 인터뷰는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본지 김익수 편집대표가 진행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적폐청산에 대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김은경 장관이 이끄는 환경부에 대해서도 적폐청산 요구가 많다. 환경부가 원죄처럼 안고 있는 4대강 사업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 장관은 “지난 10년 동안 여러 곳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가치기준이 흐트러져 버렸다”며 “특히 환경부가 자기 역할을 못했다는 국민들의 비판이 매우 거세다. 공무원들도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자괴감과 함께 의욕도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잘못을 들춰서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이 먼저일까? 김 장관은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왜 적폐청산을 하지 않느냐, 왜 책임자를 문책하지 않느냐 이야기한다. 그러나 공무원으로서 위에서 시키는 일을 했는데, 이것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아울러 “환경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다 함께 공감하고 있었다면 한두 사람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해서 조직 전체가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환경부 직원 모두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비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은경 장관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환경부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비전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사진제공=환경부>

실제로 김 장관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시작된 일이 자체적인 조직 진단이었다. 가장 말단의 하위 직원부터 고위급 공무원까지 환경부의 지난 세월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모았고 이를 비전으로 삼았다.

김 장관은 “무엇이 옳은지 공감하고, 목표와 업무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문제가 생겼을 때 ‘NO’라고 외칠 수 있고 옳은 방향으로 더 열심히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전을 설정했다고 해서 당장 달리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지난 10년 동안 환경부는 환경파괴와 맞서 싸울 동력을 서서히 잃어 갔다. 말 못하는 자연의 대변자가 돼야 할 환경부가 ‘국토부 이중대’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 직원들의 사기도 저하됐다.

김 장관은 “만들어진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각 실국의 업무를 튜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자체적인 작업은 어느 정도 끝났고 이를 기재부와 협의하는 과정에 있다”며 “지금껏 해왔던 업무들이 우리가 함께 만든 비전에 비춰볼 때 합당한지, 바꾼다면 어떻게 바꿀지를 직원 및 외부에 계신 분들과 함께 논의해서 연말 업무보고로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업무 튜닝이 끝나는 내년 초에는 2019년 업무계획을 변화된 방향에 맞춰 수정하고 예산 역시 거기에 맞춰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비전 선포식 <사진제공=환경부>

지속가능발전 속 환경부 역할

과거 참여정부 시절부터 김 장관은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단어를 상당히 즐겨 사용했고 지금도 그렇다. 환경부 장관으로 일하고 있지만 환경만 추구해서는 지속가능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김 장관이 생각하는 지속가능발전에서의 환경부는 ‘다른 부처가 환경을 추구하게 만드는 부처’다.

그는 “다른 부처가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해야 환경부의 목표가 실현된다. 환경부는 다른 부처를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다른 부처들과 연석회의를 구성하고 있다. 1차로 산업부와 에너지 등 협력과제를 도출하고 실무회의, 장관회의를 거쳐 점검하는 틀을 만들었다. 이어 농림부, 산림청, 국방부, 외교부 등 다른 부처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가치가 모든 부처에서 실현돼야 하고 그것을 위해 환경부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 참여에 대해서도 김 장관은 “자주 인용하는 말처럼 기업이 참여하지 않은 지속가능발전은 타이타닉에 고인 물을 티스푼으로 퍼내는 것과 같다. 참여정부에서는 행정부가 어떻게 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정부에서는 기업들의 지속가능발전 참여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창녕함안보를 점검하는 김은경 장관 <사진제공=환경부>

개발vs환경, 환경부는 반드시 욕을 먹는다

중앙부처와의 협력도 문제지만 지자체와의 관계 역시 큰 문제다.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지자체장 입장에서는 개발사업은 포기하기 힘든 유혹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은커녕 10년 후조차 내다보지 못하는 난개발이 여전히 많다.

여기에 흑산도 공항이나 설악산 케이블카처럼 정치적인 문제까지 끼어들면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는 개발을 원하는 쪽과 원하지 않는 반대진영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

‘경제도 어려운데 지나친 규제로 사업을 가로막는다’ 내지는 ‘규제완화로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욕 중에 하나는 반드시 얻어먹는 구조다.

김 장관은 “문제가 있는 사업이 정부가 바뀐 이후에도 계속해서 추진된다면 그 원인은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개발부처에 묻는 것이 먼저”라며 “환경부가 잘했다는 것도 아니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사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면 개발부처에 요구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아울러 그는 “설악산 케이블카에 대해 전직 대통령이 추진하라고 지시한 시점에서 기존에 만들었던 기준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런 문제들을 다시 살펴보고 본래의 평가절차가 제대로 이행되도록 하는 일은 환경부 책임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3)에 정부 대표로 참석한 김은경 장관 <사진제공=환경부>

한편 지자체의 환경 관리감독 소홀에 대해서는 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장관은 “환경부가 지자체에 환경관리 권한을 위임했는데, 이것이 잘 지켜지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지자체에 위임된 관리감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문제는 환경부가 사후관리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지난 10년 중앙정부가 환경 쪽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동안 오히려 지자체에서 더 많은 성과를 거뒀다”며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 충청남도 3농 정책, 제주도의 탄소 없는 섬 등은 매우 좋은 사례”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개발을 우선한 지자체도 있지만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한 지자체도 있다. 이제는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좋은 사례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석포제련소 문제, 원점에서 다시 시작

올해 국정감사에서 영풍석포제련소 문제는 중요한 화두였다. 과거 수십년 동안 땅에 묻은 광미 찌꺼기에서 여전히 침출수가 발생하고 있지만 업체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환경부 대책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2000년대부터 신자유주의가 만연했고 지난 10년 동안 ‘규제는 암’이라고 말하는 정부에서 환경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었다”며 “환경부가 했던 일 때문에 국민들의 신뢰가 낮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라고 밝혔다.

환경부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에 정부가 조사한 내용을 국민들이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것이 김 장관의 생각이다.

김 장관은 “국회, 시민사회, 주민 등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민관이 공동으로 정밀하게 조사를 수행하는 것부터가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며 “쉽지 않은 일이고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물은 발원지부터 끝까지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낙동강 수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추석 보내기 캠페인에 참여한 김은경 장관 <사진제공=환경부>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

환경부는 정부 부처 내에서도 야당 역할을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개발사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부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부는 여론의 뒷받침이 있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김 장관은 “환경부는 모든 면에서 국민들의 참여와 도움이 필요하다.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날아와 심각하다’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로 생각의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환경부의 숙제”라며 “환경문제는 모두가 피해자이자 모두가 가해자다. 국민과 함께 하는 지속가능한 미래가 환경부의 가장 큰 소임”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대담=김익수 편집대표>

김은경 장관은 인터뷰 내내 환경부와 환경,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명확히 밝혔다. <사진=김경태 기자>

김경태 기자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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