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고택에 메주 다는 정겨운 풍경

운조루에 걸린 메주   <사진제공=구례군>

[구례=환경일보] 현용일 기자 = 전남 구례군 토지면에 있는 고택 운조루에서 9대 종부 이길순 어르신과 10대 종손인 류정수씨가 전통 방식으로 만든 메주를 겨울 햇살에 말리기 위해 매달고 있다.

조선 중기의 전형적인 양반가옥인 운조루는 낙안군수와 삼수부사를 지낸 류이주가 영조 52년(1776)에 99칸으로 지었으며, 현재까지 그의 후손들이 대대로 살고 있다.

운조루는 흉년에 가난한 사람들이 굶지 않도록 누구나 쌀을 가져갈 수 있는 ‘타인능해(누구나 열 수 있다)’라고 쓰인 뒤주가 있어 부와 권력, 명성을 갖는 사회 지도층이 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과거 화려했던 전성기를 지내온 고즈넉한 고택에 모처럼 생기가 도는 날이다. 빛바랜 고택처럼 어머니 같은 우리의 고향 풍경도 그러할 것이다.

바쁜 일상 속 고택 한편에서 천천히 익어가는 메주에 담은 의미를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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