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기름유출 환경참사 10주기 국회토론회’ 개최
주민 건강‧생태계 등 피해 현황 및 재발방지 논의

[국회=환경일보] 김은교 기자 = 2007년 12월7일 발생한 태안기름유출 환경참사 이후, 태안 지역의 주민 건강‧생태계‧경제적‧사회적 현황 및 재발 방지 관리 체계를 논의하기 위한 ‘태안기름유출 환경참사 10주기 토론회’가 18일 국회에서 열렸다.

김현권 국회 농해수위 의원‧이정미 환노위 의원‧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태안기름유출 참사 이후 10년인 2017년, 현재의 태안 지역과 주민 생활을 되짚어보기 위해 마련됐다

태안기름유출 환경 참사 10주기 국회토론회가 12월18일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김은교 기자>

'위험한 기적'이 주민 건강에 끼친 영향
전국 11개 시‧군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375㎞에 달하는 해안선‧해수욕장 15곳‧섬 101곳이 오염되는 등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했던 당시 사고에는 자원봉사자 123만 명을 포함한 총 207만 여 명의 방제인력이 참여해 ‘태안의 기적’을 일으키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태안의 기적 이면에는 함께 풀어내야 할 주요 과제가 공존했다.
주민 건강 피해 분야에 대해 발표한 박명숙 태안환경보건센터 연구팀장은 당시 발생한 사고 복구 현장의 결과를 가리켜 ‘위험한 기적’이라고 부르며 유류에 노출된 사람들의 건강 영향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사고 직후 급성기 건강영향평가를 통해 유류 노출이 지역 주민 건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에서 시작된 중장기 건강연구조사에 따르면 2009~2014년, 태안군 지역이 다른 군 지역에 비해 남성 전립선암(30.7/100,000명), 여성 백혈병(8.6/100,000명)에서 더 높은 발생률을 나타냈으며 2004~2008년에 비해 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어린이는 사고 발생 1.5년 후 조사 결과, 사고지점으로부터 거주지까지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천식 위험도가 2.43배 높았으며 사고 발생 3년 후 사고지점‧거주지‧학교와의 거리가 가까운 초등학생에게서 천식 증상이 더 높게 나타났다. 전국 수준에 비해서는 2배 이상의 천식 유병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암은 발병까지 최소 10년 이상에서 2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므로 현재 태안 지역 주민의 암 발생률이 유류 유출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다 긴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전한 박 연구팀장은 사고 당시 참여했던 자원봉사자들의 유류 노출로 인한 중장기적 건강 영향에 대한 체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환경보건 관련 기관이 전국적으로 20여 곳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양 유류 유출 사고 발생 직후 기관 인력들의 즉각적인 대응이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앞서 박명숙 연구팀장이 발표한 건강 영향 평가에 대한 후속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박 연구팀장은 2018년부터 전립선암 표지자 검사 실시 및 백혈병 조기 발견을 위한 지역주민 건강검진 독려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상시 발생 가능한 국내 유류사고에 대비해 방제훈련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또한 방제 작업자를 대상으로 방제 시 안전과 건강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사전 예방을 위한 대응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12월8일 태안 신두리 바닷가에서 기름을 뒤집어쓴 뿔논병아리 <사진제공=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생태계 모니터링 결과, 2014년 이후 안정
이규성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 유류오염연구센터 박사는 생태계 피해 분야에 대해 얘기하며 태안의 경우 2007년 12월20일부터 2008년 1월31일까지 생태계 피해 개황조사를 시작 한 이래, 2008년 2~12월 생태계 영향 정밀조사를 거쳐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장기 모니터링을 지속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생태계 영향 장기모니터링은 유류 유출 사고 이후 해양‧연안 생태계 변화 추세를 파악하고 체계적인 생태계 복원에 필요한 근거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실시됐다.

해당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2008년 심각했던 잔존유징이 2013년 2%로 줄은데 이어 2014년 0%로 사라졌다고 발표한 이 박사는 2014년도 7월부터 생태계가 안정 됐다고 유추했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 유출 사고-교훈과 향후 과제’에 대해 발표한 임운혁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는 ▷긴급해양오염영향조사의 법적 근거 및 인프라 구축 ▷해양오염영향조사의 조사 항목 등 법령 개정 ▷대규모 환경재난 시 언론‧국민 소통 창구 및 과학적 자료 ▷방제‧정화‧복원 종료 시점의 과학적 기준 및 사회적 합의 ▷미래사고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 지속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해양 유류 유출로 검은 기름을 뒤집어쓴 야생동물을 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쏟은 ‘야생동물 구조단’의 김신환 동물병원 원장은 사고 당시 유류 오염 야생동물에 대한 치료 매뉴얼이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치료 과정을 하나하나 기록하며 자체 매뉴얼을 만들기도 했다고 밝혔다.

기름에 오염된 뿔논병아리‧민물가마우지 등을 치료하던 당시의 상황에 대해 설명한 김 원장은 언제 발생할지 모를 야생동물 피해에 대비해 국가 기관에서 구조 및 치료를 위한 확실한 조직과 매뉴얼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태안 주민, 시민사회 단체, 정부 기관 대표,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해 대규모 환경참사 이후 10년을 평가 및 논의하기 위해 개최됐다. <사진=김은교 기자>

범군민회, 발전기금 수탁자 태안군으로 변경해야
이번 토론회에서는 특히 태안 군민들의 직접적인 사회‧경제적 피해에 따른 배‧보상 문제가 주요 화두로 제시되기도 했다.

경제‧사회적 피해를 입은 태안 거주민을 대표해 주제발표를 한 ‘태안군발전기금 1500억 찾기 범군민회(이하 범군민회)’ 최근웅 대표 공동회장은 기름 유출 사고 이후 각박한 생활과 절망이 지역 주민 간 갈등을 일으켜 지역 공동체마저 붕괴됐다고 말하며 삼성이 제공한 태안지역발전기금 1500억 원의 수탁자를 허베이 협동조합에서 태안군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베이 협동조합은 태안기름유출사고 이후 만들어진 15개 피해대책위연합회의 모임인 ‘태안군 유류피해대책총연합회’가 설립한 단체로 해당 발전기금을 수령해 운영, 관리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최 공동회장은 허베이 협동조합의 뱔전기금 수령은 태안기름유출 사고의 원인 기업인 삼성이 공동 모금회 등의 기부금 처리를 통해 면세를 받기 위함이라고 말하며 이 발전기금의 수탁자를 태안군으로 돌려 피해주민과 태안군 발전을 위해 공정하게 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 방제정책, 국민 신뢰 조성 노력 필요
재발방지 관련해 발표를 맡은 안양대학교 해양바이오시스템공학과 류종성 교수는 사고 초기 당시 초동 응급조치‧방제 지휘 및 통제‧자원봉사자 관리‧광범위한 해역에 확산된 기름 대응이 미흡했다고 평가하며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유류유출오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현장 지휘관 중심의 방제지휘체계를 확립하는 등 국가 방제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 김보삼 에너지기후위원은 세계 최대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한 태안 참사의 이면에는 개인 안전‧통합 관리 시스템 부재 등의 한계가 있었음을 지적하며 7개월만의 방제활동 종료는 정부 주도가 아닌 성숙된 시민의식과 적극적인 환경인식이 원동력이 돼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당시의 사고를 국가 재난사고에 대한 징비록으로 삼고 ▷시민 환경 자원봉사 전문 네트워크 구축▷시민 환경 재난 전문가 양성 ▷국가 위기 재난 대응 전격 거버넌스 체계 구축 ▷국가 종합 방제 대책 마련 ▷기후 재난과 기후 난민에 대한 사전 대응 활동체계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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