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연구조사 발표, 공공 마중물사업 ‘직접고용효과’보다 효과 커

[환경일보] 김민혜 기자 = ‘도시재생’이 주변의 민간개발, 상권 활성화 등으로 이어져 양질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책임자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에 의뢰해 조사‧분석한 ‘도시재생사업에 따른 고용창출효과’를 1월8일 발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1단계 도시재생활성화지역’(총 13개소) 중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서울역 일대 ▷세운상가 ▷창신‧숭인 3개소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총 8만8693명의 신규 일자리 유발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역 일대와 세운상가는 핵심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 ‘서울로 7017’과 ‘다시세운 프로젝트’ 1단계 사업이 각각 작년 5월과 9월 마무리됐고, 창신‧숭인의 경우 수도권 지역 중 유일하게 정부의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선정된 곳으로 작년 말 대부분의 마중물 사업이 완료됐으며, 일부 앵커시설은 올해 초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번 연구는 특히 서울시의 직접적인 예산 투입을 통한 공공사업(계획‧건설‧운영‧관리 등)으로 발생하는 ‘직접고용효과’뿐 아니라, 파생적으로 발생하는 민간주도개발과 인근 지역 상권 활성화 파급효과 등을 포함한 ‘간접고용효과’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일반적인 고용유발효과 분석이 공공예산 투입 대비 일자리 창출효과를 도출하는 방식(투입산출모형, Input-Output Model)으로 이뤄졌고 주로 그 효과가 건설 단계에 집중돼있었다면, 이번 연구에서는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방점이 있는 도시재생의 특성에 맞는 분석 방식을 새롭게 개발, 적용한 것이다.


공공 마중물사업 ‘직접고용효과’보다 인근 지역 파급 ‘간접고용효과’가 16배 이상 커

총 8만8693명의 일자리 가운데 직접고용효과는 5132명이었으며, 간접고용효과는 8만3561명이었다. 즉, 공공의 마중물사업으로 인한 직접효과보다 민간개발과 인근 지역으로의 파급효과로 인한 간접효과가 16배 이상 컸다.

다만, 투자 대비 고용효과는 공공 마중물사업이 인근 파급으로 인한 고용효과보다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3개 지역의 고용창출효과를 투자비 10억 원 당 창출되는 일자리 수로 환산한 결과, 직접고용효과(공공 마중물사업)는 21.38명, 간접고용효과(인근파급)는 19.38명이었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의 김갑성 교수는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토목건축 위주의 주택재개발‧재건축 사업에 10억 원을 투자했을 때 고용창출효과가 8.7명(2016년 한국은행 고용유발계수 기준)이라는 분석결과에 비춰보면 도시재생의 고용유발효과는 21명 이상으로 2.5배 이상 더 높다”며 “도시재생은 건설단계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일자리는 물론 건설 후 운영‧관리 단계에서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유발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직접고용효과를 보면 건설단계의 ‘일시적’ 일자리(2387명)보다 건설 이후 운영단계에서 생겨나는 ‘지속적인’ 일자리(2745명)가 1.1배(358명)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도시재생이 지속가능한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는 정부가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을 ‘도시재생 뉴딜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채택해 전국 정책으로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도시재생사업에 따른 실질적인 일자리 유발효과를 조사‧분석한 사례는 이번이 국내 최초라고 설명했다. 특히, 각기 다른 3개 유형의 도시재생사업을 분석대상지로 정한 것은, 향후 다양한 유형의 도시재생사업에 적용가능한 일자리 유발 분석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경제기반형 : 광역 차원의 신 경제거점으로의 가능성을 가진 지역 (서울역 일대)
▷ 중심시가지형 : 역사문화특화·도심 활성화 중심지의 잠재력을 가진 지역 (세운상가)
▷ 근린재생형 : 인구감소, 고령화 등으로 쇠퇴했지만 상권회복 가능성 등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거나 주민공동체 활성화가 필요한 노후 주거지역 (창신‧숭인)

 

대규모 도심지 재생 수치적 고용유발 크고, 주거지 재생은 주변 파급효과 지속 확산

우선, 경제기반형인 ‘서울역 일대’는 1200억 원을 투자해 중림동, 서계동, 회현동 등 서울역 일대를 종합재생하는 대규모 재생사업이라는 특성상 3개 지역 중 일자리 유발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5만4228명(직접효과 2078명 간접효과 5만2150명)의 고용유발효과를 낼 것으로 나타났다.

중심시가지형으로 약 1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세운상가’의 고용유발효과는 3만4074명(직접효과 2708명, 간접효과 3만1366명)으로 분석됐다. 민간개발이 활성화되고 장기간 정체됐던 세운4구역이 ‘다시세운 프로젝트’ 영향으로 활기를 되찾는 등 인근지역으로 파급효과가 확산되면서 추가적인 고용유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커스 큐브 등 청년 일자리 유발이 핵심사업으로 차지하고 있는 세운상가는 운영단계에서 지속적 일자리가 1720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중에는 공공에서 직접 운영하는 창업공간 외 세운상가군(세운, 청계, 대림) 공실 및 창고로 사용되는 공간에서 신규로 창업되는 일자리 1400여 개가 포함된다.

세운상가와 인접한 세운4구역은 재정비사업이 장기간 정체됐었지만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영향으로 활기를 되찾으며 올해 3월 사업 정상화를 선언하고, 국제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세운상가 옥상과 데크로 연결하는 계획이 확정되는 등 재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근린재생형이자 정부의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선정된 ‘창신‧숭인’ 지역은 200억 원이 투입됐으며, 391명(직접효과 346명, 간접효과 45명)의 일자리 유발 효과가 예상된다. 앞선 두 개 재생사업과는 달리 노후 주거지역 활성화가 주목적이어서 고용유발효과 수치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지만, 쇠퇴하고 있던 봉제산업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청년이 유입되고 주변상권의 신규 일자리 유발에도 유의미한 영향이 지속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창신‧숭인 지역은 봉제역사관 건설‧운영, 도시재생 지원센터 고용인원 등 169명의 직접고용유발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도시재생사업의 파급효과로 45명의 추가적인 고용유발(자율갱신)이 일어난 것도 매우 의미 있는 변화이다.

특히, 이 지역은 봉제산업이 집중된 지역으로, 서울시는 봉제산업 육성과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KT&G 상상유니브와 연계해 ‘2017 상상패션위크’를 진행하는 등 도시재생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차경남 봉제산업협회의 회장은 “최근 창신동 지역에 봉제공장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봉제산업에 대한 가치와 공감대 확산을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체험기회도 제공하고 있다”며 “봉제산업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이 바뀌고 도시재생을 통해 지역이 젊어지고 있는 만큼, 일대 봉제산업 활성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도시재생활성화지역(3개소) 고용유발효과 <자료제공=서울시>

서울시는 작년 시범조사를 토대로 올해에는 도시재생활성화지역 전 지역(131개소)으로 확대해 고용유발효과를 분석할 계획이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도시재생은 경제‧사회‧물리‧환경적 해결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해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21세기형 도시관리방식으로, 저성장시대 도시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은 물론 양질의 일자리도 이끌어내는 정책”이라며 “이번 시범연구에서는 물리적 효과를 중심으로 분석했지만 주민과 공공 등 주체들 간의 협업에 따른 지역 활성화와 다양한 특화산업 유치에 따른 관광유발 효과 같은 비물리적인 부분까지 확대하면 일자리 유발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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