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종철 열사 31주기 ‘남영동 대공분실 터’ 등 6곳에 인권현장 바닥동판 추가 설치

[환경일보] 김민혜 기자 = 1987년 1월14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대학생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경찰은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황당한 변명으로 고문사실을 은폐하려고 했지만 결국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당하다가 숨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건은 같은 해 6.10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 서울대 언어학과 2학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다.

남영동 대공분실 터 인권현장 바닥동판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는 고(故) 박종철 열사의 31주기(2018.1.14.)에 맞춰 ‘남영동 대공분실 터’에 인권현장 바닥동판을 설치 완료했다고 밝혔다. 인권현장 바닥동판은 건물 외부 출입구 근처 바닥에 국가 폭력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역삼각형 형태(가로‧세로 35cm)로 설치됐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군사독재 시절, 고 박종철 열사와 민주화운동의 거목으로 불리는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등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끌려와 강도 높은 고문을 당한 것으로 악명 높은 곳이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희망찬 미래를 향한 경찰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통해2005년부터는 ‘박종철 기념전시실(2005년)’이 운영 되는 등 현재는 국민과 소통하는 ‘경찰청 인권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화운동 당시 단일사건 최대인 1288명의 학생이 구속 당한 ‘10.28 건대항쟁 자리’ ▷민주인사 등에게 고문수사를 했던 국군보안사 서빙고분실 ‘빙고호텔 터’ ▷일제강점기 여성인권을 탄압한 대표적인 기생조합인 ‘한성권번 터’ ▷미니스커트‧장발 단속 등 국가의 통제와 청년들의 자유가 충돌했던 ‘명동파출소’ ▷부실공사와 안전관리 소홀로 49명의 사상자를 낸 ‘성수대교’ 등 5곳에도 인권현장 바닥동판 설치를 완료했다.

건국대 구속사건 현장 인권현장 바닥동판

이로써,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인권현장 바닥동판은 총 45개로 늘어났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근현대 흐름 속에서 벌어졌던 인권탄압과 이에 맞서 저항했던 인권수호의 생생한 역사를 품고 있는 곳에 황동으로 만든 바닥동판을 설치해 인권의 가치를 되새기는 ‘인권현장 표석화 사업(인권서울기억)’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던 1894년부터 2000년까지 인권사의 역사적 현장 가운데 시민‧전문가 추천,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쳐 최종 62곳을 선정 완료했다. 2015년에는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아 서울시청 앞 녹지대에 인권조형물(1개소)과 남산 옛 안기부 자리에 인권현장 안내 표지판(9개소)를 설치했고, 2016년에는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4.18 선언’이 있었던 안암동 현장, 호주제‧동성동본 혼인금지제도 폐지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 39개소에 바닥동판을 설치했다.

서울시 '인권현장 바닥동판' 디자인 분류

인권현장을 시민들이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곁들인 도보 탐방코스 7개를 개발 중인 서울시는 이 중 4개 코스(▷민주화(4월길, 6월길) ▷사회연대(여성길) ▷남산(자유길))를 운영한 결과 26회에 걸쳐 시민‧학생 등 1300여 명이 참여하는 등 호응이 높았다고 전했다. 이에 서울시는 올해도 인권현장 바닥동판 설치와 탐방 프로그램 운영을 지속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시민 반응과 전문가 의견을 검토하고 관련 기관과 협의절차를 거쳐 인권현장 바닥동판을 점진적으로 추가 설치해나가겠다”며 “바닥동판 설치는 물론, 인권현장을 시민들이 쉽고 편리하게 탐방할 수 있도록 도보 탐방프로그램을 운영해 그간 잘 알지 못했던 인권현장에 얽힌 사연과 아프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어두운 역사에 대해서도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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