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성 기름 수입 의존, 탕유 재활용은 금지
안전·보건상 아무런 문제 없지만 애꿎은 규정 탓만

[환경일보]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성 유지 재활용에 대한 황당한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자원과 외화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미사료 원료에 특별한 이유 없이 제한을 가하면서 절반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동물성 기름 공급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어, 현장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성 유지 가운데 식당이나 식품가공공장에서 수거하는 동물성 회수유(일명 탕유)를 단미사료의 원료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조리하고 남은 동물성 식용잔유, 즉 폐식용유는 사료 원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식품조리 전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동물성 기름은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음식물쓰레기로 간주한 것이다.

농식품부가 동물성 유지를 음식물쓰레기로 간주한 이유는 2가지다. 식당과 식품가공공장에서 가열 등의 과정을 거치는 것과 함께 다른 재료가 섞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규정상 탕유는 동물성 식용잔유에 포함되지 않았고 남은 음식물과 섞여서 혼합된 것이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로 간주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료공장에서 안전성 검사를 하고 있고, 지금까지 문제가 된 사례가 한번도 없기 때문에 모니터링이나 검사절차를 강화하면 되지 않느냐는 업계의 반박에 대해서도 농식품부 관계자는 “규정상 안 된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품질 낮고 가격만 비싼 수입산

문제는 단미사료의 원료인 동물성 유지가 매우 부족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물성 유지는 크게 3가지 방식으로 원료가 공급되는데 ▷도축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활용하거나 ▷식당이나 식품가공공장에서 나온 동물성 기름을 활용하거나 ▷외국에서 수입한다.

그런데 국내 동물성 유지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60~70%는 수입에 의존하는 형편이고 그나마 품질도 좋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동물성 유지가 1등급이라면, 수입산은 3~4등급에 불과할 정도로 품질이 나쁘면서 가격도 비싸다. 그럼에도 워낙 물량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공급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식품가공 과정에서의 동물성 기름(탕유)의 사용을 금지하면서 업계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동물성 기름을 공급하는 업체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동물성 기름을 음식물쓰레기 취급하고 있지만 사실과 전혀 다르다”면서 “설렁탕을 예로 들면, 뼈에 물을 붓고 끓일 때 나오는 과정에서 나온 기름을 걷어내고 이를 재활용하는 것이지, 먹고 남은 음식물쓰레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그는 “이렇게 수집된 동물성 기름의 이물질과 수분을 모두 제거하고 멸균과정을 거쳐 사료공장에 납품하면 거기서 전수검사를 거치기 때문에 지금껏 한번도 문제가 된 사례가 없다”며 “애초부터 음식물쓰레기에서 추출한 기름은 부패가 심해서 사용하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외국에서도 오븐 등 조리과정을 통해 생성되는 동물성 기름을 수집·운반·정제 과정을 거쳐 사료로 재활용하고 있어 농식품부의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식당과 식품가공공장에서 나오는 동물성 기름을 '음식물쓰레기'로 간주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먹고 남긴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조리를 위해 육수를 내는 과정에서 뼈나 고기 등 단일품목만을 넣고 끓이는 과정에서 나오는 기름을 수집해 정제와 멸균과정을 거친다. <사진제공=마상우>

연간 2만톤의 동물성 기름 하수구로

그러나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 사료업계는 농식품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최근 사료협회는 ‘농식품부에서 탕류는 음식물쓰레기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고 공문을 보냈고 관련 업계는 폭탄을 맞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국의 음식점과 식품가공공장에서 톤당 70만원에 연간 약 2만톤가량의 동물성 기름을 수거해서 재활용했는데, 농식품부의 유권해석 때문에 모두 버려지게 되고 이로 인해 이중, 삼중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동물성 기름의 재활용이 금지되면서 결국 하수구로 버려지게 되고 이로 인해 아까운 자원이 쓰레기로 전락하게 됐다.

또한 동물성 기름이 하수구를 거쳐 종말처리장으로 유입되면 하수처리비용이 상승하게 되고, 특히 겨울철 동물성 기름이 하수구에서 굳을 우려가 있어 이로 인한 비용이 추가적으로 필요해진다. 이중, 삼중의 낭비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관련 부처인 환경부는 농식품부 소관이기 때문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활용을 통해 완성된 제품에 대해서는 소관 부처에서 정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농식품부가 한쪽 말만 듣고 편파적인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축 과정에서 나온 동물성 기름을 공급하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탕유 공급업체들이 가격을 떨어뜨리는 얄미운 경쟁자로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생이나 안전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음에도 관련 규정 탓을 하며 자원 재활용을 금지시킨 농식품부의 탁상행정 때문에 자원낭비는 물론, 아까운 외화까지 새나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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