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어 제주, 남해로 생태계·어민 피해확산 우려

지난 1월 6일 이란 유조선 산치(Sanchi) 호가 제주도 인근 동중국해에서 충돌사고 후 열흘 만에 침몰했다.

선원 32명이 실종되거나 목숨을 잃어 안타까움을 더했지만, 자연생태계 피해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운반 중이던 13만 6000톤의 콘덴세이트유와 연료유인 1000톤의 중유가 유출되면서 일본과 한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콘덴세이트유는 인화성, 휘발성이 높아 유출량 중 상당량이 증발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폭발과 화재로 이어지면서 큰 인명피해를 일으켰다. 중유 또한, 밀도가 높아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 앉아 심해 해양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권위있는 해외 연구기관들은 이번에 기름으로 오염된 해양수가 해류를 타고 일본 동해안을 거쳐 도쿄만 인근까지 확산되고 북태평양 심해 층에도 스며들 것으로 전망한다.

오염수는 이어 3월 중순경 제주도 남쪽 해역에 도착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남해 전역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측이다.

사고 발생지역은 제주도에서 남서쪽으로 300여㎞ 떨어진 동중국해로 황해 광역해양생태계와 인접한 곳이다. 고래, 점박이물범, 바다거북, 철새, 산호초 등 잘 보전해야 할 다양한 해양생물들의 보고(寶庫)다.

특히 철새들의 피해가 우려되는데 깃털에 기름이 묻으면 방수와 부력기능이 크게 떨어져 물 위에 떠있기 어렵고 비행 능력도 감소하고 체온유지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해양생태계가 훼손되면서 균형이 깨지면 어업이나 해양관광업을 담당하는 수많은 국민들 또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대도 정부는 손 놓고 눈치만 보고 있다. 우리는 이미 시프린스호, 삼성-허베이스피리트호 등 몇 차례 기름유출사고를 경험했다.

기름유출로 용존산소량이 줄고 양식장의 굴, 김, 바지락 등 어패류가 대량 폐사하면서 어업을 생계로 살던 지역민들은 물질적, 정신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빗나간 예측과 전문성 부족, 지휘체계 부재로 인해 당시 초기 방재와 갈등 해결에 정부가 실패했고, 기업들은 책임회피에 바빴다.

국민들이 나서 급한 불은 껐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위기대응시스템은 보이질 않고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 듯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서둘러 오염현황을 파악하고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하고 효과적인 방제가 가능한 방법을 찾아 행동에 나서야 한다.

국민들이 측은한 마음에 걸레 들고 기름 닦으러 나가도록 기다리는 건 아니길 바란다. 그래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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