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심사보고서 331억 한도 과징금… 현실은 1억3400만원
SK케미칼과 애경 법인 및 전직 대표이사를 형사고발고

[환경일보] 공정거래위원회가 뒤늦게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일부 가해기업에 대해 기존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바로잡았다.

2016년 8월 증거 불충분으로 사실상 무혐의 결정을 내린 후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조사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SK케미칼과 애경 법인 및 전직 대표이사를 형사고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피해자모임과 환경단체들은 공정위가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공정위는 SK케미칼과 애경, 이마트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1억3000만원과 함께 시정명령, 공표명령을 내릴 것을 결정했다.

SK케미칼과 애경의 법인과 전직 대표이사 2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지만 이마트는 공소시효를 이유로 고발에서 제외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사보고서 0.5%만 과징금 부과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12일 “2016년 공정위 사무처 심사보고서에서 331억원 한도 과징금 부과 결론이 내려졌음에도 2018년 2월 김상조 공정위의 과징금은 1억3400만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2016년 7월 작성된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의 심사보고서는 헌법재판에 제출된 것으로 이날 처음 공개됐다.

같은 해 4월 가습기메이트 제품 피해자의 신고로 시작한 사건에서 심사보고서에는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이므로 과징금을 애경산업 81억원, SK케미칼 250억원의 한도에서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12일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발표한 과징금은 1억3400만원으로, 2016년 공정위 내부보고서의 0.5%에 불과하다.

2018년 2월 현재 신고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는 모두 5988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는 1308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학회에 의뢰한 연구용역으로 추산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30만~5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드러난 피해가 전체의 1~2%에 불과하다는 점, 공정위의 과징금 처벌이 모두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에서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시민단체들은 “SK제품의 ‘인체 무해’라고 표기하는 등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사진제공=환경운동연합>

CMIT/MIT 제품 260만개 팔려

1994년 가습기살균제를 처음 개발·판매한 유공을 인수한 SK는 1994년부터 2001년까지 SK이노베이션이 CMIT/MIT 살균제를 성분으로 한 ‘유공 엔크린 가습기살균제’를 35.3만개를 직접 만들어 판매했다.

그리고 SK케미칼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CMIT/MIT 성분의 같은 제품을 ‘가습기메이트’란 이름으로 163.7만개를 만들어 애경에 공급했다.

1997년부터 1999년까지 CMIT/MIT를 성분으로 한 ‘파란하늘맑은가습기’라는 이름의 제품을 7.9만개 제조·판매했다.

이마트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SK케미칼이 만든 PB제품 35.4만개를 애경으로부터 공급받아 판매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는 ▷다이소PB가 287만개 ▷GS리테일PB가 1.8만개 ▷헨켈의 ‘홈기파 가습기 한번에 싹’이 1.1만개 판매됐다.

이렇게 최소 7개의 가습기살균제 제품 260만개가 CMIT/MIT을 주 살균성분으로 제조돼 판매됐으며 이는 전체 판매량의 26%에 달한다.

피해자가족들과 시민단체들은 “애경의 경우 적시했지만, SK가 제품에 ‘인체에 무해’라고 적시한 내용과, 자사 사보에 기만적 표시 광고를 게시한 점 등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며 “여전히 공정위의 SK 봐주기가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잘못된 공정위 판단으로 인해 이마트가 공소시효가 지나 고발되지 않는 등 상처받고 힘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과해야 한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공정하지 않은 공정위’, ‘기업과 손잡은 공정위’가 되지 말고 ‘소비자의 국민의 공정위’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