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책임회피, 낙관론 넘어 바른 대책 필요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시장은 2030년까지 1억6000만~2억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 시장 또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친환경을 내세우는 전기차의 아킬레스건은 폐배터리다. 전기차 배터리의 사용기한은 5~7년 정도인데 폐배터리가 안전하게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는 경우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배터리 전해질이 누출될 경우 그 위험성은 더 커지며, 발화·폭발 등 위험과 폭발에 따른 유독가스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는 2017년말 기준 2만 5600여대에 달한다. 금년 정부의 전기차 보급목표는 2만대이며, 2022년까지는 35만대로 확대된다.

필요한 예산은 차치하고라도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 성능향상, 폐배터리 관리와 관련한 기술개발 및 제도개선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영국과 독일 등 국가들은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법률과 규정을 만들어 전기차 자동차 제작사와 수입사에게 배터리 회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여러 부처에 역할이 분담돼 있다. 국토부는 배터리 규격과 제작을, 환경부는 배터리 반납과 재활용 및 폐기를, 산업부는 보조금 지급을 담당한다.

그런데 국내 관련 법과 제도를 조금 자세히 보면 여러 문제들이 드러난다. 배터리 반납과 관련해 폐배터리 탈거 및 이송방법, 보관방법 및 기준에 관한 규정이 없고, 사용기한을 채우지 않은 경우 보조금회수 기준도 없다.

배터리 재활용 부문에서는 폐배터리 재활용, 재생이용, 잔재물 처리 등 범위와 시설기준이 없다. 폐배터리 재활용시설의 설치 기준과 허가 대상, 취급 및 분해시 안전지침 등 기준도 없다.

폐배터리 성능평가시설 기준과 역할 등에 대한 규정도 없다. 전기차 배터리의 디자인, 생산부터 유통, 사용, 폐기 및 재활용과 관련 전과정에서 환경성, 경제성을 먼저 평가해야 한다.

전과정평가(LCA) 과정 및 결과를 근거로 폐배터리의 관리체계, 인증 및 시험기관 설립, 폐배터리 반납 및 처리 등을 결정해야 한다. 부처 간 긴밀한 협조는 필수다.

특히,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뿐만 아니라 배터리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있는 배터리 셀 제조업체, 모듈 및 팩 조립업체, 완성차 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또한, 폐배터리 생산자 주관 처리의 경우 폐배터리의 안전한 처리와 더불어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권리도 부여하는 등 유인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가 오염의 전이를 위한 도구가 되지 않고 친환경적 수송수단이 되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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