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갈등학회 동계학술대회, 갈등 예방 및 해결방안 모색 위한 논의

[서울상공회의소=환경일보] 김민혜 기자 = 사회 전반적으로 계층, 세대, 노사, 환경, 지역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이 발생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발생은 국가의 안위를 위태롭게 하고, 사회적 규범을 와해시킬 수도 있다. 또한 갈등으로 인한 매몰비용은 조직 및 국가의 효율적인 운영을 저해하고 있다.

개회사를 하고 있는 한국갈등학회 이선우 회장 <사진=김민혜 기자>

㈔한국갈등학회는 사회 도처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예방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과학적 지식에 근거해 갈등의 이론과 실제를 연구하고 평가하기 위해 갈등전문가들의 고민과 논의를 통해 설립됐다.

한국갈등학회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성찰과 지향-갈등관리 시스템을 논한다’를 주제로 2월19일 서울상공회의소에서 동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4개 세션으로 구성된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사회갈등과 관련, 특화된 주제들에 대해 학문적 토론이 진행돼 사회갈등의 해소와 갈등관리시스템의 적실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션1 참여자들. (좌측부터) 토론자 가톨릭관동대 장봉진 박사, 법무법인 율성 김희경 변호사, 아주대학교 행정학과 김서용 교수, 좌장을 맡은 한국기술교육대 김주일 교수, 발제자 이화여자대학교 장원경, 한국방송통신대학교 ssk연구팀 김인수 연구원, 공존협력연구소 김근식 전임연구원.

첫 번째 세션에서는 공존협력연구소 김근식 전임연구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김인수 연구원, 이화여자대학교 문경의·장원경 학생이 발제했고 아주대학교 행정학과 김서용 교수, 법무법인 율성 김희경 변호사, 가톨릭관동대 장봉진 박사, 한국행정연구원 은재호 선임연구위원이 토론자로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기관 간 갈등, ‘행정심판제도’가 답이 될 수 있다
공존협력연구소 김근식 전임연구원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갈등사례를 중심으로 하는 ‘중앙-지방정부 간 정책갈등 해소방안으로써 조정기재에 관한 연구’를 발제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1995년부터 거론되기 시작해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돼 온 강원도 양양군의 숙원사업이었다. 그러나 관광개발이라는 지역적 목적과 환경보전이라는 가치의 대립으로 오랜 기간 갈등을 겪어왔다.

김근식 연구원은 이 정책갈등의 핵심 이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갈등 관계에 주목해, ‘행정심판제도’를 갈등해소 방안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해 공식적·제도적 수단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정부 간 갈등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한 및 정치적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쉽게 해소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행정심판제도를 활용해, 사법적 절차인 행정소송이나 단순한 민원에 비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갈등해결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고 김 연구원은 논문의 사례를 통해 밝혔다.

이 발제에 대해 토론자로 참여한 아주대학교 행정학과 김서용 교수는 “행정심판제도를 조정기제로 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타 제도와의 연계와 전문성에 대한 보완이 요구된다”고 평했고, 법무법인 율성의 김희경 변호사는 “행정심판법에서의 ‘인용’은 강력한 구속력을 가지기 때문에 행정심판은 ‘조정’ 보다는 ‘중재’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정 자체가 보급·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션2 참여자들. (좌측부터) 토론자 서울시 홍수정 갈등조정담당관,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윤성복 박사, 동아시아공존협력센터 김보미 선임연구원, 국방연구원 김영곤 박사, 좌장 성균관대 박형준 교수, 발표자 성균관대 현대용 박사, 공존협력연구소 이정철 전임연구원.

두 번째 세션에서는 공존협력연구소 이정철 전임연구원과 성균관대 현대용 박사의 발표에 이어 국방연구원 김영곤 박사, 동아시아공존협력센터 김보미 선임연구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윤성복 박사, 서울시 홍수정 갈등조정담당관이 발표 논문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공갈등의 사전적 방지 위해 정보시스템 활용
공존협력연구소 이정철 전임연구원은 ‘사용자 친화적인 갈등정보시스템의 설계와 방향’이라는 주제의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그는 공공갈등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매우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 현재 상태를 지적하며 공공갈등 사전적 방지의 필요성에 대해 논했다. 

이정철 연구원은 공공갈등의 사전적 관리방안의 하나로 공공갈등에 대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공공갈등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가자는 것이다. 그는 체계적으로 수집한 갈등과 관련된 데이터베이스를 사용자 중심적으로 구성해 제공한다면 매우 다양한 수요자 그룹에 의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웹 시스템 구축에 있어서는 ▷자료 간 상호 연관성 ▷수요자의 목적에 부합할 것 ▷기술의 사회화 수준 고려 등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사회화 수준이 높을수록 요구되는 기술 수준과 비용 수준 역시 높아진다. 갈등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일반인 대상 인식조사를 시행한 결과 상당수가 공공갈등·사회갈등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정보의 신뢰 측면에서는 전문가집단이나 국제기구로부터 나온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종합적 관점의 자료가 알아보기 쉬운 방식으로 제공돼야 하며, 전문가와의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갈등정보시스템의 검색기능 향상을 위해서는 갈등사례명을 표준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되기도 했다.

이 연구에 대해 동아시아공존협력센터 김보미 박사는 “시스템 구축에 있어 목적과 대상에 대한 구분이 보다 명확하면 좋을 것 같다”며 “DB관리, 제공, 인식제고, 해결방안 등은 대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다면 가독성을 높이거나 이해를 돕기 위한 작업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윤성복 박사는 “목표설정의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운영주체에 따른 특색들도 명시되면 더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경험의 시사점으로 사회적 갈등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의 의미화 향후과제'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펼친 김지형 전 대법관

‘소통’이 갈등해결의 유일한 답
오찬 이후 순서는 김지형 前 대법관이 기조강연으로 문을 열었다. 미국의 법률가 올리버 웬델 홈스의 ‘법의 생명은 논리가 아니라 경험이다’라는 문장에 빗대어 “공론화의 생명은 ‘논리’가 아니라 ‘경험’이다”라고 표현한 그는 “대한민국은 시민이 참여하는 방식의 숙의 민주주의를 경험한 나라” 라며 사회적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경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김지형 전 대법관은 “신고리 5·6호기를 경험하기 전과 후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갈등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진 후 본인의 의견을 밝혔다. 첫 번째 질문은 “갈등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였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인류 역사상 아무런 갈등이 없는 발전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가치와 입장을 가진 여러 개인과 집단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만큼 ‘갈등’은 당연한 것이라는 것이 김 전 대법관의 생각이다. 그는 갈등관리는 사회적 갈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갈등은 은폐하거나 회피하려고 하면 확대·재생산 된다는 것이다. 

갈등에서 사회발전의 계기나 추진력을 얻을 수도 있지만 갈등해소를 위해서는 입장차를 좁혀나가기 위한 타협과 양보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갈등해결에 왕도가 있는가?”라는 두 번째 질문에 김 전 대법관은 “소통이 유일한 길” 이라는 답을 제시했다.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가 중요한데, 답은 민주적 의사결정방식에 있다”며 “최종적인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논의 진행이 순탄치 못할 수도 있지만 감정을 앞세우지 말고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신고리5·6호기 사례에서도 ‘숙의’와 ‘경청’을 기본으로 했다”고 밝힌 그는 “숙의의 과정이 최종 수렴되는 의견에 대한 승복가능성을 높이고, 이는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갈등해결을 위해 더 해야 하는 일들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어떤 형태로든 공정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경험을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진실은 입장과 입장 ‘사이’에 있다”며 대립하는 의견을 가진 양측이 원만히 소통할 수 있는 제도나 절차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서는 신뢰받을 수 있는 조정자나 중재자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전문가적 역량을 가진 인재가 더 많이 양성돼야 하며, 전문 기구의 확충 역시 필요하다고 제언하며 김지형 전 대법관은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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