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편의 위해 추가적인 환경파괴, 생태계 교란 관찰
형식적인 이식수목 관리, 복원에 필요한 표토층 방치

[환경일보] 평창올림픽을 위해 대규모 원시림이 훼손된 가리왕산. 당국은 복구를 약속했지만 현실적으로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식한 수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시들고 있고 복원에 활용하겠다던 토양층은 묻어버렸다.

가리왕산스키장은 건설 과정에서 광범위한 훼손이 있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스키장 곤돌라 타워와 라인 공사 과정에서 훼손저감 공법이 아닌 무리한 토목공사가 강행됐다.

공사 편의를 위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아래를 무참히 파헤쳤는데, 이곳은 한 번 훼손되면 복원이 어려운 곳이며 해발 1000m 위쪽도 가리지 않았다.

알파인스키 경기장 조성을 위해 가리왕산 원시림의 5만8천 그루의 나무가 벌목됐다. <사진제공=녹색연합>

공사용 작업도로의 훼손도 심각하다. 본래 산지에서 송전탑을 비롯한 대형토목사업을 진행할 때는 가능한 헬기로 자재를 옮긴다. 불가피하게 작업도로가 필요한 경우에도 폭 5∼6m 정도의 작업도로면 공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가리왕산스키장의 경우 공사를 편하게 하려는 목적에서 폭 15m의 작업도로를 만들어 자연환경을 추가로 훼손시켰고, 해발 1000m 이상 지대의 복원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은 “복원을 전제로 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훼손”이라며 “환경부 환경영향평가와 산림청 산지전용협의가 부실했을 뿐만 아니라 두 부처가 스키장 훼손에 대한 이해 없이 꼼꼼하게 공사 관리를 하지 않은 탓”이라고 비판했다.

공사 편의를 위해 도로를 지나치게 넓게 만들면서 추가적인 환경파괴가 자행됐다. <사진제공=녹색연합>

방풍기능 사라져 쓰러지는 나무들

스키슬로프공사로 인해 생태계교란도 관찰된다. 슬로프 주변 지역에서는 활엽수가 죽어가고 있는데,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다.

무리한 슬로프공사 과정에서 지하의 수맥 흐름을 교란한 결과 주변 활엽수의 뿌리가 허약해지고 여기에 슬로프를 따라 불어오는 강풍에 나무가 쓰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슬로프가 생기며 나무들끼리 서로를 지켜주는 방풍기능이 사라져 슬로프를 따라 바람길이 생긴 것이다. 슬로프 바깥쪽의 생태계 교란으로 인한 훼손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추가적인 피해 개체를 정확히 파악해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스키장의 슬로프처럼 산지 개발 과정에서 수목이 고사하는 경우는 도복(넘어지는 현상)과 바람에 의한 피해, 수분 부족으로 인한 건조피해, 그리고 훼손 후 집수면을 따라서 물이 모이는 수해까지 추가적인 피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30억원을 투입해 만든 가리왕산 활강경기장은 고작 8일 사용하고 복구해야 한다. <사진제공=녹색연합>

시름시름 앓고 있는 이식수목

이식수목 개체별 관리도 부실해, 형식적인 빈껍데기 관리대장뿐이다. 가리왕산스키장에서 전나무, 분비나무, 주목 등 272그루를 이식했지만, 분비나무는 잎이 떨어지고 변색이 되는 등 시들어 가고 있다. 주목도 잎의 윤기가 없고 노랗거나 갈색으로 탈색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식한 나무들은 이미 죽었거나 대부분 활력을 상실한 채 시름시름 앓고 있어 올해를 넘기기 힘들어 보인다.

침엽수는 잎이 다 떨어져 고사의 마지막 단계에 있거나 아예 뿌리째 뽑혀 쓰러진 개체들도 확인되고 있다.

이식수목 고정장치는 각목을 대충 잘라 붙여 조잡하기 그지없는 수준이지만 이식수목에 대한 개체별 모니터링을 전혀 없는 실정이다.

강원도가 내놓은 관리대장은 이식수목 10∼30그루의 대강의 현황만 있다. 한 지역을 뭉뚱그려 상황을 정리해 놓은 정도다.

현장의 수목 관리자는 “이식수목의 개체별 변화상황을 기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목관리에서 이식수목의 개체별 관리는 원칙이자 기본이지만, 병원에서 개별 환자에 대한 진찰기록 없이 병동에 대한 전체 상황만 기록한 것과 같은 상황이다.

가리왕산스키장-하봉정상 추가 훼손 현장 <사진제공=녹색연합>

"환경부 지침 따랐을 뿐"

여기에 복원에 활용하겠다던 토양층도 슬로프에 그대로 묻어 복원에 사용하기 힘든 상태가 되고 말았다.

특히 복원에 사용하기 위해 떠낸 기존 표토층을 토양의 생명력을 유지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쌓아 놓았다.

그러나 이식수목과 표토의 관리에 대해 강원도와 건설사측은 환경부의 지침대로 했을 뿐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환경파괴는 가리왕산이 처음이 아니다. 1994년 덕유산 무주리조트와 1997년 발왕산 용평리조트 역시 국제경기를 이유로 현행법에서 불가능한 보호지역에 스키장을 건설했다.

이 과정에서 구상나무, 분비나무, 주목 등을 이식했지만 모두 고사했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녹색연합은 “이런 배경에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와 형식적인 산지전용협의가 있었다. 20년이 지나도 이러한 졸속과 부실은 개선되지 않고 가리왕산에서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올림픽으로 이름만 바꾼 채 재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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