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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IT강국에 식량위기 모순농업의 부가가치·생산량 높이도록 범부처적 협력해야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요즘처럼 먹을 것이 넘쳐나는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풍족한 음식들을 누리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24시간 언제든 거의 모든 음식들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식량안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한다. 쌀이 남아돌고 음식물쓰레기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언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세계 식량정상회의 로마 선언에서는 필요로 하는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식량의 공급이 부족하거나 혹은 충분해도 접근이 곤란한 상황을 ‘식량위기’로 정의하고 있다. 실제 식량위기로 난민이 발생하는 상황들을 보면 식량은 곧 한 나라의 안보와 직결됨을 보여준다.

한 나라의 식량소비량 중 국내 생산·조달되는 양이 얼마인가를 나타내는 비율을 식량자급률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지난 70년 80%를 웃돌았으나 80년대 들어 계속 낮아지다가 90년대 개방 폭이 확대되면서 92년에는 34%로 급락했다.

‘12년 이후 상승 추세지만 여전히 목표치를 밑돌고 있고, 쌀 중심의 식량산업구조로 인해 쌀 이외 식품, 사료 원료 등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밀과 콩, 옥수수 등은 연간 1천700만톤을 수입하는데 전체 곡물 수요의 70%에 달하는 양이다. 기상이변, 식량유통제한 확대, 곡물시장 투기자본 유입 같은 변수가 작동하면 매우 짧은 기간 안에 식량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최근 ’22년 식량자급률을 55.4%, 곡물자급률을 27.3%로 조정해 발표했다. 숫자놀음을 피하고 현실상황을 반영했다는 해석이다. 자급률을 제고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들도 내놨다.

농가소득안정, 우량농지 비축, 경제적 규모화 같은 지속가능한 생산 기반유지 대책과 가공산업 육성 및 농산물·식품 소비촉진, 기후변화대응 및 식량안보 대응체계 구축 등이다.

해외곡물의 안정적 확보도 필수 과제인데 정부 주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국제곡물 전문 인력 양성, 정보체계 구축 등을 통해 민간 중심 해외 곡물사업 지원으로 선회하고 있다.

잘 살고 힘 있는 선진국 중에서 농업이 약한 나라는 없다. 스위스는 연방헌법 제104조에 ‘식량안보’를 명시하고 농업을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해왔다. 농업을 통한 인구분산 등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제대로 보고 활용하고 있다.

과거 먹을 것 부족하던 시절 우리는 버리지 않고, 아껴 먹고, 나눠 먹고, 감사하며 살았다. 농업은 삶이고, 문화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범부처적 협력을 통해 스마트한 방법으로 농업의 부가가치와 생산량을 높이고 식량 자립국가를 이루도록 힘써야 한다.

정부는 현실을 감추지 말고 최대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식량위기를 알리고 국민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안정’된 시기에 해외식량기지 확보에 쓸 예산이 없다는 말이 나와서는 안된다.

지속가능발전은 멀리 보고 함께 세워가는 과정이다.

편집국  iskimbest@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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