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성공 뒤편 생태계회복에도 금메달 따길

수많은 어려움과 악조건을 이겨내고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리에 폐막됐다. 17일간 이어진 눈물과 땀의 도전을 보며 세계인들은 함께 울고 웃었다.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응원하며 힘을 실었고, 한국 선수단은 역대 동계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17개의 메달을 획득해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평창올림픽은 오랫동안 큰 감동을 줄 의미 있는 대회로 자리매김하면서 한국인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안겨줬다.

이제 평창은 점점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가겠지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대회전 약속했던 가리왕산 생태계 복원이다.

가리왕산은 원래 독특한 생물종들이 서식하는 원시림이다. 역사적·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평가받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을 엄격히 제한했다.

그런데 올림픽조직위는 해발 1420m인 가리왕산이 최적지라고 결론 내리곤 대회가 끝나면 복원한다고 약속하고 ‘특별법’까지 만들어 밀어 붙였다.

가리왕산의 수백년 된 나무들이 활강스키장 건설과정에서 잘려나갔다. 가리왕산 훼손은 토양과 하천, 스키 슬로프 인근 보호지역에 서식하는 야생 동·식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최근 한 환경단체의 조사·발표에 의하면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해졌다. 스키장 곤돌라 타워와 라인 공사 과정에서 공사 편의를 위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아래를 무참히 파헤쳤다.

훼손저감 공법이 아닌 무리한 토목공사가 강행된 것이다. 산지에서 송전탑을 비롯한 대형토목사업을 진행할 때는 보통 헬기로 자재를 옮긴다. 불가피하게 작업도로가 필요한 경우에도 폭 5∼6m 정도의 작업도로면 공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가리왕산스키장의 경우 공사 편리를 우선해 폭 15m의 작업도로를 만들어 자연환경을 추가 훼손했고, 해발 1000m 이상 지대의 복원을 어렵게 만들었다.

스키슬로프공사로 인해 슬로프 주변 지역의 활엽수도 죽어가고 있다. 무리한 공사 과정에서 지하의 수맥 흐름을 교란한 결과 주변 활엽수 뿌리가 약해지고 슬로프를 따라 부는 바람길 강풍에 나무가 쓰러졌다.

이식된 수목들의 개체별 관리도 형식적이다. 전나무, 주목 등 272그루를 이식했지만, 대부분 이미 죽었거나 활력을 상실해 올해를 넘기기 힘들다.

복원에 활용하겠다던 토양층도 슬로프에 그대로 묻어 버렸다.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저지른 ‘계획된 불법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강원도는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에 따라 활강경기장 개발로 훼손된 87만3199㎡ 중 생태자연도 1등급,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인 52만5843㎡(60.2%)를 2018년부터 2035년까지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공사비에 맞먹는 1000억원 규모의 복원 비용을 확보할 구체적 방안은 없다. 이제 대회가 끝났는데 과연 누가 나서서 어디까지 가리왕산을 복구할 수 있을까.

정부와 지자체는 이미 다른 곳을 보고 있다. 결국 국민이 답인데 이런 내용을 얼마나 아는지, 미래유산에 관심은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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