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선호와 상관없이 일단 취업이 쉬운 일자리 유도
첫 일자리가 이후 10년간 임금과 고용에 뚜렷한 영향

[환경일보] 청년일자리 문제가 계속 심각해지는 가운데 현재 시행 중인 청년고용대책의 효과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의문을 제기했다. 단기적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일자리의 질이 아닌 숫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999년 이후 최대치인 9.8%를 기록했으며 취업준비생·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2.7%에 달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8~2017년 사이 총 21회에 걸쳐 청년고용종합대책을 발표·추진했지만 청년고용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했다.

취업준비생·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2.7%에 달했다.

그동안의 청년고용대책은 단기적 취업성과에만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했다.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를 비롯한 다수의 채용 및 고용유지장려금 사업의 경우 저임금, 낮은 고용유지율 및 사업체의 반복 참여로 이어져 청년고용대책으로 근본적인 한계를 보였다.

또한 정부의 청년일자리 사업성과가 일자리의 질보다 단순히 취업자 수 위주로 평가되면서 청년들의 선호와 상관없이 일단 취업이 쉬운 일자리로 유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KDI 분석 결과 첫 일자리가 이후 10년간의 임금과 고용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년들이 좋은 첫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동시장에 정착하지 못한 채 취업준비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미취업기간 길어지면 임금도 낮아져

한편 대졸 청년의 경우, 졸업 이후 미취업기간이 평균보다 길어질 경우 경력 손실로 인해 임금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같은 경력 내에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임금이 낮아졌다.

특히 대졸 청년의 경우에는 경력 초기 임금과 더불어 경력 초기 기업규모 및 일자리 안정성 여부도 향후 10년 이상 노동시장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첫 일자리 특성이 장기적인 효과를 발생시키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현실에 주목해 청년고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년들이 실업상태를 유지하면서까지 중소기업 근무를 기피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첫 일자리 특성이 매우 장기적 효과를 발생시킨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생애 전반에 미치는 첫 일자리 특성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첫 일자리 선택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경력 초기의 불운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지속되는 일을 막으려면 궁극적으로는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유연성과 안전성을 강화하는 구조적 차원의 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당장 이뤄지더라도 성과가 가시화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력 초기 일자리 특성에 따른 생애소득 격차를 줄이는 정부의 개입이 한시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상황에서 중소기업 근로에 대한 지원금은 필요하지만, 취업지원 시 일자리의 질적 측면을 함께 감안하는 형태가 보다 바람직하며, 청년층 중소기업 취업지원 프로그램의 성과가 단기적·반복적 일자리의 창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첫 직장이 이후 10년을 좌우한다는 것을 청년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취업기간이 계속되는 손해를 감수한다.

유형별 다양한 지원방식 필요

중소기업 근로청년에 대한 소득지원 방식에 있어서도, 특정 중소기업에서의 근속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방식보다 청년들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직장을 선택하도록 허용하는 방식이 노동시장 정착도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소득 지원 측면에서 일자리의 근속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청년기에 자신의 적합한 직장을 찾아나가는 경력 형성의 과정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년층 내의 다양한 필요를 고려해 각 유형별 청년에게 맞는 지원을 골고루 포함해야 청년고용대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고졸 청년들의 경우 경력 초기에 선택가능한 일자리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며, 중소기업의 근로시간 단축과 근무환경 개선 등이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대졸 청년들의 경우 기업규모와 고용형태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중노동시장 구조를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경력형성형 이직이나 창업이 충분히 일어나도록 하는 정책방향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창업에 필요한 금융과 인적 자본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창업성공패키지(창업사관학교) 프로그램 규모를 확대하되 중소기업 경력자를 우대해 선발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미취업기간 장기화의 부정적 효과가 큰 대졸 청년들의 경우 프로그램 참여기간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간 19만명 규모로 확대된 청년취업성공패키지는 현재 취업취약계층의 자활을 목표로 한 취업성공패키지I과 기본적으로 유사하게 설계돼 있으나(상담-훈련-알선 3단계, 최장 12개월 소요) 이를 보다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KDI는 “대졸 청년의 경우 각 전공분야별 중견·강소기업 구직정보 제공 및 훈련·구직경비 지원 등 실질적 지원 중심으로 재설계하여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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