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 제대로 알리고 절수 실천토록 정부가 나서야

서울과 수도권을 포함한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렸다. 제대로 된 물그릇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그저 바라는 것이 하늘이 내려주는 비다. 정말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심각한 물 부족 상황을 잠시 잊게 만드는 마취제 같기도 하다.

수없이 강조해도 흘려들 듣지만, 한국은 분명한 ‘물 부족’ 국가다.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비가 내려도 시기적, 지리적 편차가 커서 장마철 집중호우가 내리지만, 담을 그릇이 없어 그저 흘려보낸다.

물을 절약하기 위한 절수기 사용이 목욕업소 등에서 의무화 됐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절수형 수도꼭지 대신 일반형으로 다시 돌아간 곳들이 적지 않다.

비현실적인 수돗물 값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내 물, 남의 물 가릴 것 없이 펑펑 써댄다. 샤워기를 틀어 놓은 상태에서 면도 하거나 칫솔질 하는 등 불필요한 물 낭비도 여전하다.

최근 수년간 물 사정은 매우 심각한 상태다. 특히 매년 강원 영동지역은 강수량이 평년대비 42% 수준이다.

지난 겨울에 이어 올 봄에도 극심한 가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요 댐 수위가 반복해서 150m아래로 떨어져 농업용수 등을 정상적으로 공급할 수 없는 상태까지 갈 수도 있다.

충남 서부지역에서 일어난 대가뭄의 재현 가능성은 상존하며, 다른 지역도 예외일 수 없다. 이렇게 물 부족이 심각한데도 여전히 물을 아끼고 절약하는 생활 속 실천은 찾아보기 어렵다.

물이 남아도는 듯 무한정 공급하고, 수돗물 값은 턱없이 싼 이유다. 많은 국민들이 한잔 평균 2000~3000원 하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하루 한 잔 이상 사 마시는데 물 값 몇 백원은 절대 올릴 수 없다는 주장은 어떤 기준에서 일까.

지금까지 물 값은 서비스의 전과정을 제대로 계상하지 못한 결과 왜곡된 부분이 있다. 수자원 개발과 공급 서비스, 유지 관리까지에 소요되는 비용이 물 값 산정시 포함돼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물 관리를 위한 빗물요금제 도입 시 톤당 1센트 부과하던 요금을 지금은 35달러까지 부과하고 있다. 요금부과의 타당성을 입증할 데이터를 제시하자 시민들이 수긍하고 협조한 것이다. 열쇠는 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공익을 위해 반드시 하겠다는 진정성에 달려있다.

미래학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기상현상은 태풍이나 홍수, 쓰나미가 아니라 은밀하고 느리게 다가오는 가뭄이라고 한다. 일단 왔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뭄은 대기근으로 이어지면서 찬란했던 고대문명을 수도 없이 몰락시켰다. 늦었지만, 매년 반복되는 가뭄에 국가안보차원에서 근본적 대처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관련 정보를 표준화해 관리할 국가차원의 ‘통합 가뭄정보센터’도 설치하고 지자체별 특성을 살려 다각적이고 안정적인 취수원 확보에도 투자해야 한다.

물 값 좀 올리자면 시비 거는 사람들을 두려워해서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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