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마스코트로 주목, 현실은 웅담채취용
중성화 수술 이후 손 놓은 환경부 '알아서 팔아라'

[환경일보] 평창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는 반달가슴곰이다.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에 이어 ‘반다비’ 역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 속의 반다비 628마리는 개최지인 강원도를 비롯해 전국 34개 농가 좁은 철창에 갇혀 있다.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된 반다비는 1981년 정부가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재수출 용도의 곰 수입을 장려하면서 시작됐다.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보호 여론으로 수입이 금지되는 1985년까지 493마리의 곰이 수입됐고 1993년 우리 정부는 CITES(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반다비(왼쪽). 그러나 현실에서는 웅담채취용에 불과하다. <사진제공=녹색연합>

정부 정책 혼선으로 태어난 사육곰

제한적인 국제 거래로 수출길이 막힌 사육농가들은 국내에서의 웅담 판매 허가를 요구했고 1999년 정부가 나이가 든 곰의 처리기준을 신설하면서 웅담 판매를 합법화했다. 

또한 2005년 곰 처리기준을 10년으로 낮춰 현행까지 유지되고 있다. 10년만 키우면 도축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웅담 시장은 이미 사양산업이다. 전국 34개 농가에서 사육되고 있는 사육곰 628마리 중 도축 연한이 초과된 10년 이상의 곰은 468마리로, 전체 사육곰의 70%가 넘는다. 그만큼 웅담이 팔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 웅담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사육곰대책위원회(정부, 사육농가, 환경단체)는 사육곰 산업 폐지에 합의했다.

전국 농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통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총 967마리의 사육곰을 중성화시켰고, 2015년 이후 더 이상의 사육곰 증식은 사라졌다.

문제는 중성화를 마치고 남은 628마리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중성화 수술 이후 더 이상의 관련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태어난 곰이 10세가 되는 2025년이 지나면 합법적으로 모든 곰을 도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달리 베트남은 동물보호단체와 협력해 곰 사육 폐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5년 4000여 마리였던 사육곰은 최근 1000여 마리로 줄었다.

또한 국립공원에 사육곰 보호를 위한 별도의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임시 보호센터를 운영 중이다. 현재도 추가적인 보호구역 마련을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 "10년 키워 팔면 되지 되겠죠"

반면 우리 정부는 사육곰 문제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나 마찬가지다. 중성화 수술과 함께 사료비 등을 지원했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줬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육곰에 대한 중성화 수술과 함께 농가에 사료비를 지원했다. 10년만 키우면 도축이 가능하니 웅담채취용으로 팔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사육곰의 가격은 대략 1천만원이 조금 넘는 선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료값은 연간 100만원. 10년간 키워서 판매해도 사료값만 간신히 건질 수 있는 수준이다.

아울러 10년이 지나면 팔아도 손해인데, 그런 곰들이 70%가 넘을 정도로 팔리지 않고 있다. 정부가 시장수요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탁상행정만 일삼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녹색연합은 “우리 정부도 모든 곰이 죽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철창에 방치된 곰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보호소 설립과 별도 보호구역을 설치하는 등 대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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