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해상국립공원사무소 이승찬 소장

한려해상국립공원사무소 이승찬 소장

지천명. 공자가 50세에 천명(五十而知天命)을 알게 됐다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공자가 알게 됐다는 하늘의 뜻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고 객관적이며 보편적인 도리를 행하는 것 또한 공자가 알았다는 천명일 것이다.

산업사회 이후 급격히 팽창한 경제활동과 인구 증가는 생태계 파괴로 이어져 기후변화 등 심각한 문제들이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이로운 자연현상을 누구나 자유롭게 누리고 보존해 후세에까지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런 인식에서 탄생한 것이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다. 1872년 옐로스톤이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국립공원 제도는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도입하고 있는 보편적인 보호지역 관리체계의 하나가 됐다. 이는 분명 인간이 자연에 대해 취하고 있는 최소한의 객관적 도리 즉, 지천명을 알고 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도 올해 국립공원 지정 50주년을 맞이한다. 1968년 12월31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지천명의 시기에 접어 든 것이다.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바닷길로 이어진 빼어난 자연경관과 자연생태계를 보호하고, 국토의 균형개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해상·해안 지역에 대한 최초의 국립공원이 탄생된 지 50돌을 맞았다. 국립공원 지정 이후 여느 산악 국립공원과 다를 바 없이 공원관리는 이용자 중심에서 다양한 생물, 역사문화, 경관자원 등으로 관리 범주를 넓혀 왔다. 그러나 산악공원과 차별화되지 못한 공원관리로 해양의 생태적·물리적 특성이 반영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또한, 해양국립공원의 외부환경도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교통수단의 발달과 국민들의 탐방의식 변화로 그동안 탐방객 수 부동의 1위였던 북한산국립공원을 제치고, 2015년부터 한려해상국립공원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해양지역에서 각종 레저 활동이 급증하고 있으나, 이에 대응한 생태계 보전 및 탐방관리 대책은 아직도 부족하다.

이러한 해양국립공원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 보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가기 위한 시발점이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정 50주년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는 우리나라 해양지역에 지정된 여러 보호지역 중 IUCN 카테고리Ⅱ로 지정된 유일한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집중적인 보호와 관리가 필요한 국제적 공인지역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미래는 변화 시킬 수 있다. 미래의 올바른 변화를 위해서는 과거 50년 동안 쌓아온 전문성과 체계화된 관리체계를 바탕으로 해양국립공원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해양국립공원의 미래에 필요한 내용은 국민들의 긍지를 담을 수 있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연은 인류가 한없이 누릴 수 있는 객체가 아니라 인류를 생존시켜주는 주체라는 인식을 가지고, 반드시 자연에게 주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글 / 한려해상국립공원사무소 이승찬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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